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팬 반발에도 프리미어 시사회 ‘호평 일색’…뉴진스 다니엘이 에리얼 더빙 맡아 K팝 팬덤에도 어필
#“내 인어공주는 이렇지 않아!” 역인종차별 반발도
‘인어공주’의 실사영화는 캐스팅이 발표되면서부터 원작 팬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쳐야 했다. 1989년 원작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붉은 머리의 백인 캐릭터로 등장한 주인공 에리얼을 맡게 될 배우가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로 알려지자 그가 흑인이라는 점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2010년대 들어 PC주의에 따라 다양한 인종과 사회적 소수자 캐릭터들을 본격적으로 작품에 포함시키기 시작한 디즈니가 흑인들의 눈치를 보느라 백인 캐릭터를 흑인으로 바꿔치기하며 도리어 백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베일리가 등장하는 유튜브 예고편이나 홍보영상에는 ‘좋아요’보다 ‘싫어요’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가 하면, 일부 원작 팬들은 트위터 등에서 ‘나의 에리얼이 아니야(Not My Ariel)’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디즈니에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아역 배우 출신이지만 드라마와 스크린을 통틀어 이번 ‘인어공주’가 베일리의 첫 주연작이라는 점을 두고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기회를 부여 받은 것이 아니냐는 근거 없는 추측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인어공주’의 감독인 롭 마셜이 직접 인터뷰를 통해 “베일리가 첫 번째 오디션 참가자였는데 그의 노래를 듣고 나는 울고 말았다.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 뒤의 오디션에서 다른 사람도 찾아보려 했지만 (베일리가 만들어낸) 기준을 넘어서는 이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베일리가 부른 ‘인어공주’의 대표곡 ‘저 곳으로(Part of Your World)’가 공개되자 그를 비난하던 원작 팬도 “노래 실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서 유독 높은 ‘비난 기류’ 흥행에 영향?
해외에서 할리 베일리의 에리얼 캐스팅을 반대하는 이들이 대부분 원작 팬이라면, 한국은 원작과는 크게 상관없는 이들이 비난을 퍼붓고 있어 또 다른 인종차별 이슈를 낳았다. “원작의 에리얼만큼 실사 에리얼이 예쁘지 않다”는 것이 비난의 주된 이유였다.
주로 20~30대 남성들이 모인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이런 움직임이 유튜브나 트위터로까지 그대로 이어지며 이들의 도 넘은 인종차별 발언이 해외에 번역돼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해외 네티즌들은 어린 여자아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해 제작되는 디즈니 프린세스 무비의 특성상 사실상 원작에 대한 추억이나 애정이 거의 없는 이들이 극심한 비난의 선봉에 서있다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해외 영화 시장에서 한국은 흥행의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에 디즈니 역시 한국의 초반 흥행 성적에 큰 관심을 보이며 비난 일색이던 국내 여론을 예의 주시해 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본격적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는 현재로서는 이들의 비난 여론이 실관람객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품 특성 상 어린아이를 둔 가족이 관람객의 대부분이 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미 역인종차별과 미스 캐스팅 이슈를 뛰어넘는 해외 호평이 나온 만큼 국내 관객들의 기대도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이번 ‘인어공주’의 흥행이 ‘알라딘’의 발자취를 따라갈 것인지에도 기대가 모이고 있다. ‘알라딘’ 역시 램프의 요정 지니 역의 윌 스미스가 미스 캐스팅 논란을 맞닥뜨리면서 한국 개봉 초기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흥겨운 노래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 실관람객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역주행으로 1000만 관객을 달성해 냈다. ‘인어공주’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대표곡 ‘저 곳으로(Part of Your World)’와 ‘저 바다 밑(Under the Sea)’ ‘입 맞춰(Kiss the Girl)’ 등에 이어 새롭게 더해진 신곡들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K팝 인기도 한몫? 뉴진스 다니엘 더빙도 눈길
그런가 하면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다니엘이 ‘인어공주’의 한국어 더빙판에서 에리얼을 맡아 K팝 팬들의 환호를 불러왔다. 5월 17일 유튜브에 공개된 다니엘의 ‘저 곳으로’ 가창 영상은 만 하루 만에 397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실사 배우인 할리 베일리의 영상과 마찬가지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디즈니 측에 따르면 에리얼의 솔로곡 ‘저 곳으로’는 10대 소녀 에리얼의 순수함과 노래 중간의 목소리 연기가 돋보이는 곡으로 OST 가창과 더빙 연기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것이 캐스팅의 필수 조건이었다. 다니엘 역시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거쳐 가창과 대사 오디션을 모두 통과해 디즈니 관계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에서 더빙 성우를 캐스팅할 때 누구보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디즈니가 전문 성우가 아닌 연예인을 온전한 주인공 캐릭터로 캐스팅한 것은 이번 ‘인어공주’가 최초로 알려졌다. 다니엘이 부른 에리얼의 솔로곡은 이미 공개돼 좋은 평가를 얻어냈지만 실제 연기에 대해서는 아직 기대와 우려가 반반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직전 작품인 ‘엔칸토: 마법의 세계’(2021)의 주인공 미라벨 역을 맡았던 뮤지컬 배우 함연지도 노래와는 달리 더빙 연기에서 혹평을 받았던 점을 생각한다면 한국과 호주 이중국적자로 한국어 발음이 서툰 다니엘이 과연 국내 관객을 만족시킬 만한 연기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그런 우려와는 별개로 다니엘의 에리얼 캐스팅은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핫 이슈’로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다니엘의 캐스팅 소식과 ‘저 곳으로’ 영상이 공개된 뒤 트위터 등 SNS에서는 많은 K팝 팬들이 ‘다니엘X에리얼’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응원의 글을 올렸다. ‘인어공주’ 세대가 아닌 해외 K팝 팬덤으로부터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본작과 더빙판 모두 순조로운 흥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