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트라이 공장 정보기관 관계자들 사이 ‘핫플’…쌍방울과 정치권 연결고리 밝혀내는 실마리 될지 주목

이 전 부지사는 정치권에선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정치인이었다. 이 전 대표 보좌관을 지낸 뒤에도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왔다. 쌍방울 방직공장 방문은 ‘2017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중국 워크숍’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2008년 이화영 전 부지사가 만든 사단법인으로, 지금은 이해찬 전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쌍방울 훈춘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쌍방울 사외이사가 만든 사단법인 워크숍에 여당 의원인 이해찬 전 대표가 참석한 모양새였다. 쌍방울 훈춘 공장은 ‘이해찬 의원님 훈춘TRY 공장방문 환영, 길림트라이 직원 일동’이라는 현수막을 걸며 이 전 대표를 맞았다.
이해찬 전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 훈춘 공장을 방문한 1년 뒤 둘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이해찬 전 대표는 2018년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잡았다. 문재인 정부 2년차 당대표로서 여권의 최고 실력자로 평가받았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이 있기 전 이재명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2021년 국정감사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해찬 전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 훈춘 공장을 함께 방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2021년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쌍방울 공장이 중국 훈춘에 있다”면서 “이해찬 전 대표가 이 공장에 방문을 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사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 비호를 받아야 사업적으로 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여러 사람에게 접근했다”면서 “그중 한 사람이 이해찬, 또 한 사람이 이화영, 이화영·이해찬을 통해 이재명, 이렇게 연결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3년 3월 7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주변에 “김만배 씨가 자신과 친분이 깊었던 이화영 전 부지사를 통해 이해찬 전 대표를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후견인이 되도록 도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에 따르면 ‘이재명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이해찬 전 대표 지원이 결정된 뒤 “우리에게도 정치적 아버지가 생겼다”며 기뻐했다고 전해진다.

일요신문은 2022년 10월 14일 전직 정보사 대령 출신으로 두터운 ‘대북 파이프라인’과 정보분석 능력을 갖춘 전직 쌍방울 중국총괄 부회장 A 씨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A 씨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키맨으로 꼽히는 방용철 전 쌍방울 대표이사와 함께 사내이사로 등기됐던 인물이다.
A 씨는 2021년 5월 출범한 이재명 대선경선 외곽조직 ‘민주평화광장’ 주요발기인 454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평화광장은 민주당의 ‘민주’, 경기도 도정 가치인 ‘평화’, 이해찬 전 대표가 이끄는 연구재단 ‘광장’을 아우르는 연합체 성격 조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이해찬 연합체 성격을 가진 대선 외곽 조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주요 발기인 명단엔 안부수 아태협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관련기사 [단독] 이재명 외곽조직엔 왜? 쌍방울 대북사업 ‘키맨’의 정체).

소식통은 “훈춘 소재 길림트라이 공장은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핫플’로 여겨졌던 공간”이라면서 “북·중·러 접경지대 한 축을 형성하고 있었던 데다, 북한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폭이 컸던 까닭에 정보기관 관계자들 입장에서도 생생한 대북정보 수집 루트 중 하나로 애용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수사 내용을 살펴보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훈춘 현지 공장이 쌍방울·경기도·아태협의 대북사업 거점으로 활용됐다는 시선이 나왔다. 검찰이 확보한 이해찬 이화영 사진이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와 쌍방울 ‘관계’가 어떻게 정치권으로 확장했는지도 이 사진으로부터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 1심 판결문엔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한 항목도 명시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쌍방울은 철도·광물 등 6개 대북사업 우선권을 확보하고 북한 나진·선봉 지역에 공장을 건설하며, 중국 훈춘 공장에 북한 노동자 파견을 요구하기 위해 대북송금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