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관에게 꾸중” 이유로 사격훈련 중 실탄 난사…열악한 처우에 인력난, ‘막무가내 모집’이 자질 저하 불러
#입대 두 달 반 만에 총기 난사 참극
일본 자위관 후보생은 자위관이 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과 훈련을 3개월간 받는다. 사격훈련은 총 5회이며, 그중 4회는 실탄을 사용한다. 6월 14일, 이날은 아침부터 자위관 후보생들의 사격훈련이 진행됐다. NHK에 따르면 “실탄을 사용하는 마지막 훈련으로 약 50명의 교관 등이 자위관 후보생 70여 명을 지도하는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사건은 사격훈련이 시작된 직후 일어났다. “움직이지 마.” 사격 대기 줄에 서 있던 후보생 A가 갑자기 발포 자세를 취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25세 교관이 제지하려고 하자, A는 교관 옆구리에 총탄을 1발 쐈다. 이후 A는 뒤쪽으로 걸어가더니 탄약을 담당하는 52세 교관의 가슴 쪽에 발사했다. 총격은 이어졌다. 옆에 있던 또 다른 20대 대원의 왼쪽 다리에도 총을 쏜 다음, 다시 52세 교관을 향해 1발을 더 발포했다. A는 자위관들에게 붙잡혀 살인미수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총에 맞은 3명은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5세와 52세 교관은 사망했으며, 왼쪽 다리에 총상을 입은 20대 대원은 중상이다. 범행 동기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사건 직후 A는 “52세 교관으로부터 꾸중을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나 송치된 후에는 조사에 응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A는 “다리를 겨냥하고 쐈으며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살인 고의성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모리시타 야스노리 육상자위대 막료장(육군참모총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무기를 다루는 조직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사과했다. 본래라면 사격 대기 줄에서 총알을 넣을 수 없다. A가 훈련규칙을 어기고 무단으로 총알을 장전한 것으로 보인다. “사격장 안으로 들어간 시점에서 실탄을 건네받은 것 아니냐”는 추궁이 나오자 모리시타 막료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원인 규명과 함께 안전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생 A는 올해 4월 입대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89식 소총’으로 단발과 연발 전환이 가능하다. 입대 두 달 반 만에 손에 쥔 소총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군사 저널리스트 이노우에 가즈히코는 “89식 소총은 구경이 5.56mm로 300~500m 정도 떨어진 표적도 쏠 수 있다”고 전했다. 초당 탄속은 920m(시속 약 3312km). 지근거리에서 발사하면 도저히 무사할 수 없는 위력이다.
육상자위대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사격장은 JR기후역에서 직선거리로 약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소음 등 지역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2015년 실내 사격장으로 신축됐다. 육상자위대 제10사단이 관할하며, 사단 소속 자위대원들이 자동소총과 권총 훈련 때 이용한다. 사격장 인근에 사는 50대 여성은 “총기 취급에는 주의를 기울여 줄 것으로 믿고 생활해 왔다”며 “최근 나가노현에서도 대낮 총격 사건이 있었고 정말 무섭다”고 불안해했다.
일본 자위대 내 총기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드물긴 하지만, 1984년 육상자위대 야마구치 주둔지에서 실탄 사격 중인 자위대원이 자동소총을 난사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범행을 저지른 대원은 우울증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력난 시달리는 자위대 ‘자격미달’도 채용
후보생 A는 어릴 때부터 자위관을 동경해왔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동급생은 “A가 전차를 좋아했다”며 “당시에도 자위관이 되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고교시절 동창은 “밝은 성격으로 방송부장을 맡기도 했다”면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초등학교 시절 담임을 맡았던 교사는 “전형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는 아이었다”고 A를 기억했다. “등교 거부로 A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A의 부모는 괜찮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교사는 “‘너무 방임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육상자위대는 입대 시 ‘길퍼드성격검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가는 A형(평균형), B형(폭발형-활동적이지만 정서 불안정, 사회적응을 하기 어려운 유형), C형(진정형), D형(지도자형), E형(내향형-문제가 생기면 틀어박히는 유형) 등으로 나뉜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사건을 일으킨 후보생이 B형, 혹은 E형이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자위대 관계자는 “성격검사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부적격자를 완전히 걸러내기가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최근 10년간 자위대 응모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8년 26세이던 자위관 지원 연령 상한을 32세로 올렸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후보생 A는 일선 정예부대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집 미달인 가운데, 힘든 부대를 지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눈에 띄기 마련. 그 점이 고평가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안전보장 애널리스트 히다니 나오아키 씨는 “최근 자위관 후보생들의 자질 저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모집 인원의 절반 정도밖에 모이지 않아 막무가내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전과가 있으면 확실히 무리지만, 좀도둑 전력에 그치거나 이름을 제대로 쓰지 못해도 채용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는 “총과 전차를 다루는 조직이기 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 배치되면 이번과 같은 참사가 또 일어나고 만다”고 경고했다.
자위대의 열악한 처우도 청년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20대인 현역 육상자위대원은 “6~10명의 공동생활로 아침 6시 기상, 22시 소등이다. 폐쇄적인 자위대 문화 속에서 유일한 장점이라면 월급을 쓸 시간이 없어 돈이 모인다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히다니 씨는 “자위대의 인사제도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자위대 내 성희롱, 갑질 문제 고발이 잇따르는 것 또한 인사정책이 근대화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사건이 일어난 교육대는 훌륭한 교관이 여럿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히다니 씨는 “그러한 조직에서 사건이 일어난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 개인의 관리 문제가 아니라, 자위대라는 조직 전체가 안고 있는 채용과 인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