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0년 전 전문가들 “표절 아니다” 일축…원저작자도 아닌 일반인이 작곡자 아닌 가수 고발 ‘황당’
일견 정의롭게 들리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앞선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이슈와는 달리 뜨뜻미지근하다. 이번 고발의 배경을 두고 의심어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표절이 아니라는 전문가와 실제 원곡 작곡가들의 판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저작자가 아닌 일반인이 고발에 나선 것을 두고 의도적인 연예인 흠집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월 8일 A 씨는 아이유의 곡 ‘분홍신’ ‘좋은날’ ‘삐삐’ ‘가여워’ ‘부(Boo)’ ‘셀러브리티(Celebrity)’ 등 총 6곡이 해외 및 국내 아티스트의 음악을 표절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며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저작권법 위반죄는 피해자인 원저작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가 이뤄지는 친고죄이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지적재산권 등을 복제, 공연, 공중 송신, 전신,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의 경우’에 한해서는 제3자 역시 고발이 가능하다는 게 A 씨 측의 주장이다.
고발된 곡 가운데 ‘분홍신’은 독일 출신의 일렉트로닉 재즈 듀오 넥타(Nekta)가 2009년 발매한 곡 ‘히어스 어스(Here's Us)’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2013년 아이유의 앨범 발매 직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아이유의 소속사였던 로엔엔터테인먼트는 ‘분홍신’의 작곡가 이민수와 외부 음악전문가의 의견을 검토했다며 “‘히어스 어스’의 일부 멜로디와 ‘분홍신’의 두 번째 소절은 멜로디는 유사하게 들릴 수 있으나 두 곡의 코드 진행은 전혀 다르다”며 “또 곡의 핵심적인 파트인 후렴구와 첫 소절, 곡의 후반부 브릿지 파트 등 곡의 전체적인 멜로디와 구성, 악기 편곡 등이 전혀 다른 노래임을 밝힌다”고 해명했다.
같은 시기 작곡가 김형석과 방시혁 등 전문가들 역시 표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방시혁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유의 ‘분홍신’이 표절이면 그 많은 스윙재즈 곡들은 거의 전곡이 서로 표절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고, 김형석 역시 “비밥 스윙은 빠른 템포의 곡이다 보니 보편적으로 리듬의 형태가 비슷하다. 빠른 일렉트로닉 댄스곡의 리듬구성들이 비슷하듯이. 그것을 표절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평론가 배순탁도 “이게 표절이면 존 메이어 블루스 곡은 몽땅 표절이다. 딱 들어도 코드 진행이 완전히 다르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미 10년 전에 전문가들의 검증이 끝난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린 데에는 고발인 A 씨가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 외에 아이유를 향한 일부 대중들의 사적인 반감이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고발 대상이 된 곡들은 아이유가 싱어송라이터로 전환하기 전의 곡이 대부분이라 가수가 아닌 작곡자를 고발해야 함에도 아이유를 고발한 것 역시 공익보단 가수에 대한 부정적인 사감으로 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좋은 날’과 ‘분홍신’을 작곡한 이민수 작곡가는 5월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좋은 날’ 그리고 ‘분홍신’을 작업할 때 타인의 곡을 참고하거나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았다”고 재차 해명했다. 또 ‘삐삐’를 작곡한 이종훈 작곡가 역시 표절 의혹을 일축하며 “일차적으로 표절 고발에 대한 대상을 잘못 고른 것에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지식재산권)이라 함은 작곡가의 영역이지 가수의 영역이 아니다. 고소 또는 고발을 하더라도 작곡자인 저에게 하는 것이 적합한 상황”이라며 “이차적으로 표절은 친고죄에 해당하므로 제3자의 고소 또는 고발이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 이는 필시 아티스트를 흠집 내려는 의도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유의 경우는 다른 여성 솔로 가수들과 달리 유독 다소 황당한 이유로 안티들의 공격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지난 2019년 불거졌던 부동산 투기설이 가장 큰 시발점이었다. 2018년 2월 아이유가 매매한 경기도 과천의 한 건물과 토지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발 호재를 통한 시세 차익을 노리고 투기를 위해 매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당시 소속사의 이례적으로 빠른 대응과 함께 투기 목적이 아니라 아이유의 개인 업실 겸 어머니의 액세서리 판매점으로 실제 사용하기 위해 매매한 사실이 밝혀진 점, “투기가 이뤄질 만큼 시세 차익이 크게 나는 지역이 아니”라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 등이 이어지며 이 논란은 빠르게 사그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가짜뉴스를 통해 아이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집단의 형태를 갖춘 이들이 이전보다 심각한 루머를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이는 앞서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대학을 나왔다는 사실을 허위라고 주장한 다수의 네티즌들이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개설하고 타블로에게 학력 위조 누명을 씌웠던 이른바 ‘타진요’의 행태와 유사하다. 당시 타진요는 대학 측이 타블로의 졸업 사실을 수차례에 걸쳐 확인시켜 줬음에도 이를 믿지 않고 허위 주장을 반복해온 바 있다.
이번 아이유 표절 의혹 제기의 중심에 있는 네티즌들 역시 아이유의 곡이 표절했다는 원곡의 작곡가 등을 찾아가 이를 알렸다가 원작자들로부터 모두 “별로 비슷하지 않다. 표절로 보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고도 표절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의혹을 제기해 온 유튜버 ‘가치’ 역시 고발된 곡들을 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하며 “만일 표절이 맞다면 아이유는 곡을 구입해서 노래를 부른 가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가 되는데 왜 이 책임을 피해자에게 묻고 각각의 작곡가들에게는 고발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발된 6곡 가운데 아이유가 작곡에 참여한 곡은 ‘셀러브리티’뿐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음악 이론이나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표절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아이유에게 악질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겐 전혀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이 고발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더라도 ‘아이유가 돈으로 매수한 것’이라고 주장할 게 뻔하다. ‘타진요’처럼 본인들이 믿는 게 진실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미 이들로부터 오랜 기간 고통 받아온 만큼 아이유 측은 물론, 고발 대상이 된 곡의 원작곡자들도 고발인과 각종 의혹 제기 네티즌들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설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5월 12일 공식입장을 내고 “현재까지 수사기관과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한 바를 종합하면 고발인은 작곡가들을 상대로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아이유만을 상대로 하고 있다”며 “일부 작곡가들이 표절이 아니라고 하는 상황 속에서도 저작권과는 아무 관계없는 제3자가 무리하게 가창자인 아이유만을 고발한 것은 오로지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흠집 내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명백히 잘못된 이러한 고발에 대해서 수사기관이 신속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으며 그 결과에 따라서 무분별한 고발을 한 고발인 등에 대해서도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