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 1실점으로 롯데 10연승 도전 막고 시즌 첫 선발승…“구속보다 제구가 중요” 자신감 잃지 않아
이날 윤영철은 77개의 공을 던졌고, 단 한 개의 공도 140km/h를 넘지 못했다. 평균 패스트볼 구속이 135km/h에 머물렀다. 구속이 빠르지 않았음에도 윤영철이 롯데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었던 건 뛰어난 제구력과 신인답지 않은 여유로운 경기 운영이었다.
윤영철은 지난 4월 15일 키움전에서 3.2이닝 5실점, 4월 21일 삼성전에선 4.1이닝 2실점, 4월 27일 NC전에서 5이닝 무실점에 이어 이번 롯데전 5이닝 1실점 등 매 경기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영철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진행된 인터뷰 때 자신의 구속이 빠르지 않은 데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투수한테 가장 중요한 건 구속보다 제구라고 생각한다. 제구가 안정돼야 구속이 늘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금은 구속의 증감 여부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시 윤영철은 캠프에서 두 번째 불펜 피칭을 한 이후였는데 선수 스스로 자신의 투구 내용에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선수가 매번 잘할 수는 없지 않겠나. 못 하는 날이 있다면 다음엔 잘하는 날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인답지 않은 대답이었다. 이런 마인드가 프로 신인 윤영철이 주눅들지 않고 마운드에서 자신의 공을 뿌릴 수 있는 배경이다.
KIA의 정명원 투수코치는 윤영철이 데뷔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 부담이 크겠지만 멘탈 자체가 웬만한 베테랑 선수들을 넘어선다고 귀띔했다.
“아무리 배짱이 두둑한 선수라고 해도 프로에 들어오면 선배들 앞에서 기를 못 펴기 마련인데 윤영철은 특유의 미소로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그런 점이 매우 눈에 띈다. 한 가지 바람이라면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초심만 유지한다면 정말 좋은 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윤영철은 KIA 신인 선수들 중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유일한 선수였다. 그는 양현종 등 대투수, 대선배들과 함께 훈련할 때마다 ‘내가 여기 속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선배들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는 현실 자각도 한몫 했다. 그렇다고 해서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부담보다 오히려 나에 대한 기대와 좋은 평가를 마운드에서 실력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뿐이다. 부상 없이 잘 살아남아서 선발 한 자리를 꼭 차지하는 것도 또 다른 목표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절치부심했던 윤영철은 그의 바람대로 1군에 생존했고, 4번째 등판 만에 데뷔 첫 승을 올렸다. 데뷔와 함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책임지는 신인 투수는 드물다. 윤영철은 KIA의 양현종, 이의리와 함께 어느새 토종 좌완 트리오를 구축했다. 덕분에 문동주, 김서현(한화), 김민석(롯데) 등과 함께 치열한 신인왕 레이스를 벌이며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윤영철이 올 시즌 어디까지 비상할지 궁금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