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종업원이 말동무만 해주는 스낵바 출입 주장…업계 관계자 “그곳은 클럽 밀집지, 스낵바 거의 없어”
이와 같은 사실은 유튜브 채널 ‘세이엔터’와 뉴데일리 보도로 알려졌다. 뉴데일리는 “프로야구 각 구단에서 선발 에이스나 불펜 에이스로 활약하는 정상급 투수 3명이 3월 8일, 11일 새벽까지 도쿄 아카사카에 위치한 고급 룸살롱에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세이엔터는 이들이 방문했다고 추정되는 업소의 마담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육성을 공개했다.
이에 KBO와 각 구단은 5월 30일 밤부터 진상 조사에 나섰다. KBO는 31일 음주자가 포함된 3개 팀에는 경위서를, 대표팀에 뽑힌 선수가 있는 9개 팀에는 사실 확인서를 요청했다. KBO는 31일 오후 “3명의 선수가 대회 기간 경기가 있는 전날 밤, 스낵바에 출입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3월 7일과 휴식일 전날이었던 3월 10일 해당 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최초 보도에서 거론된 날짜와 장소는 달랐다. 경기가 없는 날 밤에 마셨고, 여성 접대부가 없는 스낵바라고 했다.
6월 1일에 나온 이용찬과 정철원의 사과와 해명도 비슷하다. 3월 10일 일본전 패배 직후 이용찬은 당시 지인과 1차로 다른 곳에서 식사한 다음 2차로 도쿄 아카사카 스낵바로 이동해 가볍게 술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정철원과 김광현은 숙소에서 곧바로 해당 스낵바로 이동했고 나중에 이용찬 일행과 우연히 만난 것으로 보인다. 정철원과 김광현은 새벽 2시 30분경까지 머물렀다고 한다.
7일에도 술을 마셨다는 의혹을 받는 김광현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자세한 동선을 해명하지 않았다. 김광현은 “KBO 조사 중이고 충실히 조사를 받고, 거기서 나온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말이 엇갈리는 대목이 있다. 보도에서는 선수들이 간 곳이 클럽(크라브)이라고 했고, 선수들은 스낵바(스낙쿠)라고 했기 때문이다. 클럽과 스낵바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건은 진실게임으로 향하고 있다. 그들은 왜 클럽이 아닌 스낵바라고 강조했을까. 일본 업계 관계자들에게 클럽과 스낵바의 차이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일본 도쿄 아카사카 한국인 대상 유흥업소에서도 이 같은 소식이 화제라고 한다. 아카사카 유흥업소 관계자인 한국인 A 씨는 “야구선수 소식으로 최근 크라브들이 난리다. 전반적으로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스낵바는 여러 형태로 운영된다. 유흥업소라고 보기 애매한 곳들도 있다. 과거 일본 유흥업소 관련 업종에 종사했던 B 씨는 “시골 지역이나 노인 인구가 많은 곳에서 스낵바는 아침에 커피도 팔고 점심에 간단한 요깃거리도 판다. 어떤 경우는 부부가 같이 오기도 하고 아이를 데리고 방문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나쿠’라고 하면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배경으로 등장해 일정 부분 건전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B 씨는 “그럼에도 이들이 방문했다는 아카사카 스낵바는 다르다. 아카사카는 유흥업소 밀집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흔히 있는 스낵바는 테이블당 1명씩 종업원이 앉아 말동무를 해주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다만 흔히 생각하는 ‘터치’ 등은 하지 않는다. 시간 당 비용도 없다. 술값만 내면 된다. 술값도 아주 비싸진 않다”고 말했다.
반면 클럽은 여자 종업원이 손님 1명당 1명씩 앉는 게 기본이라고 한다. A 씨는 “최초 보도된 이들이 방문했다는 ‘크라브’는 소위 룸살롱과 비슷하다. 다만 스낵바와 클럽을 포함한 일본 유흥업소는 전부 오픈 형태다. 일본은 룸 형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유흥업소에 룸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클럽은 테이블 차지가 1인당 2만 엔이고 술값은 기본 5만 엔부터다. 인맥을 통하면 4만 엔도 가능하고 특별 인맥일 경우 3만 엔도 가능하긴 하다. 다만 라면을 포함해 모든 안주가 1만 엔이다”라면서 “스낵바는 때에 따라 몇천 엔으로도 가능하지만, 클럽은 최소 10만 엔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야구 대표팀이 찾은 아카사카는 클럽 밀집 지역이다. 아카사카에 클럽이 밀집한 건 이곳이 일본 고위 관료들이 많이 찾는 장소라는 점도 영향이 있다고 한다. 일본 최고 부촌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아카사카는 그 주변으로 일본 방위성과 국회의사당과 총리 대사관저, 영빈관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클럽이 20~30곳 있다.
보도와 해명이 엇갈리는 가운데 주목받는 글이 있다. 문제가 됐던 음주 파동 당일인 3월 11일 ‘에펨코리아’에 올라왔던 폭로 글이다. 당시 폭로 글을 쓴 이는 자신이 도쿄 거주자라고 밝히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대체로 비슷하게 예측했다. 글을 올린 3월 당시에는 ‘사진도 없이 어떻게 믿냐’며 비난받았지만 지금은 ‘성지’가 됐다.
당시 글과 최근 글에 따르면 작성자는 ‘난 클럽에서 목격한 게 아니다. 새벽 4시면 클럽 영업을 안 한다. 장소가 아카사카였고 시간대가 새벽이었으니 캉크라브(한국인 클럽)에서 놀고 온 것으로 추측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아카사카 외에는 한국인 운영 클럽(캉크라브)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 외에 신주쿠에 일부 클럽 형태가 있지만 고급 클럽이라고 하면 아카사카 외에는 없다”면서 “반면 아카사카에는 야구 선수들이 말하는 스낵바가 거의 없다. 소규모 클럽이라 스낵바로 보이는 곳은 있지만 아카사카는 대부분 클럽이다. 이들이 간 스낵바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구 대표팀이 방문한 곳이 클럽인지 스낵바인지를 포함해 선수들 해명이 사실인지는 KBO가 경위서를 바탕으로 면밀히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KBO는 이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KBO는 아카사카 해당 술집을 직접 방문하고, 선수들에게 영수증 같은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선수가 제출한 경위서가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퇴출 같은 엄중한 처벌을 내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BO는 조사 결과에 따라 상벌위 개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