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병원 아기 사고사 숨긴 간호사 3명 실형 선고

“의료진 신뢰 크게 훼손…근무여건‧공탁금 등 고려”

[일요신문] 코로나19 치료를 받던 생후 13개월 된 강유림 양을 약물 과다투여로 숨지게 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혐의를 받는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들이 실형에 처해졌다.

제주대학교병원 집행부가 지난 2022년 4월 28일 병원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코로나19 치료를 받다 숨진 12개월 영아 사건과 관련해 의료사고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11일 오전 업무상 과실치사, 유기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제주대병원 수간호사 A 씨(50)에게 징역 1년, 간호사 B 씨(30)와 C 씨(31)에게는 징역 1년 6개월과 1년 2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최근 출산한 B 씨는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간호사 C 씨는 지난해 3월 11일 제주대병원 코로나 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강 양에게 기관지 확장이나 심장박동수 증가에 쓰이는 에피네프린 5㎎을 정맥주사로 투약했다. 영아에게 정맥 주사를 통해 에프네프린을 투여할 시 적정량은 0.1mg이다. 에피네프린 5㎎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로 투약하라는 담당 의사의 지시와 달리 직접 주사 시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한꺼번에 투약했다.

강 양의 상태는 악화됐고, 응급처치에 나선 수간호사 A 씨는 이 같은 투약 오류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간호사들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강 양은 당일 오후 7시 32분쯤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하루도 채 안 된 다음날 오후 5시 48분쯤 숨졌다. 사망 원인은 급성 심근염으로 에피네프린 과다 투여 시 나타나는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우리 사회가 병원과 의사, 간호사에 대해 가져온 깊은 신뢰를 크게 훼손한 것으로, 대학병원에서 이런 은폐 행위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유족을 위해 각 5000만원을 공탁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들이 당시 코로나19 대유행 시점에서 어려운 근무환경에서 격무로 일했던 점 등을 양형사유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