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모임 ‘신대방팸’ 등 성매매·성착취에 마약 투약 의혹까지…디시인사이드 “모니터링 강화할 것”
우울증 갤러리는 우울증에 대한 정보 교환을 위해 2015년 8월 개설된 온라인 커뮤니티다. 디시인사이드에서는 하위 커뮤니티를 갤러리라 부른다. 처음 1~2년 동안은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온라인 공간이었다. 찾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우울증 갤러리는 디시인사이드 방문객 상위 1% 안에 드는 인기 갤러리가 됐다.
오 씨도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2017년 처음 우울증 갤러리에 접속했다. 그런데 이미 우울증 갤러리는 처음 목적과는 다른 성격의 커뮤니티로 변질한 상태였다. 오 씨는 “우울증 갤러리를 시작할 때 매일 자해 사진이 올라오고 자살 관련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한 문제 인식은 처음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루밍 성범죄'의 온상
오 씨는 10대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죄 피해를 본 이들 대다수가 10대 미성년자였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기억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오 씨가 확인한 것만 8건이라고 했다. 오 씨는 “큰 건인데도 공론화가 안 되고 기소도 안 되고 가해자들은 멀쩡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가해 남성들은 범죄 대상을 물색한 다음 댓글이나 게시글로 피해 여성과 친밀감을 형성했다. 그다음 경계심이 누그러진 여성과 SNS를 통해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오프라인 만남까지 유도했다.
이때 가해자는 자신이 돈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말하며 피해 여성의 환심을 샀다. 오 씨는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부풀리면서 너를 만나면 잘해줄 수 있다는 등의 말로 환심을 사며 오프라인 만남을 유도했다”며 “그렇게 만난 다음에는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해서 판단력을 흐려지게 한다. 그다음 성범죄를 저지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범죄를 그루밍 성범죄라 부른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피해자와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가해자를 잘 따르도록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신현주 가톨릭관동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논문 ‘아동·청소년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이해와 예방대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자신이 친구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이후로 계속 만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한다. 피해자에게 관계를 깨뜨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준다. 그 때문에 피해자는 범죄 피해에 대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신뢰를 위반하는 것은 배신이고 자기 잘못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처해있는 경우가 많다. 신 교수는 가해자들은 낮은 자존감, 정신적인 문제, 사회적인 고립 같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인 이들을 범죄 대상으로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 갤러리는 가해자들이 노리는 범죄 대상이 대거 모여 있는 공간이 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오 씨는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보면 가족으로부터 방치되거나 버림받은 경우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범죄에 취약한 상태의 여성들이 가해자들에게 정신적으로 종속되면 범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가해자들은 마치 사냥하듯 정신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노린다”며 “이는 가해자들의 전형적인 사냥법”이라고 설명했다.
#‘신대방팸’ 마약 투약과 성매매 의혹
성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른 집단이 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집단이 ‘신대방팸’이다. 신대방팸은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일부가 만든 오프라인 모임이다. 오 씨에 따르면 신대방팸은 2020년 말 우울증 갤러리에 등장했다. 이들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어느 다세대주택에서 함께 숙식하며 지냈는데 여기서 오프라인 모임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 씨는 “신대방팸은 보통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머물렀다. 우울증 갤러리 사람들은 누구나 올 수 있었다. 여기서 약과 술을 했다. 여자 미성년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 씨는 ‘닉네임 A’를 신대방팸의 리더로 지목했다. 일본에서 요식업을 했던 그는 SNS를 통해 한국에 있던 ‘닉네임 B’와 친해졌고 한국에 귀국한 뒤 두 사람이 모여 신대방팸을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 씨는 “닉네임 A는 건전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나중에 복지관을 만들고 싶어 했다. 닉네임 B 등 다른 유입된 우울증 갤러리 사람들이 주로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현재 신대방팸은 마약 투약과 성매매 등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닉네임 A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의혹들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지인 몇 명이 놀러 오기는 하지만 “결코 성매매나 성착취, 술 마시고 졸피뎀을 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의혹을 퍼트린 사람들에게는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4월 19일 경찰은 신대방팸에 대한 의혹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편 신대방팸과 유사한 집단이 지역별로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우울증 갤러리에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신대방팸을 비롯해 신림팸, 분당팸, 부산팸, 충주팸, 광주팸, 수원팸 등이 나와 있다. 오 씨는 “신대방팸 다음에 신림팸이 생긴 것으로 안다. 거기는 닉네임 A 같은 리더조차 없어서 문제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지금도 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현숙 대표는 “그런 사람들은 항상 여성들을 성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냥감으로 바라본다. 늘 사냥감을 물색하고 적당한 대상이 나타나면 익숙한 사냥 방식으로 이들을 포획한다”며 “이들은 집단 거주하며 성매매를 알선하고 거기서 수익을 창출했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남에서 10대 여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이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한 남성들이라는 정황이 드러나자 갤러리 내부에서조차 사이트를 폐쇄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서울강남경찰서는 4월 17일 우울증 갤러리의 일시 차단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요청했다. 방심위는 20일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시인사이드 측은 같은 날 입장문에서 “우울증 갤러리에 청소년 모방범죄 예방을 위한 유해 영상 유포 차단 협조 요청이 왔다”며 “관련 영상물 및 게시물이 확산하지 않도록 보다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게시물로 인해 모방 행위가 조장되거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용자분들께서도 사고 관련 영상을 비롯하여 피해자 및 관련자에 대한 정보 게시글이 유포되지 않도록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강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