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대국 석권 신진서 대면 대국으로 잡겠다 의지…신 “쉽게 흔들렸던 건 예전 일” 일축
모니터가 아닌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 대회의 시작은 중국이 주최하는 제1회 난가배 세계바둑오픈전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초 일본에서 제5회 센코컵 월드바둑여자최강전이 열린 적이 있으나, 센코컵은 초청전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세계대회로 보긴 어렵다.
난가배 세계바둑오픈은 5월 4일 개막해 9일까지 중국 저장성 취저우 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4일 개막식 및 추첨식을 시작으로 5일 32강전, 6일 16강전, 8일 8강전, 9일 4강전을 치러 최종 결승 진출자까지 가려낸다.
#한국 8명 등 32강 토너먼트로 치러져
난가배는 천부배 이후 5년 만에 중국에서 주최하는 세계바둑대회다. 우승상금은 180만 위안(약 3억 4000만 원)으로 국내 주최의 삼성화재배, LG배보다 많다.
난가(爛柯)는 바둑을 일컫는 또 다른 이름이다. ‘도끼자루가 썩는다’는 뜻이다. 난(爛)은 ‘문드러질 란’, 가(柯)는 ‘자루’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중국 진(晉)나라 때 왕질이라는 사람이 깊은 산 속에서 두 신선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는 동안에 도끼자루가 썩어 문드러져 버리고, 마을에 돌아와 보니 아는 사람이 다 죽고 후손들밖에 없었다. ‘술이기(述異記)’에 나오는 고사다. 흔히 재미있는 일에 몰두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을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하는데 이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지금도 중국 저장성에 난가산이 존재하는데 저장성 취저우 시에서 이를 가져다가 제1회 난가배 세계바둑오픈 대회를 만들었다. 9회 대회까지 중국 내 기전으로 개최해 오다가 올해부터 세계대회로 규모를 확장했다. 32강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본선엔 한국 8명, 주최국 중국 15명, 일본 5명, 대만 2명, 북미와 유럽 각각 1명이 출전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이 각각 랭킹시드와 국가대표 상비군 시드를 받았고 원성진, 강동윤, 안성준, 변상일, 한승주, 박건호 9단이 선발전을 통과하며 8명의 출전 선수를 모두 확정했다.
최근 세계대회에서 한국에 밀려 도전하는 입장이 된 중국은 본선 32강에 15명이 출전해 그야말로 인해전술을 펼친다. 양딩신, 구쯔하오, 딩하오, 리쉬안하오(이상 4명 국가시드), 커제(와일드카드)가 시드를 받았고 탕웨이싱, 셰얼하오, 장웨이제, 타오신란, 탄샤오, 차오샤오양, 자오천위, 리친청, 롄샤오, 리웨이칭(이상 10명 선발전)이 선발전을 통과하며 출격 채비를 갖췄다.
일본은 전원 타이틀 보유자들로 꾸렸다. 이치리키 료(기성), 시바노 도라마루(명인), 이야마 유타(본인방·왕좌·기성), 세키 고타로(천원), 쉬자위안(십단) 등 일본 7대 기전 타이틀 보유자들이 모두 출전한다.
대만은 랭킹 1위와 2위 쉬하오훙 9단, 라이쥔푸 8단이 출전하며, 유럽은 파월 리시(슬로바키아), 북미는 양카이원 초단이 출전한다.
#세계 최강 신진서, 치팅 의혹 리쉬안하오에 눈길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대면 대회인 만큼 과연 누가 정상을 차지하느냐가 큰 관심거리다. 현 세계 최강이라 평가받고 있는 신진서는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대회가 온라인 대국으로 전환됐던 시기에 각종 기전을 석권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신진서의 기량에 의심을 품는 시선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력이 센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 벌어졌던 중국 기사들과 대결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던 신진서를 오프라인에서 잡아보겠다는 것이 중국의 계산이다.
이에 대해 신진서는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온라인 대국에서 대면 대국으로 바뀌면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다. 그 부분이 부담스럽긴 하다. 하지만 그 외 걱정되는 부분은 없다. 쉽게 흔들리고 승부처에서 급해졌던 건 예전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맥심커피배 우승 후 지금이 자신의 전성기라고 말했던 신진서가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세계대회 대면 대국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난가배에선 최근 중국 내 기전에서 치팅(부정행위) 논란을 일으켰던 리쉬안하오 9단에게도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양딩신 9단이 자신의 기사직을 걸고 강력하게 리쉬안하오의 치팅 의혹을 제기했으나, 오히려 증거불충분으로 6개월 자격정지를 받은 바 있다.
치팅 논란 이후 세계대회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미는 리쉬안하오가 과연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 그리고 대면 대국으로 전환된 시점에서 중국바둑협회가 치팅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제1회 난가배 세계바둑오픈전의 상금은 우승 180만 위안(약 3억 4000만 원), 준우승 60만 위안, 4강 패자 20만 위안, 8강 패자 10만 위안, 16강 패자 5만 위안, 32강 패자 3만 위안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