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이재명 후보 수행 당시 위믹스 137만 개 보유 추정…NFT 기술 활용 ‘이재명 펀드’ 기획 도마 위
#김남국 탈당 후폭풍
5월 14일 오전 김남국 의원이 민주당에서 탈당하면서 당 차원 진상조사엔 제동이 걸렸다. 당 진상조사단과 윤리감찰단이 무소속 신분의 김 의원을 강제조사할 권한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제출 요청된 자료 중 제출받지 못한 것이 상당히 존재했다”며 “이용 거래소, 전자지갑, 거래코인 종목, 수입 등 거래 현황 관련해서는 제출받지 못했다”고 했다.
5월 14일 오후 민주당은 쇄신 의원총회 결의안을 채택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결의문을 직접 낭독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호흡하지 못했고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졌으며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 통렬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의원 탈당으로 책임 회피하지 않을 것 △윤리규범 엄격히 적용할 것 △윤리기구 강화 △국회의원 재산 투명성 강화 △당의 근본적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를 두고 후폭풍이 거셌다.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한다는 내용이 최종 결의안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5월 15일 비명계 한 최고위원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리위 제소가 결의문에서 왜 빠졌냐”고 지적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당이 계속 조사하기로 했는데 곧장 윤리위에 보내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5월 15일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리위 제소를 결의안 첫 번째 항목에 올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빠졌다”며 “윤리특위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변재일 의원이니 빨리 소집해 김남국 의원 건만 처리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도 결의안에선 김 의원 이름이 아예 빠졌다”고 비판했다.
비명계에선 이재명 대표를 겨눴다. 5월 16일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지금 ‘사법 리스크’가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 리스크’”라며 “김남국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 대표의 최측근 7인회이기도 하고, 또 대선 때 수행실장도 하고 어마어마한 측근이다. 그런 사람이 비위에 연루가 돼서 벌써 한 열흘 가까이 지났고 또 제대로 해명도 안 되고 사태는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는데, 제대로 맺고 끊고를 하는 게 전혀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당 대표 리더십, 정무적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5월 17일 김남국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당 차원의 조사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더 지체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의 지시로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향한 당내 여론이 심상치 않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선 자금 겨눈 여당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대선 자금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5월 15일 국민의힘은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조사단은 김 의원의 코인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공직자윤리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가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합법화를 찬성한 것과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활용한 ‘이재명 펀드’ 기획·출시 관련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5월 16일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특보단 반대에도 불구하고 P2E 합법화를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로비 의혹’도 살펴보겠다”고 했다. 김희곤 TF 위원은 “대선 당시 게임업체 코인 로비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위한 계좌추적이 필수”라며 “검찰의 계좌 추적이 이뤄지면 P2E 업계 로비 자금이 있었는지 여부, 그 자금이 당시 대선 자금으로 관리 사용됐는지 여부, 또 수익 얻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등을 활용한 불법 거래가 있었는지, 그게 이해충돌인지, 의혹이 낱낱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이 5월 14일 탈당한 것을 두고서도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각시켰다. 5월 15일 TF 단장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당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 김남국 의원은 결국 어제(14일) 탈당했다”며 “김 의원에서 시작된 ‘코인게이트’가 이재명 대표의 지난 대선 당시 사모펀드 조성 경위로까지 이어지자 불안한 듯하다”고 했다.
5월 15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SNS(소셜미디어)에 “이재명 대표와 김남국이 코인공동체였기 때문이 아닌지, 그래서 서둘러 탈당시키고 진상조사를 중단시킨 것은 아닌지 이 대표 스스로 밝혀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캠프 때 무슨 일이?
여당에선 이재명 대표의 대선 후보 시절 가상자산 관련 행보에 주목한다. 2021년 11월 11일 이재명 후보는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소득에 붙는 과세 시점을 2022년에서 2023년으로 1년 미루고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시 이 후보가 청년 표심을 얻고자 정부 방침을 뒤집었다는 논란이 불거졌었다. 2021년 11월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가상자산 과세를 준비했는데 유예를 동의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반대했다.
앞선 2021년 7월 김남국 의원은 노웅래 의원의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소득세법 개정안)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2021년 12월 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노웅래 의원 개정안 대신 정부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2022년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과세유예를 재차 연장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이해충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5월 9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의원이 2021년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발의에 참여한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5월 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막대한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보유할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법안을 발의, 이로 인한 직접적 이익을 볼 수 있음에도 이해충돌 방지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국회법상 징계 사유”라며 “김남국 의원은 보유재산 미신고, 이해충돌 미신고와 관련하여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당시 NFT 및 P2E 합법화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2021년 12월 20일 이재명 대선 후보는 ‘김성회의 G식백과’에서 “NFT는 새롭게 열린 시장이며 이제는 삶에 상당한 중요 부분이 됐다. 그 비중은 점점 더 커져갈 것이다. NFT 게임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부정할 필요 없다. 이에 빨리 적응하고 활용하는 것이 낫다”라며 “P2E가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존재하는 현실을 '없는 거야'라고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해외에서 이미 활발한 산업이다. 무조건 금지하면 쇄국 정책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5월 17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후보 P2E 합법화 발언에 대해 “특보단 전체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캠프 내에서 후보에게 의견들을 정리해서 올릴 때 ‘특히 P2E는 위험한 폭탄이다. 이거 합법화하면 정말 청소년판 바다이야기가 터지기 때문에 큰일’이라고 전달했다”며 “이게 도대체 어떤 루트로 들어가서 저렇게 위험한 이야기가 왜 후보 입에서 나오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 회장은 이재명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위정현 회장은 블록체인 게임업계가 P2E 합법화를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5월 10일 한국게임학회는 “위믹스 사태와 관련해 여야 국회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전수 조사를 요구한다. P2E 업체와 협회·단체가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국회 관련자가 위믹스를 보유했다면 ‘위믹스 이익공동체’에 가담한 셈이 된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5월 11일 위메이드는 입법로비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일각에선 김남국 의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NFT 및 P2E 합법화 발언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재명 대선 후보 수행실장 겸 온라인소통단장이었던 김 의원이 위믹스 코인을 최대 137만 개(110억 원 상당)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는 “김 의원은 2021년 10월 1일 위믹스를 최초로 취득했다. 2022년 1~2월 사이 위믹스 코인 총 127만여 개 거래 기록이 남아 있었다. 김 의원의 또 다른 전자지갑에서 추가로 10만 개가 이체된 기록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인터뷰] ‘위믹스 저격수’ 변창호 “김남국 사건, 코인이 재산 인정되는 계기 되길”).
김남국 의원이 지난 대선 때 NFT 기술을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기획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2년 2월 7일 김남국 선대위 온라인소통단장은 “블록체인 기반 NFT를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 코인 가격 상승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재명 펀드 발표 당일 위믹스 코인 가격은 7521원이었고, 다음날 8323원까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당시 김 의원이 거액의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던 시기인 만큼 이해충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2021년 12월 김남국 의원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면서 ‘게임머니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암호화폐)를 말한다’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만약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P2E 합법화가 이뤄져 위믹스 등 P2E 코인 가격이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거액의 P2E 코인을 보유한 김 의원이 상당한 이익을 취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관련기사 정치인의 숨겨진 돈관리 문제? 김남국 코인 논란 검찰 수사 로드맵).
'미르4' 흥행하자 너도나도…P2E 게임 뭐기에?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 게임을 하면서 얻은 아이템을 가상화폐나 NFT로 바꿔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게임사 중 위메이드가 P2E 게임 선두 주자로 꼽힌다. 2020년 10월 위메이드가 발행한 P2E 코인 위믹스는 빗썸에 처음 상장됐다.
이후 2021년 8월 출시된 P2E 게임 ‘미르4’는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미르4’ 개발사인 위메이드맥스 주가는 폭등했다. 2021년 12월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1월 4일부터 12월 30일까지 위메이드맥스 주가는 1502.76% 상승하며 그해 주가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모회사인 위메이드 역시 814.7%의 상승률로 3위를 기록했다.
‘미르4’ 성공을 바라본 엔씨소프트, 넷마블, 컴투스 등의 게임사들이 NFT 및 P2E 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앞다퉈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시켰다. 현재 넷마블의 마브렉스(MBX), 카카오게임즈의 보라, 컴투스그룹의 엑스플라(XPLA), 네오위즈홀딩스의 네오플라이 등이 있다. 마브렉스와 보라는 김남국 의원이 거래했던 코인이기도 하다.
현행법상 국내에선 P2E 게임을 출시할 수 없다. 게임산업법 32조에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나트리스는 P2E 게임 무돌삼국지를 국내에 출시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그해 12월 10일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나트리스에 등급분류결정 취소를 통보했다. 나트리스는 게임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올해 1월 법원은 해당 게임의 유통 금지가 합당하다며 게임위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부처가 P2E 게임 관련해 엇박자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위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P2E 게임을 두고 상반된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게임위는 앱마켓에서 유통되던 P2E 게임 및 NFT 게임 총 32개를 적발해 퇴출시켰다. 반면 콘진원은 P2E 게임을 신성장 게임으로 분류해 최대 5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