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파두’ 비롯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두산로보틱스’ 데뷔…독점+배당 매력 갖춘 ‘서울보증보험’도 눈길
올 상반기 한국거래소의 신규상장 종목 수(재상장, 유가증권 이전상장, 스팩, 코넥스 등 제외)는 33개다. 일반청약에서 경쟁률 2000 대 1을 넘긴 곳도 에이엘티(2512 대 1), 뷰티스킨(2216 대 1), 이노시뮬레이션(2113.78 대 1) 등 3개나 된다. 하지만 모두 코스닥이다. 코스피에서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제외하면 단 한 건의 상장도 없었다.
하반기에는 코스닥에서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1조 4898억 원인 파두가 오는 8월 7일 데뷔한다. 코스피에서는 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초대형 종목들이 등판을 예고한 상태다. 반도체, 로봇, 2차전지 등 최근 시장에서 투자열기가 뜨거운 업종들이다. 공기업인 서울보증보험은 사실상 보증보험 시장의 독점사업자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반도체 팹리스 파두…나스닥 기업만큼 인정받을까
파두는 저장장치 반도체(SSD) 조절장치(Controller)를 설계하는 기업(Fabless)이다. 회사 측과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 564억 원, 영업이익 15억 원이던 실적이 내년에는 3715억 원, 696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이 평가한 파두의 상장 후 주당가치(EPS)는 4만 904원이다.
2024년, 2025년 추정 당기순이익 948억 원, 1900억 원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920억 원 기준 주당순이익(EPS) 1817.31원에 나스닥에 상장된 비교기업 3곳(Broadcom, Microchip Technology, Maxlinear)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값 22.51배를 곱해서 나온 수치다. 공모가 범위는 평가 EPS에 24.2~36.4%를 할인한 2만 6000~3만 1000원이었고 수요예측을 거쳐 상단인 3만 1000원으로 확정됐다.
위험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파두의 올 1분기 매출 176억 원 영업손실 43억 원이어서 평가에 사용된 미래 실적이 과연 현실화될지와 비교대상이 된 기업들이 모두 코스닥보다 훨씬 높은 가치(Valuation)를 인정받는 시장에 속한다는 점이다. 기회요인 역시 두 가지다. 회사의 기술력을 꽤 인정받아 기관투자자들이 일찌감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했고, CB의 전환가격이 주당 4만 333원으로 이번 공모가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수요예측에는 1082곳의 국내외 기관투자가가 참여해 약 36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액이 1000억 원에 가까웠던 필에너지(1812 대 1), 기가비스(1670 대 1) 등 올해 IPO 흥행 종목들이 네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저조하다.
#에코브라더스 첫 코스피행…상장 후 급등할까
2차전지 전구체 제조업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하반기 최대 유망주다. ‘스치기만 해도 폭등할’ 정도로 증시에서 2차전지 투자열풍이 뜨겁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증자 때 인정받은 1조 6502억 원은 전년보다 4.7배 높은 기업가치다. 실적도 뒷받침됐다. 이 기간 매출은 2배 가까이(3400억 원→6652억 원), 영업이익은 2배 이상(162억 원→390억 원) 뛰었다. 시장에서는 최소 3조 원 이상의 가치는 인정받을 것이라 관측이 많다. 에코프로에 열광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8조 원 이상, 10조 원까지 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코프로 그룹주 가운데 첫 코스피 상장인 만큼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면 기관자금 유입으로 주가가 ‘이중 점프’를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현재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의 PER은 각각 100배, 180배, 38배다. 상장 공모에서 100배에 달하는 PER 값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공모가는 시장 기대보다 낮을 수 있지만 그만큼 상장 후 주가 급등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 있다. 관건은 상장주관사가 주당가치를 얼마로 평가할지다. 올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실적은 아직 애매하다. 1분기 매출액은 2350억 원으로 지난해(1151억 원)보다 2배 이상 뛰었지만 순이익은 78억 원에서 54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예약된 글로벌 1위?…두산로보틱스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이 450억 원에 불과하고 영업적자도 132억 원에 달해 주주가 낸 납입자본(자본금+자본잉여금)을 ‘거의 다 까먹은’ 회사다. 하지만 회사 측은 상장 시 몸값이 1조 원을 넘어 최대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13종의 제품 라인업을 보유해 협동로봇 시장 글로벌 1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이 들어올릴 수 있는 물체의 중량(가반중량)은 최대 25kg으로 경쟁사(10kg) 대비 압도적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가 2021년 12억 달러에서 2027년 105억 달러로 10배가량 커질 수 있다는 시장조사기관의 전망도 근거다.
가장 최근(2021년 12월) 유상증자 당시 발행가격은 주당 9만 498원이다. 발행주식 수(486만 주)를 곱하면 약 4400억 원이다. 당시에도 미래가치가 반영된 가격이다. 2조 원이면 2년도 안 돼 미래가치가 4.5배나 커졌다는 뜻이 된다. 낙관적인 미래 실적 전망과 아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비교기업을 선정해 공모가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대주주인 두산의 지분율(90%)이 높고 향후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 수준으로 공모가가 결정돼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금알 낳는 독점기업 서울보증보험
서울보증보험은 신원보증, 휴대전화 할부보증, 중금리 대출보증, 전세자금대출 보증 등이 주력인 국내 유일의 보증보험사다. 지난해 말 순자산은 5조 원, 영업수익 2조 6363억 원, 순이익 5685억 원이다. 국내 증시에 똑같은 사업구조를 가진 비교대상은 없지만 손해보험사와 비슷하다.
상장된 손보사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은 삼성화재가 0.9배, DB손보 0.5배, 현대해상·코리안리·롯데손보가 0.3배, 한화손보·흥국화재가 0.1배 수준이다. PER도 삼성이 8.9배로 가장 높고 DB와 현대는 5.3배 수준이다. 서울보증보험 덩치로 보면 PBR 0.4배, PER 5.3배 정도가 적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산하면 서울보증보험 예상 시가총액은 PBR로는 2조 원, PER로는 3조 원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때 서울보증보험에 약 10조 25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그동안 배당으로 4조 원가량을 회수했다. 아직 6조 원을 더 회수해야 한다. 2조~3조 원의 기업가치로는 전액 회수가 어렵다.
변수는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50%의 배당성향을 자랑한다. 대형 손보사 평균 시가배당 수익률은 6%가량이다. 서울보증이 50%의 배당성향을 유지한다면 시가배당 수익률 6%가 되는 주가는 약 6만 7467원이다.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4조 7000억 원이다.
이번 상장은 정부가 보유한 지분(93.8%) 가운데 10%를 구주매출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발행주식수 변동이 없다면 공모 과정에서 높은 배당 매력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추후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50%를 제외한 33.8%도 단계적으로 처분해 공적자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