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미만일 때 강간죄 성립…경찰 법 오인이 부른 해프닝
▲ '미성년 간음' 혐의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고영욱. 피해자 중 두 명이 소를 취하하면서 고영욱이 무혐의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이처럼 여론은 금세 고영욱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경찰 수사는 그리 만만치 않았다. 지난 5월 9일 고영욱 사건과 관련해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배포한 용산경찰서는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를 보강하라며 재수사를 지시했다.
문제는 경찰의 법 오인이었다. 당시 용산경찰서 강력2반 형사는 취재진에게 “고영욱이 피해 여성과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보면 강간이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만큼 강간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는 잘못된 법 해석이었다.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는 성관계를 가진 사실 만으로 미성년자 강간죄가 성립되지만 13세 이상의 미성년자는 강제성이 인정돼야만 강간죄가 성립된다. 상호 합의 하의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받지 않는 것.
이에 경찰은 고영욱을 다시 소환해 10시간 이상 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바로 이 두 명의 미성년자 피해자가 추가적으로 등장했다. 이들이 고영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이로 인해 경찰 수사는 탄력을 받으면서 다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혐의는 ‘미성년자 강간죄’가 아닌 ‘위계에 의한 미성년자 간음죄’로 달라졌다. 그렇지만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고영욱의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결국 사건은 지난 6월 3일 검찰로 송치됐다. 그리고 다시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검찰은 고영욱을 기소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고영욱의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추측만 난무했다.
그런데 이번엔 두 명의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첫 번째 피해자는 경찰의 인지 수사를 통해 고영욱과의 관계가 드러났다. 이를 통해 경찰이 고영욱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의 재수사 지시를 받았다. 해당 피해 여성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고영욱의 진술을 반박할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 고영욱 측은 이들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 등을 바탕으로 강간이 아님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반면 다른 두 명의 피해자는 고영욱의 피의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자 유사한 피해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 두 피해자가 소송을 취하했다. 항간에선 두 달 가까이 기소를 하지 않고 있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경우 고영욱이 이들을 상대로 무고죄나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를 취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피해자는 애초 경찰의 인지 수사를 통해 드러난 첫 번째 피해자만 남게 됐다. 그렇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검찰이 곧 무혐의 처분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검찰이 고영욱의 미성년자 강음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경우 용산 경찰서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 장 아무개 대표의 연습생 성폭행 사건 등으로 인해 ‘연예인 데뷔 빌미 성폭행 사건’에 큰 관심이 집중되자 용산경찰서가 무리해서 고영욱 사건의 수사를 언론에 알린 게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 게다가 이번 논란이 사건 초기 경찰이 미성년자 강간 관련법을 오인해서 벌어진 희대의 촌극이기도 하다.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무조건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법 조항을 전 연령층 미성년자로 오인해 고영욱이 18세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는 우를 범한 것.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경우 고영욱은 법적으로 자유로워진다. 그렇지만 미성년자들과 연이어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미 공중파 방송사들이 출연 금지 결정까지 내린 만큼 연예계 복귀도 힘겨워 보인다. 이미 여론 재판에선 유죄 판결을 받은 것. 검찰이 고영욱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경우 고영욱은 법적으론 무죄임에도 여론 재판에서 엄청난 형량의 유죄 판결을 받은 연예인이 될 전망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