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삼척·순천만·보령 조심스런 우세 전망…용병제 부활과 피셔룰 도입이 승부 변수 될 수도
올해 여자바둑리그에는 지난해 우승팀 서귀포 칠십리(조승아, 이민진, 김윤영, 유주현)를 비롯해 부광약품(허서현, 정유진, 김상인, 우이밍), 부안 새만금잼버리(김주아, 김민서, 김다영, 후지사와 리나), 보령 머드(최정, 박소율, 고미소, 김희수), H2 DREAM 삼척(김채영, 조혜연, 김은선, 김수진), 순천만국가정원(오유진, 이영주, 이도현, 나카무라 스미레), 여수 세계섬박람회(김은지, 이슬주, 강다정, 이나경), 포스코퓨처엠(김혜민, 김경은, 박태희, 김선빈) 등 8개 팀이 참가한다.
#외국인 선수 용병제 4년 만에 부활
선수선발식에서는 대다수 선수들이 사전 보호지명을 받으면서 8개 팀 32명의 선수 중 9명만이 새로운 팀을 찾았다. 보호지명이 늘어 큰 폭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역으로 말하면 보호지명으로 선수들을 묶었다는 것은 각 팀마다 이 멤버로도 충분히 할 만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여자바둑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인 선수 제도가 4년 만에 부활했다는 점이다. 2019년 이후 코로나19로 출전이 제한됐던 외국인 선수가 이번에 3명 출전하게 됐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여자바둑리그에 네 차례 부름을 받았던 일본 후지사와 리나 6단이 부안 새만금잼버리 후보 선수로 등록을 마쳤고, 중국 우이밍 5단과 일본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이 각각 서울 부광약품과 순천만국가정원 소속으로 여자바둑리그 무대를 처음 밟게 됐다. 외국선수와의 대국을 포함한 모든 대국은 대면대국으로 열린다.
하지만 부광약품, 부안, 순천 외 다른 4팀은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팀을 꾸렸다.
#판도 예측 쉽지 않은 여자바둑리그
지난해 보령머드가 여자바둑계 독보적 1위인 최정 9단을 보유하고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을 정도로 여자바둑리그는 판도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올해 성적을 낼 팀으로 디펜딩 챔피언 서귀포 칠십리와 H2 DREAM 삼척, 순천만국가정원, 보령머드를 조심스럽게 꼽았다. 우이밍을 영입한 부광약품과 후지사와 리나가 가세한 새만금잼버리는 유력한 다크호스.
지난해 정상에 올랐던 서귀포 칠십리 김혜림 감독은 “전력누수가 전혀 없고 팀 전원이 베테랑으로 구성돼 있어 알아서 하기 때문에 걱정은 않는다. 몇몇 팀에 용병이 가세해 작년보다 쉽지 않겠지만 전력상 2연패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임전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준우승으로 진한 아쉬움을 남겼던 순천만국가정원 이상헌 감독은 “작년 준우승을 했으니 올해는 당연히 우승이 목표다. 지난 시즌 멤버에 나카무라 스미레 선수가 용병으로 가세함으로써 전력이 한층 좋아졌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21 시즌 우승의 H2 DREAM 삼척 이다혜 감독 역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시즌은 3위에 머물러 선수단 전체가 무척 아쉬워했다. 이 멤버 보유 연한이 올해가 마지막인 만큼, 팀 구성원들의 우승을 향한 의지가 강하고 팀워크도 좋다”고 의욕을 보였다.
또 지난해 정규리그 12승 2패의 최정을 보유하고도 5위에 머문 보령머드 김미리 감독은 “보령의 자랑은 설명이 필요 없는 최정 9단이다. 여자리그는 경험이 중요한데 신예 박소율, 고미소 선수도 여자바둑리그 경험이 풍부해져 역할을 해줄 때가 됐다. 또 김희수 선수는 제가 두어본 신예 중 가장 강했다. 선수들이 편한 마음으로 시합에 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피셔룰 적응이 성패 가를 요소 될 듯
KB바둑리그 컴투스타이젬의 안형준 감독은 “8개 팀 모두 선수단 구성이 좋아 올해 여자바둑리그는 역대급 치열한 접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여자바둑리그는 최정, 오유진, 김채영, 조승아 등 주장이 확고한 팀이 우승해 왔는데 올해도 그런 흐름이 지속될지, 아니면 새로 도입될 피셔룰에 잘 적응돼 있는 신예들이 우위를 보일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피셔룰 적응이 시즌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피셔 방식은 체스에서 빌려온 것으로 올해 KB바둑리그에서 처음 도입됐다. 바둑을 빨리 두면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20초 초읽기에 피셔 방식을 적용할 때 첫 수를 두는 데 5초가 걸렸다면 남은 시간은 5초에 20초를 더해 25초가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마지막 1초가 남았을 때 착수하면 남은 시간은 21초이고, 다시 1초 만에 착수하면 남은 시간은 40초가 된다. 초반에 빨리 두어 시간을 저축할 수 있다. 반대로 늦게 착점하면 시간에 쫓겨 불리해진다.
안형준 감독은 또 용병들의 활약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일단 용병들이 정규리그에 얼마나 출전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세계대회도 많고 자국 경기도 많아서 출전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다만 집중 투입될 수 있는 플레이오프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로 팀당 14경기씩을 치른다. 총 56경기, 168대국이다. 또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열릴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우승팀을 결정한다.
2023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우승상금은 5500만 원, 준우승상금은 3500만 원. 상금과 별도로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의 대국료가 주어진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장고 대국은 각자 40분에 추가시간 20초, 속기는 각자 20분에 추가시간 20초가 주어진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