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홍 코치 “수술 이후 불펜피칭 소화하는 등 더 이상 팔 통증 두려움 없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류현진의 개인 트레이닝을 맡고 있는 장세홍 코치는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날 클리블랜드 원정 더그아웃에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선수의 투구를 지켜봤다. 4회까지 안타를 한 개도 내주지 않는 노히트 피칭을 했던 터라 장 코치의 마음은 심하게 두근거렸다. 그러다 4회말 2사 1루에서 오스카 곤살레스가 친 타구에 맞고 류현진이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하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류현진이 타구에 맞는 순간 조용한 야구장 안에 ‘빡’하는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 너무 크게 들려 가슴이 덜컹했을 정도였다. 선수가 그토록 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걸 처음 목격했다. 부상 전까지 완벽한 제구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던 터라 당시 부상이 정말 뼈아팠다.”
지난 2일 14개월 만에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빅리그 복귀전을 치렀지만 5이닝 9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던 터라 류현진은 클리블랜드전에 많은 신경을 쏟았고,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준비했다. 장 코치는 경기 시작 전 불펜에서 몸을 풀 때부터 토론토의 피트 워커 투수코치가 감탄할 정도로 완벽한 구위를 선보였다고 말한다.
“류현진의 불펜피칭을 본 투수 코치가 크게 감탄했다. 최근 본 투구 중 가장 좋았다면서 박수를 보냈을 정도다. 특히 직구, 체인지업이 빼어났다. 거의 완벽한 상태로 불펜피칭을 마무리하고 등판을 위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더 이상 팔 통증에 대한 두려움, 걱정 없이 경기에 임하다 보니 류현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등판 이후 4일째 되는 날 불펜피칭을 하고 이틀째 되는 날 실전 경기에 임하는 루틴이 희망적이었다.
“이전 류현진은 팔꿈치 통증으로 불펜피칭을 소화하지 못했다. 아마 다저스 시절부터 불펜피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팔꿈치 상태가 불펜피칭을 소화하기 어려웠다. 인대가 소멸될 정도의 팔꿈치 상태였고, 한 번 등판하고 나면 회복 속도가 늦었기 때문에 등판 전 불펜피칭을 통해 경기 감각이나 밸런스를 체크한다는 게 불가능했다. 수술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선발 등판 전 불펜피칭을 하고 실전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만큼 건강을 회복했기 때문에 가능한 루틴이다.”
볼티모어전에선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나타냈지만 이후 경기를 준비하면서 류현진은 패스트볼과 커브의 회전수를 더 끌어올렸고, 자신감을 갖고 클리블랜드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류현진이 타구에 맞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무릎 안쪽에 정통으로 맞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빗맞았다면 공이 무릎 안쪽을 강타하고 튕겨 나가야 하는데 시속 157km의 타구가 무릎 안쪽을 맞추고 직각으로 휘어져 떨어졌다. 즉 충격이 그대로 무릎 안쪽에 흡수된 것이다. 순간 고꾸라질 수밖에 없는 통증이 뒤따랐다. 류현진이 경기 등판 전까지 한창 사이클이 올라가는 몸 상태였고, 구속 구위 등 전반적으로 향상된 상황에서 부상을 당해 아쉬움이 컸다.”
부상 직후 류현진은 절뚝거리며 마운드를 걸어 내려갔다. 다행히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지만 충격이 쉽게 가라앉진 않았다고 한다.
“부상 부위를 보면 야구공 하나가 들어가 있는 듯한 붓기가 있었다. 원정 숙소로 돌아와 새벽 서너 시까지 얼음을 대고 붓기를 빼려고 정성을 기울였다. 선수가 타박상을 입었을 때 24시간 안에 부종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예후에 차이가 나타난다. 얼음을 대고 압박하고 관리하다 보니 새벽 3시 정도에 멍이 퍼지면서 부종이 빠지는 게 보였다. 류현진은 그다음 날부터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3일째 하체 운동도 하고 런닝과 롱토스도 소화했다. 이번에도 엄청난 회복 능력을 보이는 중이다.”
단순 타박상이라고 해도 빅리그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기 중 부상을 당한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장세홍 코치는 강한 타구에 맞은 선수가 예정된 로테이션을 소화하게 된 건 큰 행운이라고 설명했다.
“팀 내에서도 류현진의 회복 속도에 크게 놀라는 눈치다. 시즌이 후반부로 향할수록 순위 싸움이 치열한 터라 선수들도 예민하고 자리에 대한 신경전이 대단한데 류현진이 부상에서 빨리 회복해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장세홍 코치는 등판을 이어갈 때마다 팔 상태가 좋아지는 걸 느끼고 있어 앞으로 남은 시즌보다 내년 시즌의 류현진에게 더 큰 기대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