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정 내리든 행정소송 등 후폭풍 예상…“123명 징계 내용 달라 판단 어려울 것” 전망도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안팎에서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 반, 연기될 가능성이 반’으로 점쳤던 상황이었다. 변협과 로톡의 갈등은 조금 더 길어지게 됐다.
#8년 묵은 갈등 끝낼 수 있을까
변호사단체와 로톡의 갈등은 2015년부터 불거졌다. 로톡은 변호사로부터 매월 정해진 금액을 받고 소비자에게 노출해주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변협 등은 이 플랫폼이 특정 변호사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금지한 변호사법 34조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8년 동안 3번에 걸쳐 로톡을 고발했다. 하지만 2021년 12월엔 경찰이 불송치, 지난해 5월엔 검찰이 불기소하는 등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났다.
이에 로톡에 반대하는 변호사들이 다수인 상황 속에 뽑힌 변협 지도부는 2021년 5월 내부 규정을 고치는 전략을 선택했다.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하는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한 것. 변호사가 광고비를 받고 법률 상담을 알선하는 업체에 광고나 홍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변호사 광고 규정을 개정했다. 이 규정을 바탕으로 2022년 10월부터 2023년 2월 사이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했다.
하지만 2022년 변협으로부터 자체 징계(견책부터 벌금 1500만 원까지)를 받은 변호사 123명이 법무부 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했고, 이에 변호사 징계위가 열리게 됐다. 7월 20일 심의에 앞서서도 양측의 입장 차는 확인됐다.
변협 측은 “플랫폼에 광고비를 많이 지불하는 변호사들이 법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고, 그 비용이 고스란히 의뢰인들에게 전가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징계위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재기 변협 부협회장은 “변호사 소개 플랫폼을 활성화해 법조 시장과 국민의 선택권을 그 사기업에 완전히 종속시켜도 될 것인지, 광고비가 추가돼 수임료가 대폭 인상되는 미래를 받아들일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배달의민족 사례를 언급하며 “로톡이 법조 시장을 장악하면 자본 없는 변호사들은 사건을 수임할 루트가 완전히 없어진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로앤컴퍼니 측은 “로톡이 사법 접근성을 높여주는 데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징계위에 출석한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는 “변호사 없이 나 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 국민이 사법 접근성을 누리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며 “법률 플랫폼 서비스가 사법 접근성을 올려주고 특권이 아니라 권리로 누구나 변호사를 만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로톡이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변협 ‘한쪽 손’ 들 수 있을까
변호사 징계위 구성원은 위원장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이노공 차관, 김석우 법무실장과 교육인·언론인·시민단체 관계자 등 총 9명으로 꾸려진다. 다만 관례에 따라 한 장관은 이날 심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번 징계위 추가 심의 결정을 밝히면서 “법무부 장관은 심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전례이고, 규정상 법무부 장관도 심의 결과를 바꿀 수 없게 돼 있다”며 “이번 사안의 중대성, 사회적 관심 등을 고려해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심의, 의결’ 기구로서, 법무부는 그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도 밝혔는데 법무부가 만일 다음 징계위 때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면 징계처분은 즉시 취소된다. 반대로 징계 결과 중 일부를 인정하거나, 징계 수위를 조정할 경우 변호사들의 행정 소송 등이 예상된다.
문제는 법무부가 변협을 마냥 배척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대법원장을 포함 대법관, 헌법재판관, 공수처장 등 주요 법조 고위직 임명 과정에 변협 회장은 추천 및 발언권이 있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 변협 회장의 추천권을 통한 주요 보직 임명은 야당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법조 삼륜의 한 축이기에 마냥 무시할 수 없다.
#징계 일부라도 인정될 경우 갈등 장기화 불가피
자연스레 123명 각각에 대해, 변호사 징계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를 구분해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호사들 가운데 일부는 로톡에 비용을 실제로 지불하지 않은 무료 회원이었는데, 징계를 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무료 가입 변호사들에 대해서는 징계 취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고 로톡에서 활동했던 변호사들에 대해서는 변협과 로톡 측 간 입장 차이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해 ‘징계’가 일부라도 인정될 경우 변협은 ‘문제없다’는 분위기다.
변협의 한 간부는 “결국 중요한 것은 변협이 가지고 있는 징계권에 대해 얼마나 법무부가 인정하느냐”라며 “직능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법에 명시한 사명 등 법조인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해 변호사 등록 및 징계권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톡 가입 변호사 가운데 한 명이라도 징계를 낮은 수위로 낮추더라도 법무부 징계위가 인정해준다면 변협 입장에서는 그 기준을 토대로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해 징계를 하면 된다”며 “거꾸로 123명의 징계를 모두 취소한다면 변협에 부여된 징계권을 아예 부정하는 것이기에 변협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협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또 다른 징계를 내릴 수도 있고, 수위를 낮춰 징계를 진행할 수 있다. 법무부가 123명 일괄 징계 취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오래된 변협과 로톡 간 갈등이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징계 취소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 등 추가적인 대응이 이어지지 않겠냐”며 “결국 로톡이 대한변협 회장 투표권이 있는 변호사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로스쿨 출신 저연차가 아닌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전혀 관심이 없는 이슈이다 보니 그들끼리 싸움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