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 정비한 킥스 vs 디펜딩챔프 꺾은 정관장 최종대결…“신진서 보유 1승 깔고 가는 킥스 다소 우세”
킥스는 11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2023 KB바둑리그 난가(欄柯)리그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난가리그 1위 한국물가정보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킥스는 종합전적 2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오는 24일부터 수담(手談)리그 1위 정관장천녹과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정관장천녹은 이에 앞서 8일 수려한합천에 2-1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바 있다.
#슈퍼 에이스 신진서의 위력
‘슈퍼 에이스’ 신진서 9단의 위력은 대단했다. 킥스는 지난해 11월 열린 바둑리그 선수 선발식에서 신진서 9단을 뽑는 행운을 잡았다. 단숨에 우승후보 ‘영순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여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에이스 신진서는 정규리그에서 제몫 이상(20승 2패)을 해냈지만 팀 동료들이 신진서를 받쳐주지 못했다. 그로 인해 킥스는 정규리그 끝까지 악전고투를 치러야 했다. 마지막 경기를 남기고는 5위에 위치해 3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입이 어려워 보였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경쟁 팀들이 자멸하는 바람에 천신만고 끝에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기적같이 일어난 킥스는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면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6승 11패로 부진했던 2지명 박진솔 9단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고,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3지명 김승재 9단(1승 9패)은 한국물가정보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만 2승을 따내면서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여기에 4지명 백현우 5단과 5지명 김창훈 6단도 경험이 더해지며 전력 상승에 힘을 불어넣는 중이다.
킥스 김영환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들어 너무 잘해주고 있다. 선수들이 한번 죽기 살기로 해보겠다고 했는데 정말 각오가 남다른 것처럼 느껴져 감독으로서 뿌듯하다”면서 “정관장천녹과는 정규리그에서 한번 만나 우리가 졌지만 그때는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였다. 포스트시즌 경기는 당연히 다를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모두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어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관장천녹, 디펜딩 챔피언 제압
한편 이에 앞서 정관장천녹은 디펜딩 챔피언 수려한합천을 종합전적 2-1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정관장천녹은 8일 끝난 수담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수려한합천을 3-1로 꺾었다. 이날 3차전에서 정관장천녹은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1지명끼리의 대결에서 변상일 9단이 수려한합천의 박정환 9단에게 완패했다. 동시에 열린 다른 두 판도 초반 흐름이 불리했지만, 행운이 찾아왔다.
홍성지 9단이 박종훈 6단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내 1-1을 만들더니 허영락 4단은 수려한합천의 2지명 박영훈 9단과의 대국에서 막판 박 9단의 착각에 힘입어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허영락이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면서 정관장천녹은 2-1로 앞서나갔다.
기세가 오른 정관장천녹은 4국에 출전한 김정현 8단이 김진휘 6단에게 264수 만에 백5집반승을 거두고 3승 1패로 플레이오프 승리를 확정지었다. 정규리그 13승 3패로 2위 수려한합천(9승 7패)에 4게임차 앞섰던 정관장천녹은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수려한합천을 꺾으면서 정규리그 성적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최명훈 정관장천녹 감독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포스트시즌에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한국물가정보와의 정상대결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킥스가 마지막에 기세를 제대로 타면서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 같다. 일단 우리 팀 주장 변상일 9단이 신진서 9단과의 상대전적이 좋지 않아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경기는 해봐야 되는 것 아닌가. 일단 둘이 안 만나는 게 좋겠지만, 설사 만나서 패한다 하더라도 홍성지, 김정현 선수 등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좋은 승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B바둑리그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킥스가 어렵게 포스트시즌에 올라왔지만 포스트시즌 경기는 에이스 결정전도 없어 신진서를 보유한 킥스에게 별 메리트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뜻밖에 정규리그 내내 죽을 쒔던 김승재가 살아나고 백현우, 김창훈 등 어린 선수들이 경험치를 먹으면서 갑자기 강팀으로 변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꼭 한 팀을 찍으라고 한다면 그래도 1승을 깔고 가는 신진서를 보유한 킥스에게 베팅하고 싶다”고 챔피언결정전을 예상했다.
2022-2023 KB바둑리그는 사상 최대 12개 팀이 양대리그로 경쟁한 정규시즌에 이어 각 리그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각 리그 1위가 벌이는 챔피언결정전으로 최종 순위를 다툰다.
포스트시즌의 매 단계는 3전2선승제, 매 경기는 5판3선승제. 1~3국을 동시 시작하며, 이 결과에 따라 4국과 5국의 속행 여부가 정해진다. 상금은 1위 2억 5000만 원, 2위 1억 원, PO 탈락 팀 4000만 원, 준PO 탈락 팀 2000만 원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