“에이스 변상일 등 소속 기사들 전체적으로 상승세…경계대상 1호는 지난해 우승한 수려한합천”
올해 바둑리그는 난가리그와 수담리그, 양대리그로 나뉘어 치러지고 있다. 수담리그에 속해 있는 정관장 천녹은 총 16라운드 중 11라운드를 소화한 현재 9승 2패, 승점 23점으로 한 경기를 더 치른 2위 울산고려아연(7승 5패, 승점 21점)과 3위 바둑메카의정부(6승 6패, 승점 21점)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팀 창단 후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아본 적이 없다는 정관장 천녹의 최명훈 감독을 만나봤다.
―올해 정관장 천녹의 성적이 인상적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전체적으로 소속 기사들의 성적이 상승세인 것 같다. 1지명 변상일 9단은 말할 것도 없고 2지명 홍성지 9단(8승 3패), 4지명 권효진 5단(6승 3패)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주고 있다. 3지명 김정현 8단이 4승 6패로 5할 승률을 아래지만 그래도 중요한 순간 제 역할을 해주고 있고, 5지명 허영락 3단(1승 1패)과 퓨쳐스리그 선수인 이연 5단(2승)도 요긴한 승점을 따내주고 있다. 경기는 선수들이 풀어줘야 하는 법이니 성적이 좋은 이유도 당연히 선수들 덕분이다.”
―이대로라면 정규리그 우승도 문제없을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9승 2패고 2위 울산고려아연과 3위 바둑메카의정부가 각각 7승 5패, 6승 6패여서 게임차가 조금 있지만 승점으로는 겨우 2점 앞서있을 뿐이다. 안심할 수 없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우리가 2위권 팀들에 비해 한 게임 덜 치렀다는 것인데 아직 다섯 경기나 남아 있어서 긴장을 풀 단계가 아니다. 승점 2점 차는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수치다.”
―변상일 9단은 최근 ‘급발진’이란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오르내림이 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팀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가.
“뭐, 초일류 기사이기 때문에 앞선 대국의 결과가 영향을 미치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실 변상일 9단의 경우 이번 시즌 성적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닌데 공교롭게도 변 9단이 패한 경기에서 다른 팀원들이 전부 승리를 거둬 승점 3점을 따낸 경우가 두 번이나 된다. 1지명이 패한 경기에서 3-1로 승리를 거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이런 것이 모여 선두를 유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또 변상일 9단이 에이스 결정전에선 세 번 출전해 모두 승리를 거뒀으니 성적에 대해선 전혀 불만 없다.”
―올해 바둑리그에서 가장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역시 ‘에이스 결정전’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대국 하는 당사자들이야 자정 넘어 늦게 끝나고 피를 말리는 대국이 이어지기 때문에 힘들다. 하지만 보는 입장에선 양 팀 에이스가 20초 초읽기 하나로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재미있다. 나 역시 타 팀 에이스 결정전은 매번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다.”
―유난히 시간패가 많이 나오고 있다.
“우선 피셔 방식이 처음으로 도입되면서 대국자가 직접 계시기를 누르는 방식으로 바뀐 탓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리그 초반 시간패가 많이 나올 때 빨리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또 바뀐 계시기는 예전 계시기와 달리 초읽기 ‘아홉’에 두면 위험한데 기사들이 이를 간과했던 것 같다.”
―기술적인 문제라면.
“새로 도입된 시스템은 남아있는 시간을 보여주기 위해 디지털 모니터와 연동이 된다. 이것이 초읽기 ‘아홉’에서 ‘열’로 넘어가는 속도가 빠르다고 들었다. 여기에 기사들이 적응하지 못했다. 이를 빨리 바로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감독으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
“올해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바둑리그와 퓨쳐스리그를 동시에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 또 대국료가 지난해와 달리 팀으로 들어오면서 지급 방식도 달라진 바람에 신경 써야 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작년보다 일이 3배는 늘어난 것 같다. 힘들다기보다 다행히 올해 우리 팀 성적이 좋아서 다음 경기에 누구를 내보내야 할지 오더 짜는 게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경계하는 팀이 있다면.
“초반 잘나가던 원익은 최근 4연패를 당하면서 하강세이고, 역시 박정환 9단을 보유한 지난해 우승팀 수려한합천이 까다로운 상대다. 현재 4위에 머물러 있지만 상위 3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반대편 리그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물가정보의 전력이 돋보인다.”
―둘 중 한 팀만 꼽는다면.
“글쎄…. 둘 다 강팀이지만 꼭 하나를 꼽는다면 수려한합천이 반집쯤 두텁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바둑리그 감독은 2013년 Kixx 감독을 시작으로 올해 4년째 정관장 감독을 맡고 있는데 아직 포스트시즌에도 팀을 진출시키지 못했다. 올해가 우승 적기라 본다. 최선을 다하겠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