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성장 집중 성과 있지만 BIS 비율 하락 부담…케이뱅크 “자본 확충 고민 중, 적기에 IPO 재추진”
#케이뱅크, 공격적인 사업 확대
케이뱅크가 잇따라 신상품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도이치모터스, 차란차와 자동차금융 업무제휴(MOU)를 맺고 자동차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지난 5월 24일 밝혔다. 도이치모터스는 BMW의 공식 딜러사고, 차란차는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온라인 중고차 매매 플랫폼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자동차 대환대출(대출을 받아 이전 대출금을 갚는 방식) 상품을 출시하고 연내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5월 17일에는 오아시스마켓과 함께 케이뱅크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했다. 케이뱅크 앱을 통해 오아시스마켓을 방문하면 케이뱅크 멤버로 전환되는데, 케이뱅크 멤버들은 9900원 이상 결제하면 1일 1회에 한해 5000원의 새벽배송비 없이 무료배송이 가능하다. 케이뱅크 멤버가 케이뱅크페이로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최대 3%의 적립금을 지급받는다. 반대로 오아시스마켓 앱을 통해 케이뱅크 신규 계좌를 개설하면 5000원의 할인 쿠폰이 증정된다.
케이뱅크는 자동차 대출 상품을 통해서는 대출 이자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고금리 상황으로 이자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의 대환상품 수요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오아시스마켓과 공동으로 개발한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서는 결제 수수료 수익과 계좌 개설 고객 증가를 꾀할 수 있다. 케이뱅크 앱을 통해 오아시스마켓에 접속하려면 케이뱅크 입출금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 케이뱅크는 KB증권, 스마트로와도 제휴 서비스를 내놨다.
최근 외형 성장에 집중하는 케이뱅크는 수익성에 대한 성과도 있었다. 수신(예‧적금) 잔액은 16조 640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14% 늘었다. 같은 기간 여신(대출) 잔액은 11조 9400억 원으로 11%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44%, 53% 뛰었다. 예‧적금 분야에서는 1분기에 파킹통장 플러스박스에 ‘바로 이자 받기’ 서비스를 추가했다. 대출 분야에서는 인터넷은행 최초로 고정금리형 전세대출을 출시했다. 1분기 말 케이뱅크의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충전이익)은 72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473억 원) 대비 53% 늘었다. 충전이익은 영업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충당금과 BIS, 그리고 IPO
케이뱅크는 건전성 강화에도 나섰다.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에 지난해 1분기(196억 원)보다 3배 많은 602억 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건전성 지표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지난해 말 221.75%에서 올해 1분기 276.11%로 증가했다. 연체율도 지난해 말 0.85%에서 올해 1분기 0.82%로 소폭 개선됐다. 다만 충당금 탓에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 245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04억 원으로 58% 감소했다.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케이뱅크는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2%까지 늘려야 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23.9%에 그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늘리면 수익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연체율이 상승할 공산이 크다. 부실채권에 대비하려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1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부실채권(NPL‧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94%로, 토스뱅크(1.04%)보다는 낮지만 카카오뱅크(0.43%)보다 높다.
문제는 건정성 강화를 위해 충당금을 쌓으면 BIS 비율이 하락한다는 점이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충당금을 높여 순이익이 줄면 자기자본이 감소해 BIS 비율이 낮아진다. 케이뱅크의 BIS 비율은 2021년 18.12%, 지난해 말 13.94%, 올해 1분기 13.55%로 감소 추세에 있다. 금융당국의 적정 권고 수준은 12%다.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35.26%)보다 낮고 토스뱅크(12.76%)보다는 높다. BIS 비율이 낮아지면 보수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영업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대출비중 목표치를 달성하면 위험관리비용과 대손비용 증가로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결국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BIS 비율은 시장 투자자에게 우리 주식을 사도 되는지 아닌지 시그널을 주는 의미가 있다. BIS 비율을 개선하려면 위험가중자산치가 낮은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이 줄어든다”고 했다.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 BIS 비율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대주주인 BC카드가 증자에 나서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증자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BC카드가 이미 케이뱅크에 증자를 많이 했고 자금 여력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1분기 말 기준 BC카드의 케이뱅크 장부가액은 8695억 원으로, BC카드 자기자본의 56%에 달한다. BC카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404억 원이다.
이러한 상황이 케이뱅크의 IPO 추진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주목 받는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이후 상장 준비를 해왔으나 올해 초 IPO를 잠정 중단했다. 케이뱅크는 당시 투자심리 위축 등 시장 상황 악화로 IPO 계획을 철회했다. 케이뱅크는 대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기에 IPO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주주 증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케이뱅크 입장에서도 IPO가 빠를수록 좋은 면도 있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올해 IPO를 재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올해 고객수나 월간활성이용자(MAU) 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1분기 이익이 다소 감소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긍정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상장을 하면 제값을 못 받을 확률이 높다. 아직 시장 상황도 좋지 못하다”며 “당장 손실이 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니 시장 상황이 좋아졌을 때 상장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핀테크(금융기술) 발달로 인터넷은행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SNS 등 네트워크를 활용한 마케팅에서도 인터넷은행은 상대적으로 열위다. 이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해야 성장성이 보이고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며 “케이뱅크는 공격적으로 성장세를 보여주려고 할 것 같다. 다만 연체율이 높아져 실적에 반영되면 기업가치 저평가 기간으로 돌입하기 때문에 IPO 시기를 놓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IPO 재추진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자본 확충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상장을 계속 추진 중인 상황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IPO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