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개인-기관 평가와 재무구조 단점 유사…자회사 상장 성공해 자금 조달될지 관심 집중
그런데 최근 에코프로의 모습이 2015년부터 3년간 코스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셀트리온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증권가와 개인의 평가가 엇갈렸지만 주가는 급등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기관들의 공매도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 점도 비슷하다. 매출은 늘었지만 그만큼 돈은 벌지 못하는 재무구조의 약점도 비슷하다. 현재 셀트리온 주가는 15만 원대로 2015년 랠리를 시작할 때(3만 877원)보다는 여전히 5배가량 높은 수준이지만 2020년 정점(37만 4621원)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에코프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이른바 전기차 테마가 만들어지던 시기다. 2020년 125%, 2021년 248% 급등했고 증시가 급락하던 지난해에도 9.75% 하락하는 데에 그쳤다. 올해에는 10만 6000원으로 시작해 최근 한때 101만 5000원까지 오르며 10배 가까이 폭등했다. 랠리를 시작한 2020년 시가(1만 5000원) 대비 상승폭이 최대 67배에 달한다.
에코프로와 그 자회사들을 포함하는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2015년 1072억 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5조 6397억 원, 영업이익은 58억 원에서 6132억 원으로 급증했다. 주가가 오른 기울기만큼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했던 셈이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분명 매출과 이익이 늘었는데 현금은 그리 많지 않다. 에코프로의 유동자산은 2015년 639억 원에서 지난해 3조 1626억 원으로 3조 원 이상 불어났지만 현금성자산은 45억 원에서 3900억 원으로 늘었을 뿐이다. 대신 외상거래를 보여주는 매출채권 비중이 크게 높아져 유동자산의 3분의 1(9522억 원)에 달한다. 재고자산은 3분의 1이 넘는 1조 2703억 원이나 된다.
셀트리온도 외상 거래와 재고가 많았다. 계열사에 제품을 판매했지만 계열사가 이를 제때 팔지 못해 재고로 쌓아둬야 했다. 물건 값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게 당연했다. 하지만 에코프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에코프로의 주요 매출처인 삼성SDI와 SK온 역시 유동자산 내 매출채권과 재고 비중이 높다. 이들 역시 부품을 납품받으면서 현금으로만 대금을 지급할 여유가 제한적이다.
또 에코프로의 재고자산은 대부분이 재공품과 원재료, 미착품 등 제품과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산들이다. 2차전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들 재고자산의 가치도 높아졌다. 이를 장부상 평가이익으로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부풀려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2020년과 2021년 에코프로의 영업이익률은 7.4%, 5.7%였는데 지난해에는 10.9%로 치솟았다. 다만 이 같은 원재료 가격의 상승을 삼성SDI와 SK온 등이 납품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즉, 원재료를 싸게 사둔 덕에 이익은 났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 분이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실제 이익은 그만큼 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에코프로가 최근 공개한 2분기 잠정실적을 보면 매출은 2조 1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1% 줄어든 1664억 원에 그쳤다. 삼성증권의 예상치보다 7.5%, 26% 낮은 수치다. 에코프로비엠 영업이익도 1147억 원으로 전년보다 11.5%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1283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양극재 핵심 원자재인 리튬 가격 하락 여파 탓이다. 매출이 계속 늘고는 있지만 외상 거래가 많고 원자재 가격으로 재고자산 평가이익이 줄면서 실적이 부진해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 평가한 에코프로 적정주가 평균치는 42만 5000원이다. 시가총액으로는 약 11조 원이다. 전기차 수요 확대와 그에 부응한 설비 확장으로 내년에는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고 2025년에는 매출 17조 5000억 원, 영업이익 2조 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바탕이다. 3년 만에 3배가량 성장하는 낙관적인 관측이다. 이 이상 성장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증권사의 판단이다. 하지만 실제 주가는 증권사 목표주가를 2배 이상 웃돌면서 2025년 이후까지 고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볼 때는 과도한 기대이지만 주가가 올라야 수익이 나는 개인투자자들은 희망을 믿음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개인들이 열망을 부추기는 요인이 자회사들의 상장이다. 에코프로의 매출과 이익이 모두 늘었지만 현금을 많이 벌어들인 것은 아니다. 향후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2차전지 생산 증가에 대비하려면 설비투자 자금이 필요하다. 물론 매출채권을 현금화할 수도 있지만 에코프로가 선택한 묘책은 자본성 차입이다. 증시에서 2차전지 열풍이 뜨거운 상황을 이용해 자회사를 상장하는 방법이다. 셀트리온이 사업부분을 쪼개 상장해 자금을 조달한 것과 같은 방법이다.
일단 상장에 성공하면 자금을 싼값에 조달하기는 더욱 쉬워진다. 에코프로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유다. 에코프로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27%가 채 안 된다. 주식이나 주식 관련 채권을 발행하면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 주요 사업부분을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고 각자 상장을 하면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끌어올 수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에코프로 대차대조표에서 투자회사들의 지분가치(장부가)는 8228억 원이다. 이들 회사 상당수가 장부가보다 훨씬 높은 가치로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했다. FI들의 잇단 투자는 결국 상장을 통한 회수를 전제한 의사결정이다. 현재 두 곳이 기업공개(IPO·상장)를 준비 중이다. 각각 전구체와 수산화리튬을 만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2월 1주당 2만 8500원에 3자 배정 증자를 성공하면서 1조 6502억 원의 가치로 추정됐다. 2021년 7월 증자 때 1주당 6000원에서 1년 만에 4.7배가 뛰었다. 상장 시 기업가치가 3조 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코프로 장부상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가치는 1주당 1223원씩 총 374억 원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조단위 평가차익이 가능하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도 6월 말 1주당 27만 7443원씩, 61만 7784주를 발행해 1740억 원을 유치하기로 했다. FI들이 1조 3283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에코프로 장부에 평가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지분가치는 1주당 1698원씩 총 70억 8100만 원에 불과하다.
2019년 상장한 에코프로비엠은 6월 말 44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했다. 전환가액은 27만 5000원이다. CB 투자자는 만기에 주가가 전환가보다 높으면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얻는다. 반대의 경우에는 주식전환을 하지 않고 사전에 정해둔 이율로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 발행한 회사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갚을 필요가 없는 빚이 되는 셈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51%를 넘는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더라도 지분율로는 1.64%에 불과하다.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에코프로비엠은 매출과 영업이익 호조에도 외상거래가 많아 현금흐름이 악화됐지만 지난해 이익의 16%를 현금으로 배당했다. 상장된 자회사 덕분에 대주주인 에코프로는 2021년에 발행했던 해외전환사채를 만기 전에 갚을 수 있었다. 만약 이 해외전환사채가 보통주로 전환됐다면 3.6% 이상의 지분이 외부로 넘어가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1%포인트 이상 낮아질 뻔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나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에 성공하면 에코프로에는 재무적으로 상당한 보탬이 된다. 시총이 코스피200에 편입될 정도가 되면 이를 추종하는 기관투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주가가 높을수록 주가가 더 오르는 구조다. 주가가 높으면 에코프로그룹이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할 기회가 넓어지고 현재 재무적인 약점인 현금 부족을 극복할 방법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지주사의 자회사 지배력이 낮아져 에코프로 주주들이 누릴 자회사 관련 수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실상 하나의 회사를 3개사로 분할했던 셀트리온은 결국 다시 하나로 합병하는 길을 택했다.
또 자회사 상장으로 에코프로그룹 전체의 기업가치가 아닌 시총만 불어난다면 현실과 기대 간의 괴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코스닥에서 압도적인 시총 1, 2위에 올라있지만 5% 이상 주요 주주 명단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들은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다. 두 회사의 외국인 지분율도 각각 8.6%와 5.5%에 불과하다. 외국인들은 두 회사 주가가 각각 20만 원과 33만 원을 넘어선 이후 보유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현재 주가보다 30%, 64% 낮은 수준에 차익실현을 시작한 셈이다. 공매도가 늘어난 것도 이때부터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