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가 ‘곽상도 아들 선배’ ‘시행사 이익 공유’ 등 언급…이기인 “김만배 허풍 심해, 아예 관련 없다”
최근 일요신문 취재결과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이기인 경기도의원(전 성남시의원)의 이름과 함께 이 의원의 대장동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정영학 녹취록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중심인 정영학이 공범인 남욱, 김만배, 유동규 간에 나눈 대화로 재판이 진행 중인 대장동 사건에서 수사기록 등으로 언급되었다. 지난 1월 12일 뉴스타파가 이를 공개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정영학에게 “시의원. 저 병채 선배인데, 시행사 이익을 공유하자. 끝나고 나하고 만나고 싶다, 이런 식으로. (..) 한번 만났는데”라고 말하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실제로 곽 전 의원의 아들과 이 의원은 같은 대학 선후배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화를 나눈 시점은 2021년 1월 6일로 이 의원의 성남시의원 재임 시기다. 김만배와 이 의원이 실제 통화를 하거나 만났는지는 정확하게 확인되거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장동 비리 사건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영학 녹취록’ 김만배 발언 주요 요지라는 메모에도 “곽병채 선배 시의원[이기인 의원(국민의힘)]이 화천대유 시행사 이익을 공유하자. 끝나고 김만배와 만나고 싶다. 이런 식으로…”란 내용이 강조돼 있다.
이기인 의원은 2014년 성남시의원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뒤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성남FC 의혹, 백현동 의혹 등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다. 특히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8년간의 지역구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자주 이름을 알리며 이른바 ‘이재명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간 대장동 비리 의혹으로 이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원의 등장은 ‘50억 클럽’ 의혹에 이어 대장동 로비가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재명 저격수’란 타이틀로 당내 입지를 구축하고 있던 이 의원으로선 이중성 논란마저 제기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에 이 의원은 일요신문의 취재에 “김만배가 워낙 허풍인 면이 많다. 제가 당시(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야당 간사였고 모든 건마다 제가 반대 토론을 했던 사람이라 김만배가 자기 수하에 둘 수 있다는 허풍의 일환(으로 정영학에게 얘기했을 뿐). 아예 만난 적이 없다. (시행사 이익 공유 관련) 보고 빵 터졌다. 아예 관련이 없다. 왜 거론된지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 재판 끝나면 정영학, 김만배에게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곽상도 아들과의 관계 의혹에 대해선 “같은 학교 선후배라고 다 아는 사람이냐. 그런 사람을 통해서 시행사 이익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억지다. 김만배가 자기 죽는다고 했을 때에도 응급실에서 걸어 나오고 했는데, 이재명 시장한테 반대하는 저를 휘하에 둔다는 약간 거만함과 허풍에서 빚어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말대로라면 정영학 녹취록 등 김만배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 받을 수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50억 클럽’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곽상도 전 의원 부자의 경제 공동체 입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대장동 개발 시행사의 이익 공유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추가 수사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