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1·2위지만 소속팀 PS 진출 장담 못해…에이스 비중 크지 않은 단체전 동료 뒷받침 중요
지난해 12월 28일 셀트리온 대 대만의 대결로 막이 오른 정규리그는 총 16라운드 경기 중 13~14라운드를 소화하며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난가리그 6개팀, 수담리그 6개팀이 리그전을 벌이고 있는데 팀당 2~3경기씩만을 남겨둔 현재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팀들의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랭킹 1위와 2위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이 소속된 팀들이 탈락 위기에 몰려 더욱 눈길을 끄는 중이다.
한국물가정보, Kixx, 컴투스 타이젬, 셀트리온, 포스코퓨처엠, 대만 보물섬정예가 속해 있는 난가리그는 순위 경쟁이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오리무중의 상태다.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물가정보만이 승점 26점으로 여유가 있을 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될 나머지 2팀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최하위 대만 보물섬정예를 제외한 나머지 4팀이 순위표 상에 촘촘히 몰려있기 때문이다.
2위 Kixx가 22점, 5위 셀트리온이 20점으로 2위와 5위의 차이가 고작 2점밖에 나지 않는다. 올해 바둑리그는 3-1이나 4-0으로 승리할 경우 승점 3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2점 차이는 단 한 경기만으로 뒤집어질 수 있는 수치다.
신진서가 속해 있는 Kixx는 2위에 위치하고 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런 가운데 Kixx는 지난 15일 난가리그의 원익과 인터리그 경기를 가졌다.
오더가 발표됐을 때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던 경기였다. 이날 원익 이희성 감독은 1지명 이지현 9단을 오더에서 제외했다. 그뿐 아니라 2부 리그라 할 수 있는 퓨처스 1지명 김은지 5단과 2지명 김채영 7단을 동시에 올려 네 판 중 두 판을 맡겼다. 원익은 직전 한국물가정보와의 경기에서 세 판이나 다 이겼던 바둑을 어이없이 역전패당했는데 그것이 파격 오더의 발단이 됐다.
그런데 상대 사정이야 어쨌든 1지명이 빠졌으니 상대하는 Kixx로서는 나쁠 리 없는 대진이어서 내심 대승을 기대했는데, 결과는 어느 쪽도 만족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희성 감독의 모험은 절반의 성공으로 나타났다. 바둑리그에 첫선을 보인 김은지는 긴장 탓인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패했지만, 김채영은 달랐다. 그동안 상대전적 3전 3패로 밀렸던 Kixx 2지명 박진솔 9단을 완파하며 팀에게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먼저 2승을 거둔 Kixx에게 2-2로 따라붙는 승리였다.
Kixx는 이어진 에이스 결정전에서 다시 출전한 신진서가 승리를 거뒀으나 아끼고 싶었던 에이스를 내보낼 수밖에 없어 떨떠름한 승리가 됐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남은 경기에서 더 이상 신진서가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 올해 바둑리그 에이스 결정전은 중복 출전이 허용되지만 선수 1명당 6회로 출전이 제한되는데, 신진서는 이날 출전을 마지막으로 등판 횟수가 모두 소진되고 말았다.
특히 Kixx는 경쟁 팀들에 비해 한 게임을 더 치른 상태여서 신진서를 보유한 Kixx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랭킹2위 박정환 9단을 보유한 수려한합천도 마찬가지다. 수담리그에 속해 있는 수려한합천의 현재 순위는 승점 20점으로 5위.
지난해 챔피언이고 우승 전력도 고스란히 보존되어 올해도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지만, 종반에 접어들어서도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박정환 9단(12승 6패)과 박영훈 9단(8승 6패)이 그럭저럭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그 외 선수들이 5할 아래 승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상위권으로 치고 나갈 동력을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다.
수려한합천은 앞으로 세 경기, 울산 고려아연, 컴투스 타이젬, 일본기원과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울산고려아연과 컴투스 타이젬은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경쟁자들이고, 일본기원도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한 바둑 관계자는 “지난해 여자바둑리그에서도 최정이라는 필승카드를 보유한 보령 머드가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그게 단체전이다. 삼판양승제의 여자바둑리그도 압도적인 기사를 보유한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는데, 라운드 당 4~5경기를 치르는 바둑리그에선 에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다”며 “신진서의 Kixx나 박정환의 수려한합천이 천신만고 끝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해도 동료 기사들의 뒷받침이 없는 한 우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두 팀의 막바지 행마가 궁금하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