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지사, 미·영·중·독 대사들과 릴레이 회동…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론 디샌티스까지 만나
김동연을 찾는 해외 인사들의 행렬은 도지사 취임 초부터 남달랐다. 취임 당월인 2022년 7월 콜린 크룩스(Colin Crooks) 주한영국대사가 시작이었다. 콜린 크룩스 대사는 경기도청을 찾아 김 지사와 기후변화 문제, 여성, 인구 위기, 세계정세, 남북 관계, 경제위기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전 세계적 관심사인 기후 위기 대응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2022년 8월은 미하엘 라이펜슈툴(Michael Reiffenstuel) 주한독일대사의 차례였다. 이날 만남은 김 지사와 한독관계 및 경기도와 독일의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는 라이펜슈툴 대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날 김동연 지사와 미하엘 주한독일대사는 경기도와 독일 간 친환경 기술과 새싹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경기도를 찾는 각국 대사들의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아리스 비간츠(Aris Vigants) 주한 라트비아 대사는 김동연 지사와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 확대를, 타마라 모휘니 주한캐나다 대사대리(Charge d'Affaires a.i Ms. Tamara Mawhinney)는 인적교류와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체 간 협력관계 구축을 논의했다.
2022년 10월에는 나이젤 토핑(Nigel Topping) 유엔기후변화협약(COP26) 기후대응 대사가 경기도를 찾아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을 위한 영국과의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 자리에서 “경기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3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우리 삶 속에서 체화가 돼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얼마나 기후 위기 대응에 자신이 있는지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11월에는 필립 골드버그(Philip S. Goldberg) 주한 미국대사가 경기도청을 찾았다. 김 지사는 “한국과 미국은 전통적인 동맹관계이고 군사와 경제동맹을 넘어서 최근에 가치동맹까지 같이 하고 있다”며 “경기도에 방문하신 김에 가치동맹을 뛰어넘는, 일종의 혁신동맹을 같이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필립 골드버그 대사는 “한미 양국은 과학기술이나 혁신에 있어서 전 세계를 이끄는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손을 함께 맞잡고 힘을 합칠 때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갑게 화답했다.
미국 대사가 경기도를 찾자 중국 대사가 이에 질세라 경기도를 찾았다. 12월 14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감사패를 들고 경기도청을 찾았다. 감사패에는 ‘귀하께서는 중한관계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으므로 중한수교 30주년에 즈음하여 본 감사패를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주한중국대사관이 수여하는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감사패를 받은 광역자치단체장은 김동연 지사가 처음이다.
이날 김동연 지사와 싱하이밍 대사는 세계 경제정세와 미래 신산업 협력, 미래세대 교류, 한반도 평화, 탄소중립, 문화콘텐츠 협력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경기도의 대(對) 중국 교역 규모다.
경기도의 대 중국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985억 달러(32.8%)로 중국은 경기도의 최대 교역국이다. 경기도의 대 미국 교역 규모가 지난해 기준 444억 달러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2배가 훌쩍 넘는 수치다. 도내 수출기업 중 33.9%에 달하는 1만 1512개사가 대중국 수출기업일 정도로 경기도와 중국은 긴밀한 경제협력 파트너라 할 수 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싱하이밍 대사에게 “우호협력을 넘어 경제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하며 세계 2강과의 친분을 고르게 쌓아나갔다. 실리와 명분 모두를 잡는 행보다.
이외에도 캐서린 레이퍼(Catherine Raper) 주한 호주대사, 아밋 쿠마르(Amit Kumar) 주한 인도 대사가 경기도를 찾아 탄소중립과 정보기술(IT) 등 미래혁신산업, 인적 교류와 반도체, 전기차 등 미래 신산업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5월 18일에는 쥐스탱 트뤼도(Justin Pierre James Trudeau) 캐나다 총리를 만나 6·25 가평전투에 참전했던 캐나다군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캐서린 레이퍼 대사의 경우는 2021년 7월 김동연 당시 유쾌한 반란 이사장을 호주대사관으로 초청해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눴던 인연이 있다. 트뤼도 총리와는 2017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재임 시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양국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30년간 경제 관료, 장관, 부총리를 지내며 쌓아온 인맥이 두드러진 장면이다.
이 중 백미는 지난 4월 26일에 서울에서 일어났다. 차기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국제무역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에 온 것이다. 김동연 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정책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혁신 동맹을 제안하기도 했다.
차기 미국 공화당의 미래로 불리는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김동연 지사를 만나자 이 회동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많았다. 특히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한국에서 만난 사람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한덕수 국무총리밖에 없다는 것으로 알려지며 김동연-디샌티스 두 사람의 만남이 양국의 미래를 암시하는 장면이 아니겠냐는 전망도 나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