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격한 AI 발전, 희미해진 예술 경계...저작권법 숙제↑
- 뽀로로, 격투게임, 아래아한글 등 저작권 스토리
- "태양에도 특허낼 것이야?" 상업적 이익 vs 공적인 기여
- 대구시,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대구예술발전소,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 등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 눈길
[일요신문] '저작권(copyright)'을 두고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문화·예술계는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의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자신의 창작물이 불공정 계약에 휩싸일까 봐 우려하고 있다. 한때 교육계에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되면서 저작권 관련 문의가 많았다. 현장 교사들이 수업자료로 활용했던 사진, 자료, 폰트조차 저작권이 걱정된 것이다. 하지만 창작은 모방에서 출발한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 보호도 있지만,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으로 '문화산업의 발전'을 목적으로도 하고 있다(저작권법 제1장).
최근 대구시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올바른 저작권 이용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에 나서고 있다.
'일요신문'이 저작권 강의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한국의 저작권법과 그 사례들을 살펴봤다.
― 급격한 기술 진보, 희미해지는 예술 경계, 변화를 요구하는 저작권법
'Chat GPT'의 등장으로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문화·예술계의 '저작권' 문제는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
이제는 누구나 유튜브(YouTube), 인스타그램(Instagram), 틱톡(TikTok), 페이스북(Facebook) 등 소셜미디어(Social Media)로 자신의 일상 공유는 물론 창작물을 전 세계인에게 알릴 수 있는 시대다.
전문가들도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라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컨텐츠이며, 데모인지 헷갈리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예술의 의미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이 바뀐 만큼 법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AI 커버곡, 저작권 위반일까?
현재 소셜미디어에선 'AI 커버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용자가 AI 프로그램으로 특정 가수의 곡에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입혀서 재현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가수를 선택한 후 노래를 삽입하면 AI가 알아서 노래를 합성해 준다.
이를 두고 '저작권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한 해외 음원사이트에 '더위켄드(The Weeknd)'와 '드레이크(Drake)'의 목소리를 차용해 만든 AI커버곡이 업로드됐다. 해당 소속사는 허락받지 않은 것에 대해 반발했고, 결국 해당 AI커버곡은 삭제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악곡을 쓰는 것은 저작권 침해, 목소리의 합성은 실연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여기에 반발도 있다. AI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저작권법 제2조'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 한마디로 AI가 만든 것은 저작물에 속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 뽀로로 케이크, 저작권 위반일까? 아빠·엄마 허락 받아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선 '뽀로로' 캐릭터가 그려진 수제 케이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저작권 침해다. 단순히 사적인 용도로 쓴 것이라면 괜찮을 수 있지만,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한 펜션에선 '아이언맨' 캐릭터를 그렸다가 저작권 문제로 고소 당한 경우도 있다. '무인도에서 구조되려면 디지니 캐릭터를 그리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작권과 관련된 사건은 매우 많다.
만일 '뽀로로' 캐릭터를 상업적인 용도로 정당하게 사용하고 싶으면 이른바 '뽀통령'을 만든 이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단 '뽀로로'는 아빠와 엄마가 있다. 지난 2013년 법원은 오콘이 제기한 단독저작권 청구를 기각하고 '아이코닉스'에도 창작권 인정했다. 한마디로 '뽀로로'의 창작자는 '만든 아빠'이고, 캐릭터 형성에 기여한 측은 '키운 엄마'로 '공동저작물'이라는 것이다.
― 베껴서 표절일까? 스트리트파이터, 애니팡, 아래아한글 등
모든 온라인 격투 게임 상단에는 '에너지 바'가 동일하게 나온다. 상대방의 캐릭터를 때려 유효타를 낼수록 에너지바는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줄어든다. 이것은 과거 오락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트리트파이터'를 모방한 것으로, 조작법 또한 매우 유사하다. 법원은 이 방식이 '표준'이라고 판단하고 모방해도 괜찮다고 봤다.
한때 지하철에선 금지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바일 게임시장을 군림했던 '애니팡'. 이후 게임시장에선 애니팡과 유사한 포맷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하지만 법원에서 저작권 침해로 인정한 사례는 거의 없다. 게임 문화와 산업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문서 프로그램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은 '아래아한글'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Microsoft Word)'는 '아래아한글'의 단축키를 모방했다. 이 정도는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 이미 '아래아한글'이 시장 진입을 한 상황이고, 많은 유저(User)가 사용하는 익숙한 단축키이기 때문이다.
위 사례들은 나쁘게 말하면 '베끼기', 좋게 말하면 '모방을 통한 재창작'으로 많은 사람이 더 좋은 것들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 저작권법, 사실 모방에 관대하다
사실 '저작권법'은 모방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특히 현재는 창작자가 곧 이용자가 되는 시대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이를 재창작하고 저작권의 진짜 목적대로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틱톡(Ticktok)에서 이런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특정 노래에 맞춰 고안된 안무를 추며 밈(meme)을 형성한다. 이러한 밈을 주도한 사람은 특정한 노래, 영상, 안무의 일부를 가져와 재창작한 컨텐츠 창작자이다. 이런 것들을 무료로 배포하기에 모두가 마음껏 쓸 수 있다.
만일 무료가 아닌 유료로 전환하게 된다면, 우선 최초 창작자 등으로부터 고소 당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타인이 창작한 것들을 짜깁기 해 '유료'로 내놨다면 밈이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어디까지가 '참고'이며 어디까지를 '갖다 써야 하는가'를 알면 창작비를 줄일 수 있다. 사실 안전만 추구하면 돈을 벌 수 없다.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선 적당한 위험의 감수(Risk Taking)가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저작인격권 그리고 저작재산권 …관건은 '허락'
- 저작권법, 편리하게 보기…'국가법령정보' 무료 사이트 '눈길'
법조생이 벽돌 같은 법전을 양 팔에 따고 다니며 법전 할인기간만 노리는 시대는 지났다. 앱스토어에서 '국가법령정보'를 다운받으면 무료로 한국의 모든 법을 다 검색할 수 있다.
우선 저작권의 권리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 2가지이며, 특히 분쟁이 되는 것이 후자이다.
'저작권법 제16조~22조'에 따르면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2차적저작물작성권 총 7개의 항목이 있다.
특히 복제와 공연이 대표적이다. 예시로 대학교에서 강사가 강의 하는 것은 '저작물'을 '공연'하는 것이다. 이 강의를 청강하는 수강생이 강의 내용을 필기하는 것은 강사의 강의가 유형물로 '고정(복제)'되는 것이다. 이런 사적 복사는 법원에서 괜찮다고 인정했다.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도서를 찍어 개인적으로 보는 것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또 다른 예시로 청소년들이 아이돌의 노래를 틀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춤을 추는 것은 합법이다(저작권 제29조). 작곡가의 입장에선 '왜 나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노래를 틀어?'라고 지적할 수 있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에 용납하는 것이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실연자가 보수를 받는 경우엔 불법이 된다.
요약하자면 '타인의 저작물을 고정(사용) 또는 공중 전달(배포) 하고 싶다면 허락 받아라'가 핵심이다. 영리적인 목적이 아닌 사적인 경우엔 사실 허락 없이 써도 법적으론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사실 저작권은 저작권자에게 큰 권리를 주거나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보단, 최대한 많은 창작물이 나와 많은 영감을 받게 하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 '만들어진 권리'로 보는 것이 더 적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대구시, 문화예술인 저작권 보호 나서
최근 대구시는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대구예술발전소,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 등과 함께 문화예술기관과 단체 실무자는 물론 지역 콘텐츠기업과 개인창작자 등을 상대로 사례 중심의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을 잇따라 열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2시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 1층 가온홀에선 지역 콘텐츠기업, 개인창작가, 예술가,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역 콘텐츠기업 저작권 특강'을 했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각종 저작권 법정 분쟁 사례들과 함께 '저작권법'을 기초로 한 '저작권 표준계약서 작성 시 유의점', '저작권 침해 예방', '침해 피해 발생 시 대응법' 등 현안들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최근 문화예술계의 환경변화에 따른 저작권 문제, 한국 저작권의 구조, 양도 문제, 영상저작물 등 특례, 올바른 저작물 이용전략 등은 물론 저작권법이 나온 과정, 개념, 오해, 해결 방안까지 강의자와 수강생이 함께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인기를 끌었다.
대구예술인지원센터에선 상시로 상담 창구가 마련, 지역 예술인들은 법률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김동우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창작자들에게는 좋은 작품의 창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보호"라며 "창작자들이 저작권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저작권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태양에도 특허 낼 거냐?…상업적 이득 vs 공적인 기여
사실 저작권 침해는 보통 출판사, 신문사, 방송사로부터 발생한다. 복사한 것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메스미디어의 딜레마(Mass Media Dilemma)'이다.
기자들은 취재 가운데 다각도의 이해 관계자의 요구를 듣게 된다. 여기서 다양한 이슈의 전달 이면에 이익이 충돌한다. 대중에게 적확한 뉴스를 전달해야 하지만, 동시에 수익을 추구해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언론계에도 불어닥쳤다. 최근엔 광고주 또는 경제적 이해 관계자의 요구로 뉴스의 다양성과 공정성은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한국은 정치·경제적 양극화 심화로 언론이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될 만큼 논조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기자 개인의 윤리와 결기, 그리고 언론 측의 독립·투명·공정성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한편 20세기 초 미국 소아마비(Polio) 바이러스 유행할 당시 최초로 백신을 만든 '조나스 소크(Jonas Salk, 1914~1995)'는 생전에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거냐?"란 말을 남기며 백신을 특허 신청 하지 않았고 무료로 제공했다. 상업적 이익보다 인류의 복지와 건강에 초점을 둔 것이다. 백신의 아버지 덕분에 현재는 다양한 백신이 나오게 된 것. 현 코로나19 백신으로 떼 돈을 번 기업들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일 것이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이강덕 포항시장, 보도 접하고 드는 생각은 "시민들이 맡겨준 본분에 더욱 헌신해야겠다는 것 뿐"
온라인 기사 ( 2024.11.15 15: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