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던진 공 1루로 달리던 주자 등에 맞아…송구 실책 아닌 수비 방해로 판정해 ‘게임 종료’
시카고 컵스 소속이던 리조는 그해 5월 29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 8회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쳤다. 후속 타자 두 명이 모두 출루해 3루까지 갔고,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크리스 히메네스의 유격수 땅볼이 나오자 홈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결과는 포스아웃. 피츠버그 유격수의 홈 송구가 훨씬 빨랐고, 득점은 무산됐다.
그러자 리조는 곧바로 1루로 공을 던지려는 피츠버그 포수 엘리아스 디아스의 오른쪽 발목을 겨냥해 슬라이딩 태클을 감행했다. 타자 주자가 1루에서 아웃되는 것을 막으려는, 최악의 '비매너'였다. 리조의 태클에 중심을 잃고 쓰러진 디아스는 결국 1루에 악송구했고, 그 사이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아 컵스는 5-0으로 리드를 벌렸다.
심판진은 피츠버그의 요청에 따라 비디오 판독을 거쳤다. 그런데도 리조의 슬라이딩이 정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리조의 수비 방해를 거듭 주장하며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경기 후엔 심판 판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홈을 찍은 디아스가 몇 발자국 앞으로 나와 1루 송구를 시도하자 리조가 정상 주로를 이탈해 홈에서 떨어져 있는 디아스의 발목으로 미끄러지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리조는 경기 후 "의도적인 슬라이딩이었고, 좋은 플레이였다"고 당당하게 말해 야구팬의 분노를 키웠다.
MLB 사무국은 결국 다음 날 "리조의 슬라이딩을 재분석한 결과, 병살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주로를 바꿔 슬라이딩한 점을 확인했다. 규정을 위반한 수비 방해였고, 오심을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컵스 사령탑이던 조 매든 감독은 "이번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리조의 슬라이딩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해 빈축을 샀다.
NPB에선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상대의 수비 방해로 2014년 일본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는 '결정적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신 타이거스에 3승 1패로 앞선 채 5차전을 시작한 소프트뱅크는 1-0으로 앞선 9회 말 마무리 투수 데니스 사파테의 제구 난조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안타 하나면 우승 문턱에서 끝내기 역전패를 당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타석에 등장한 한신의 니시오카 츠요시는 사파테의 직구를 잡아당겨 1루 쪽으로 타구를 보냈다. 공을 잡은 소프트뱅크 1루수 아카시 겐지는 일단 홈으로 송구해 3루 주자의 득점을 막았다. 투아웃. 그리고 이번엔 포수 호소카와 도오루가 다시 1루로 던져 더블플레이로 경기를 끝내려 했다. 그런데 호소카와가 던진 공이 1루로 달리던 타자 주자 니시오카의 몸에 맞고 1루 파울 라인 밖으로 흘렀다. 그 사이 한신 2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왔다.
한신 더그아웃이 환호로 뒤덮이려던 그 순간, 심판진은 송구 실책이 아닌 수비 방해를 선언했다. 니시오카가 고의적으로 몸을 움직여 공에 맞았다고 판단한 거였다. 와다 유타카 한신 감독이 거칠게 항의했지만, 심판진은 경기 종료를 선언하고 심판실로 들어가버렸다. 소프트뱅크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달려나와 수비 방해로 확정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