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금고 투입 가능 상환준비금 제한적 평가…새마을금고 “통폐합돼도 고객 예적금 100% 이전”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지난 6월 15일 6.47%, 29일 6.18%다. 지난해 말 3.59% 대비 급증한 수치다. 6%대 연체율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에서 처음 등장한 숫자다. 특히 새마을금고 전체 대출 가운데 56.7%를 차지하는 기업대출 연체율은 무려 9.63%에 달한다. 지금보다 경제상황이 훨씬 더 어려웠던 외환위기 당시 일반은행 기업대출 연체율도 8%대였다.
정부의 대책은 일단 연체율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100개 단위금고를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특별검사와 특별점검 등을 벌일 예정이다. 생존이 가능한 곳은 부실자산 매각 등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고, 생존이 어려운 곳은 다른 우량한 단위금고와 합병시킨다는 접근이다. 만기가 된 예적금의 인출을 막기 위해 재예치시 기존 이자율과 비과세 혜택도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새마을금고 연체액은 12조 원이 넘는다. 대부분이 부동산 및 건설 관련이다.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은 부동산 금융 시장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집계한 수치를 보면 3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1%로 지난해 말(1.19%)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대출의 건전성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부실자산을 매각한 금고는 손실로 인해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연체액의 절반만 손실로 처리해도 6조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합병으로 부실금고를 떠안은 우량금고도 비용과 자본 부담이 커진다. 부실 비용이 커지고 새로 대출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높은 금리로 기존 예금을 잡아두는 데 따른 비용 부담도 상당할 수 있다. 결국 새마을금고 전체 수신은 당분간 늘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중앙회 등 외부에서 투입할 돈이 충분해야 한다.
중앙회는 상환준비금 13조 원 유가증권 등 유동성자산 64조 9000억 원, 예금자보호준비금 2조 6000억 원 등 약 80조 원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사태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모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회의 건전성을 고려하면 부실 단위금고에 투입 가능한 자산은 80조 원 가운에 일부뿐이다. 부실금고 지원에 너무 많은 자산을 소진하게 되면 중앙회는 물론이고 다른 건전한 금고들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불안도 커질 수 있다.
그나마 80조 원 가운데 현금(예치금 포함)은 약 15조 원 정도다. 나머지 65조 원은 유가증권 형태로 대부분 채권이다. 15조 원의 현금도 다 소진할 수 없다. 유가증권을 현금화하려면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지난 7월 5일 이후 새마을금고로 추정되는 기관에서 대규모 채권 매도가 이뤄지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대규모 채권 매각으로 가격이 하락하면 시장금리를 높이게 된다. 자칫 지난해 한전채 발행과 레고랜드 사태가 초래했던 자금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도 있다. 자금시장이 불안해지면 부동산 PF의 위험은 더 높아진다. 새마을금고의 부실자산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부실금고 통폐합이 고객 불안을 확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부실금고와 거래 중인 고객들만 불안했다면 이제는 부실금고를 떠안은 우량금고 고객들까지도 불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단위금고는 이용자들이 경영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불안에 민감할 가능성이 높다. 단위금고 역시 자산 가운데 현금보유비중은 제한적이다. 일상적인 수준의 예금인출에는 대응할 수 있지만, 대규모 인출이 이뤄지면 보유 유가증권을 팔든지 중앙회에서 빌려와야 한다.
새마을금고의 예금자보호준비금은 전체 수신의 1% 수준이다. 준비금이 사용돼 잔액이 줄면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마찬가지로 예금자보호기금 자체만으로는 불안의 불씨를 완전히 끄기 어렵다. 미국도 결국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제도가 유동성 지원에 나서야 했다. 정부의 재정투입 약속까지 나와야 유동성 우려가 불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출자금 이탈도 변수다. 새마을금고는 조합원들로부터 출자금통장으로 자본을 모집한다. 출자자는 배당소득과 함께 예금 이자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금고 경영이 어려워지면 배당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원금손실 우려까지 커져 출자금통장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출자금은 회계연도 마감 후에야 회수가 가능하다. 이탈 규모가 크면 자본비율이 하락해 경영상황이 악화된다.
이번 사태로 새마을금고 관리감독을 금융위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단순히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한 차원을 넘어 일부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불법적인 대출에 연루된 정황까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와 관련, 새마을중앙회 측은 “일부 새마을금고에 문제가 있어도, 인근 금고와 인수합병을 통해 새마을금고를 우량화하는 한편, 고객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면서 “인수합병 되더라도 5000만 원 초과 예적금을 포함한 고객 예적금은 원금과 이자 모두 100% 이전된다”고 밝혔다. 이어 “예금자보호제도 외에도 고객의 예적금에 대한 지급보호를 위해 상환준비금제도를 운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최열희 언론인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