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년 멤버들 ‘선별입건제 폐지’ 등 비판 목소리…특수부처럼? 김진욱 후임 인사 보면 개편 방향 드러날 듯
하지만 공수처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출범한 지 2년 6개월 동안 기소한 사건은 3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수처를 떠난 검사들이 공수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김진욱 공수처장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김진욱 처장의 후임을 놓고 여러 하마평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장관 수사
공수처의 기무사 계엄 문건과 관련한 송영무 전 장관의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7년 2~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탄핵 찬반 집회 폭동을 대비해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의 계엄 문건이 논란의 시작점이다. 2018년 8월 송영무 당시 장관이 “‘계엄 문건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말을 회의에서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회의 참석자들에게 사실관계 확인서를 강요했다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서명 과정에서 민병삼 당시 국방부 100기무부대장(예비역 육군 대령)은 “분명히 발언을 들었다”며 서명을 거부했다.
공수처는 송 전 장관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검사·판사·경무관 이상 경찰을 제외한 고위공직자의 경우 공수처는 직접 기소할 수 없다. 때문에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공수처는 2022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기초 조사 없이 피의자로 입건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 공수처가 문재인 정부 당시 국방부 장관을 겨눈 수사를 하는 것을 놓고 ‘윤석열 정부’ 들어 달라진 공수처의 수사 스탠스를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잊힌 조직’ 됐다는 우려
그럼에도 공수처가 그동안 별다른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해 ‘잊힌 조직’이 됐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공수처 부장검사로 일하다 사직한 예상균 변호사 등 원년 멤버들이 공수처를 연이어 비판하고 있어 주목받는다.
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 파트너변호사로 자리를 옮긴 예상균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는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봄호에 게재한 논문 ‘공수처법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공수처의 인력문제 등을 지적했다. 검사 25명·수사관 40명으로 구성된 공수처 인력은 “서울중앙지검 4차장 산하 반부패수사부 3개 부서를 합친 것보다 적다”며 “수사뿐 아니라, 공판과 수사보조 등에도 상당수 배치돼 수사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건 가운데 골라서 입건하는 ‘선별입건제도 폐지’도 패착이라고 주장했다. 인력구조의 한계상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처럼 해야 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사건 위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폐지하면서 부족한 인력을 접수된 모든 사건을 처리하는 데 투입했다고 비판했다.
김성문 부장검사(29기)가 사직하면서 “내부의 비판을 외면하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 아니”라고 지적한 데 이어 공수처 원년 멤버들의 쓴소리가 또 나온 것이다.
공수처를 떠나는 검사들 규모를 보면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공수처 수사1부 소속 최진홍 검사(39기)가 6월 초 사의를 표하는 등 2023년 2월 이후에만 6명이 사직했다. 2021년 공수처 검사로 처음 임용된 13명 가운데 9명이 떠나 4명(31%)만 남게 됐다. 공수처 검사 임기는 3년이고 3번 연임해 최대 12년 동안 일할 수 있는데 첫 임기를 마치기 전에 70%가 떠난 셈이다.
#리더십 논란에 더 주목받는 후임 인사
대선 직후 사퇴설이 나왔지만 “끝까지 간다. 역할이 있다”며 이를 일축했던 김진욱 처장. 하지만 임기를 불과 반년가량 남겨둔 시점에 법조인들과의 자리에서 “수사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이제야 알았다”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김 처장의 리더십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법조계는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김진욱 처장 후임 인사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계륵’이 되어버린 공수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볼 수 있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캠프 출신의 법조인은 “공수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권 일각에서는 나오지만 이미 국회를 통과해 만들어진 공수처를 없앤다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공수처가 원래 만들어진 취지처럼 검사와 판사, 또 고위 경찰의 비리 관련 수사에 집중하도록 조직을 손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공수처 규모는 검찰 2개 수사 부서 규모이지만 공판 등을 감안하면 굵직한 사건 1개를 전담하면 딱 맞는 사이즈”라며 “특수부처럼 운영되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공수처는 김상천·공기광 변호사를 각각 평검사로 신규 채용하면서 25명 정원 가운데 21명을 채운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규모와 비교하면 1~2부를 합친 규모와 유사하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공수처 인력 문제 얘기가 나오지만 규모는 법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공수처장에 어떤 사람을 앉히는지를 보면, 공수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며 “검찰 출신이 오는 것은 99% 확정적인 상황이라고 들었는데, 얼마나 ‘신뢰하는 사람’을 앉히는가에 따라 공수처의 역할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공수처 수사2부장검사로 역임 중인 김선규 검사(32기) 등 검찰 내 특수수사 경험이 있는 이들이 차기 처장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검찰총장(이원석·27기), 법무부 장관(27기) 등과 고려할 때 너무 기수 차이가 나기 때문에 24~30기 사이의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법조인을 낙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선 캠프 출신 법조인은 “윤 대통령이 법조계 관련 인사에 대해서는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인사와 다르게 정확한 생각과 기준이 있다고 들었다”며 “이미 머릿속으로 믿을 수 있는 법조인을 추려 후임 공수처장으로 고민하고 있지 않겠느냐. 올해 9월 즈음에는 인선 작업이 본격화될 텐데 2기 공수처장은 ‘공수처를 뜯어 고친다’는 미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