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아내 밀쳤다며 ‘쌍방폭행’ 주장…“양쪽 혐의 인정돼도 남성 쪽에 높은 형 가능성”
#주차 시비에서 불거진 폭행 사건
A 씨는 과거 보디빌더 출신으로 인천 논현동 인근에 거주하며 한 체육관 소속 트레이너로 활동 중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A 씨는 임신 중인 아내 C 씨와 집을 알아보기 위해 아파트 상가의 부동산을 찾았고, 부동산 뒤편 주차장에 대놓은 차량에 휴대전화를 놓고 집을 보러 떠난 상태였다.
B 씨는 A 씨와 같은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시댁에 반찬을 주고 아파트 상가에 볼 일이 있어 용무를 마친 뒤 차를 빼려고 했다. 그러나 A 씨의 차가 B 씨 차량을 가로막고 있었다. B 씨는 A 씨에게 전화를 8통이나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기다리다 A 씨 부부가 나타나자 화가 난 B 씨가 “상식적으로 여기에 차를 대면 안 되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이자 A 씨도 같이 언성을 높이며 시비가 붙었다. 결국 A 씨가 B 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현재 B 씨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변보호 요청까지 했다고 알려졌다.
5월 24일 오후 1시 30분쯤, 일요신문이 체육관을 찾아가 보니 A 씨는 변호사와 통화가 한참이었다. 변호사와 통화를 마친 뒤 A 씨는 “내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부분도 남아있다”며 “오늘부로 체육관을 그만두게 됐다. 체육관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니 체육관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없게끔 해 달라. 시시비비가 가려지면 연락하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쟁점은 임산부를 밀쳤는지 여부
A 씨는 일요신문과 만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부분도 남아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B 씨가 C 씨를 폭행했는지 여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JTBC 인터뷰에서 “임신한 아내를 B 씨가 먼저 밀쳐서 화가 났다”며 “아이가 유산되기 일보 직전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B 씨는 JTBC 인터뷰에서 “배를 가리키면서 임신한 사람이 그러면 어떡하냐고 말하자 먼저 욕설을 하며 위협했다”며 “먼저 밀친 적 없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주장이 오고가는 가운데 한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녹음 파일에는 B 씨가 “신고해 주세요” “경찰 불러요”라고 다급하게 외치자 임산부인 C 씨가 욕설을 하며 “나 임신했는데 맞았다고 그러면 돼”라고 말하는 음성이 담겨 있었다. 이후 실제로 A 씨는 B 씨가 임산부인 아내 C 씨를 먼저 밀쳤다고 주장했다. 다만 녹음 파일에서 들린 C 씨의 말이 임산부 폭행을 지어내 주장하면 된다는 의미인지, 실제로 B 씨에게 맞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주장하면 된다는 의미인지는 불분명하다.
취재 결과 사건 당시에 대한 확실한 목격이나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 현장 바로 뒤편에 경비실이 있었지만 당시 근무했던 경비원은 “그 일은 알고 있지만 누가 먼저 밀쳤다는 등 자세한 사항은 직접 보거나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경비실에는 주차장을 볼 수 있는 CC(폐쇄회로)TV 화면이 여러 개 있었지만 사건 장소 방향을 찍는 CCTV는 없었다.
A 씨가 찾은 부동산 업자도 사건을 목격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부동산 업자는 “집을 보여준 뒤 돌아와 전화도 받고 다른 일을 처리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바로 옆에서 사건이 일어났지만 본 바는 없다”고 전했다. 다른 상가 상인들 역시 “경찰차가 와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지 본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 “최대한 공정하게 수사 진행 중”
사건 발생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본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 제공한 한 상인은 “사건 당일 오후 1시쯤 경찰이 찾아와 블랙박스 영상을 복사해 가져갔다”며 “경찰 말로는 촬영 각도 상 먼저 밀쳤다든지 임산부의 배를 찔렀다는 등의 정황이 찍히지는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옆 음식점 점주는 “들리는 말로는 A 씨가 ‘목격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건다더라. 당시 사건 장소를 정확히 찍은 영상은 구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전했다.
형사법 전문인 전범진 변호사는 “임산부를 밀친 사실이 분명하다면 쌍방 폭행도 성립할 여지가 있다”며 “남성의 대응이 과한 측면도 크지만 밀친 행위 역시 유형력 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양쪽에 전부 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잘못이 5 대 5로 같다는 뜻은 아니”라며 “만약 재판으로 간다면 대응 정도가 심했던 남성 쪽에 보다 센 형이 내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경찰은 A 씨 부부를 공동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B 씨에 대해서도 폭행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혀 어느 정도 쌍방폭행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담당 경찰은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사건에 관해 말해 줄 수 없지만 최대한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주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