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52연승 합작한 동기로 아직까지 전성기 기량 유지…KGC·SK 챔피언결정전 맞대결서도 괴력 발휘 중
#리빙 레전드
오세근과 김선형은 한국 농구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꼽히는 커리어를 만들어왔다. 이들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비범함을 과시했다. 대학농구 신기록인 중앙대학교의 52연승 기록(2008년)을 합작한 주인공들이다. 졸업반 때도 대학리그 25전 전승을 기록했다. 이후 2011 KBL 신인드래프트에 나란히 전제 1, 2순위(1순위 오세근)로 지명을 받았다.
먼저 빛을 발한 쪽은 오세근이다. 프로 데뷔부터 파괴력을 선보이며 정규리그 종료 이후 신인왕을 차지했다.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이끌며 리그 최초 신인 신분으로 챔피언결정전 MVP에도 올랐다. 2016-2017시즌에는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우승과 MVP 트로피를 들었다. 이후 또 한 번의 우승 경력을 추가했다.
오세근에 밀렸을 뿐 김선형도 신인왕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두각을 드러냈다. 신인왕은 내줬으나 정규리그 MVP는 동기에 앞서 수상(2012-2013시즌)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력은 2회, 특히 지난 시즌 우승 때는 MVP도 차지했다.
201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던 이들은 자연스레 국가대표팀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현재까지 국가대표팀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금메달인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다. 덕분에 김선형은 병역특례 자격을 얻었으며 상무에서 뛰던 오세근은 이례적으로 조기 전역 이후 소속팀으로 돌아왔다.
둘은 프로 데뷔 이래 줄곧 한 팀에서만 활약한 공통점도 있다. 크고 작은 이적들이 매년 이뤄지는 가운데에서도 한 유니폼만 입었다. 각자 소속팀에서도 넘치는 샐러리캡으로 고민을 하는 시기가 있었으나 결국 이들을 선택하며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켰다.
#나이 잊은 활약
이들은 30대 중반 연령을 넘어섰고 데뷔 12년 차 베테랑임에도 리그 최상위급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프로농구 무대에서는 15년 차 이상의 경력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대학 졸업 이후 드래프트 참가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국내 무대에선 12년 차만으로도 상당한 베테랑 반열에 들어선다.
이들이 프로에 첫 발을 내디딘 2011년은 '농구대잔치 스타' 김병철이 코트를 지켰고 김주성-윤호영-벤슨이 구축한 '동부 산성'이 위용을 떨치던 시절이다. 오는 7월이면 만 35세가 되는 김선형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인 시절 이후 처음으로 2022-2023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전했다. 평균 출전 시간은 다소 줄었으나 경기당 평균 16.3득점, 2.7 리바운드, 6.8어시스트를 기록, 득점과 어시스트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6.8어시스트는 리그 전체 1위 기록이다. 정규시즌 종료 이후 시상식에서 MVP 트로피는 김선형에게 돌아갔다.
전성기 운동능력과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김선형과 달리 오세근은 그간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어려움을 겪으며 '관리'가 필요한 선수로 불렸다. 다만 부상이 없다면 리그를 지배하는 활약을 보장한다. 농구계에 '오세근이 건강하면 KGC가 우승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실제 오세근이 부상 없이 50경기 이상 소화한 시즌에는 KGC가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52경기에 나선 이번 시즌 KGC는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중학생 시절 1년 유급을 선택해 김선형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오세근은 만 36세를 맞는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보였다. 정규리그에서 다시 한 번 50경기 이상 출장하며 경기당 평균 13.1득점 6.4리바운드 2.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국내 선수 득점 9위, 리바운드 1위 기록이었다. '띠동갑 빅맨' 하윤기(수원 KT)보다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어지는 명승부
오세근과 김선형의 챔피언결정전 맞대결은 지난해에도 치러진 바 있다. 2021-2022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SK와 KGC인삼공사가 맞붙은 것이다. 김선형과 오세근이 정규시즌이 아닌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것은 데뷔 11시즌만인 이때가 처음이었다.
결과는 김선형의 완승이었다. 시리즈 전적 4-1로 SK가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오세근은 6강, 4강 플레이오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마지막 순간 준우승에 머물렀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체력이 소진된 듯한 모습을 보이며 부진했다. 동기 김선형의 MVP 등극을 지켜봐야 했다.
2022-2023시즌 다시 성사된 이들의 만남은 1년 전과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SK가 1차전을 가져가자 KGC가 2-1로 시리즈 전적을 뒤집었고 다시 SK가 3-2로 리드를 하고 있다.
김선형과 오세근의 개인 활약도 함께 빛난다. 오세근은 이번 시리즈 5차전까지 정규시즌 기록을 훨씬 웃도는 성적(평균 19.2득점 10.4리바운드)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적장 전희철 감독이 "오세근 때문에 힘들다. 놀라고 있다. 정말 잘한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시리즈 시작 전 김선형의 어깨는 무거웠다. 지난 시즌 우승을 합작한 동료 중 안영준과 최준용이 각각 입대와 부상으로 빠졌다. 팀 내 비중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신들린 활약(야투 성공률 66.7%)으로 1차전을 따냈다. 득점이 살아나자 상대 수비가 몰려 어시스트 기록도 올랐다.
김선형은 다양한 무기로 상대를 공략한다. 시리즈 초반 돌파에 이은 고감도 플로터로 경기를 지배했다. KGC는 리그 최고 수비수 문성곤을 붙여 돌파를 차단했다. 그러자 김선형은 외곽포로 응수했다. 지난 5차전에서는 16득점 중 12점을 3점슛으로 따냈다. 김상식 KGC 감독은 "3점 찬스를 주더라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했는데 SK 슛이 잘 터졌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프로 커리어 열두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김선형과 오세근은 여전히 리그 최상위급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챔피언결정전이라는 가장 높은 무대에서는 정규리그 활약을 뛰어넘는 괴력을 발휘 중이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시리즈 향방에 승자가 정해지더라도 이 둘에게만큼은 뜨거운 박수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