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폭로로 2021년 처음 사생활 논란 불거져…돈봉투 명단에 원희룡 김세연 등 66명 등장해 파장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황보승희 의원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2021년 황보 의원과 부산지역 기업가 정 아무개 씨 불륜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는 사생활 문제로 치부돼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23년 들어 둘의 부적절한 관계가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까지 이어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황보 의원, 전 남편 등의 진실공방도 뜨겁다.
황보승희 의원 사생활 문제는 2021년 7월 처음 불거졌다. 당시 남편이었던 조성화 씨가 황보 의원이 부산지역 부동산 개발회사의 회장 정 아무개 씨와 내연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폭로했다. 조 씨는 2021년 7월 13일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감사제보를 통해 황보 의원과 정 씨의 비위 사실을 알렸다. 그는 황보 의원과 16년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 중이며, 2021년 8월 숙려기간이 종료된다고 했다.
조 씨는 황보 의원의 문제로 ‘가정파괴’ ‘도덕불감증’ ‘해당행위’ 등을 꼽으며, 국민의힘이 사실관계 확인 후 황보 의원에 대해 모든 당직에서 사퇴시키고 출당 등 징계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황보승희 의원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와 서병수 비서실장 등이 황보 의원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조 씨는 주장했다.
특히 조 씨의 감사제보와 당대표 면담신청을 국민의힘이 묵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의 책임과 방임을 지적했다. 당시 당대표실 관계자는 “남편 조 씨가 가정폭력이 있었다. 경찰이 출동해야 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이혼 조정절차도 끝났다. 두 딸의 양육권과 재산 상당부분을 황보 의원이 가져갔다고 한다. 거기에 조 씨가 억하심정을 갖고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정사 사생활이라 감사제보 내용이 당대표실이나 이준석 대표에 보고되지 않았다. 이준석 대표도 문제가 불거져 알게 됐다. 조 씨 표현대로 당대표가 묵살했다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황보 의원이 ‘개인사정’을 이유로 수석대변인직에서 물러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황보 의원은 조 씨와 2021년 8월 이혼했다.
그러다 2년 만에 황보 의원 사생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황보 의원이 정치자금 부정수수(정치자금법 위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황보 의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억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지역구 기초의원 일부에게 공천 헌금 성격의 돈봉투를 수수한 혐의도 있다. 또 황보 의원이 내연남 정 씨로부터 현금 수천만 원과 신용카드, 차량과 아파트를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황보 의원에게 돈을 준 인사들의 이름과 액수가 적힌 명부를 2022년 4월 전 남편 조 씨로부터 입수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에는 모두 66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세연 전 의원 등 이름이 적혀있다. 금액도 100만 원에서 7000만 원까지 다양해, 총액은 2억여 원에 달한다고 한다. 국회의원이나 후보자가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나 법인에 직접 돈을 받으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아울러 내연남 정 씨가 황보 의원실 관용차와 보좌진, 사무실 경비 등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정 씨는 부산지역 부동산 개발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이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오간 정당활동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21년 3월 국민의힘에 입당해 4·9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박형준 당시 국민의힘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에 임명됐다. 정 씨는 내년 총선에 부산지역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혐의에 대해 황보 의원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황보 의원은 가정폭력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6월 15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얼굴에 피를 흘리는 모습과 구타당한 것으로 보이는 팔의 상처, 찢어진 옷 등 피해 사진을 공개하며 “내게 복수하려는 전 남편의 일방적 주장만을 토대로 경찰은 1년 넘게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황보 의원과 정 씨 측은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로 ‘경제공동체’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혼’ 관계라는 해명과 달리 정 씨는 현재 부인 A 씨와 이혼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도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정 씨 회사 중 한 곳의 대표이사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황보 의원 전 남편 조 씨와 달리 정 씨의 부인 A 씨는 불륜 의혹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이 6월 21일 A 씨가 사는 자택과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를 찾았지만 부재중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대표이사 A 씨는 최근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정 씨와 황보 의원의 내연관계를 알고 있었지만 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역 정가를 잘 알고 있는 관계자의 말이다.
“부인 A 씨는 정 씨와 황보 의원의 관계를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혼하지 않고 문제제기도 안 하고 있다. 정 씨는 황보 의원과 ‘사실혼’ ‘경제공동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정 씨와 A 씨가 ‘경제공동체’다. 회사 대표이사도 맡고 있지 않느냐. 정 씨의 경제력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것이다. 정 씨도 논란이 불거지고 A 씨가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법조계에서는 황보 의원과 정 씨가 법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실혼’ 관계라고 해명했다고 보고 있다. 일요신문은 부산진구의 정 씨 회사에서 정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최근 논란에 대한 정 씨의 입장을 들으려 하자, 회사 관계자가 나서 “따로 만나기는 어렵다. 드릴 말씀도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관련기사 [단독] 경쟁자 캠프에 임대를? 황보승희 내연남 회사 소유 건물의 묘한 이력).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황보 의원은 국민의힘 탈당과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보 의원은 6월 19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제 가정사와 경찰 수사 건으로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든 것을 겸허히 내려놓고 저에 대한 모든 비난을 오롯이 내 탓으로 돌리며 더 낮은 자세로 깊이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에 끼친 심려를 생각하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아야 마땅하지만, 저를 믿고 뽑아주신 지역주민들에 마지막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넓은 혜량으로 보듬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황보 의원이 탈당하면서 그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조사와 징계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애초 당무감사위원회는 황보 의원을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소명을 들을 예정이었지만, 탈당하면서 당적을 보유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황보 의원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법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국민의힘 지도부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은 일정 부분 덜게 됐지만 앞서 ‘코인 사태’와 관련해 김남국 의원이 민주당 차원의 진상조사 윤리감찰 도중 탈당하자 ‘징계 회피용 꼼수’라고 내놓은 비판이 빛을 바래게 됐다.
또한 원희룡 장관 등 정부여당 인사들의 이름이 담긴 명단을 경찰에서 조사 중에 있는 만큼 사건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편, 조 씨는 뉴스타파와의 실명 인터뷰 이후 일체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일요신문에서도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조 씨는 6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일부에서 제기되는 ‘탈당과 불출마는 꼬리 자르기’라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갑자기 탈당을 한 게 보좌진 사적유용 의혹이나 국민의힘 지도부 실명공개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때문 아니겠느냐”고 입장을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