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일이 한국 선수에 대한 좋은 이미지 심어…다저스가 영입 적극 나선 이유
신장 190㎝ 체중 90㎏의 건장한 체격을 소유한 장현석은 고교 시절 최고 시속 157㎞짜리 강속구를 무기로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고교 무대에서 9경기(29이닝) 3승(무패) 평균자책점 0.93 탈삼진 52개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아마추어 선수들 중 유일하게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에 올라 더 큰 관심이 쏟아졌다.
'일요신문'에선 LA 다저스 스카우트와 인터뷰를 통해 다저스가 장현석을 영입하게 된 배경을 살펴봤다.
장현석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직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장현석의 선택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장현석 영입에 공을 들인 팀들은 장현석 에이전트(리코스포츠) 측에 구단의 입장을 설명했고, 대략적인 계약 규모에 대해서도 귀띔했기 때문이다.
스카우트들 사이에선 최종적으로 경쟁을 벌인 팀은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알려졌다. 원래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지만 선수 측에서 원하는 계약금과 차이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장현석은 한국 팬들과 친숙한 LA 다저스를 선택했다. 다저스 스카우트는 장현석의 장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장현석은 갖고 있는 게 많은 선수다. 뛰어난 피지컬과 운동 신경에다 157, 158km/h의 구속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지난해에 비해 제구가 상당히 안정됐다. 볼넷 숫자가 줄어들었고, 변화구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고, 커브가 아주 좋아졌다. 마운드에서 싸움닭 기질이 있는 선수고, 누구와 붙어도 겁먹거나 도망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붙어서 극복해 나가려는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부분은 있을 듯. 다저스 스카우트는 솔직한 의견을 나타냈다.
“갖고 있는 신체 조건에 비해 힘이 더 붙을 수 있는데 아직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트레이닝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팀에 합류 후 먹는 것부터 기본적인 트레이닝을 잘 받는다면 엄청나게 좋아질 수 있는 몸 상태다.”
즉 다저스에선 장현석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단에선 장현석이 마이너리그에서 착실한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구속은 물론 구위, 제구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현석은 계약금 90만 달러에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다. 일부에선 장현석의 계약금으로 100만 달러 이상을 예상했지만 현실은 그에 못 미치는 액수였다. 그러나 현재 메이저리그는 매년 구단마다 국제 유망주들에게 돈을 쓸 수 있는 계약금의 한도가 정해져 있다. 이전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추신수 등이 미국 진출할 때 받았던 100만 달러 이상의 계약금은 앞으로 받기 어렵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국제 유망주 계약금 한도 총액은 매년 1월 15일에 재설정된다. 8월이 지난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대부분 이 총액을 소진했다. 지난해 심준석도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하면서 1월 15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피츠버그가 보유한 보너스풀이 부족했던 터라 그게 초기화되는 이듬해까지 공식 발표를 미뤘던 것이다. 2023년을 기준으로 국제 유망주 계약금 한도가 가장 많은 액수가 약 637만 달러였고, 가장 적은 액수를 보유한 팀들은 약 414만 달러였는데 LA 다저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이에 해당된다.
LA 다저스는 장현석을 영입하기 전 이미 국제 유망주 계약금으로 410만 달러를 사용한 터라 장현석에게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부족했다. 다저스는 보너스풀이 초기화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단 최근 유망주인 올드린 바티스타와 막시모 마르티네스를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하면서 부족했던 보너스풀을 받아왔다. 그 금액은 장현석을 영입하는 데 투자했다.
다저스 스카우트는 구단에서 한국 선수 영입에 적극 나선 배경으로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최현일의 영향력을 꼽았다.
“최현일이 다저스 마이너리그에서 성실한 생활로 감독, 코치들의 평가가 아주 좋은 편이다. 최현일은 구단에 한국 선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놨고, 장현석 영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리그가 달라 앞으로 같이 생활하긴 어렵겠지만 처음 장현석이 루키리그에 적응하는 데 최현일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최현일도 후배 장현석의 다저스 입단에 큰 기대와 설렘을 갖고 있더라.”
이로써 다저스는 한국인 투수들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서재응,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이 다저스에서 뛰었고, 최현일에 이어 장현석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장현석은 아마추어 선수로는 유일하게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면 장현석은 병역 혜택을 받는다. 이로 인해 야구계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KBO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맺은 선수의 대표팀 참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O 전력강화위원회에선 장현석의 미국행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처음 아마추어 선수 1명을 뽑는다면 다른 것 생각하지 말고 가장 뛰어난 선수를 뽑기로 했던 것이고, 그에 걸맞은 기준에 따라 장현석을 발탁한 거라 이후 장현석의 행보와 대표팀 발탁과 상관이 없다는 내용이다.
LA 다저스에서도 장현석의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대표팀에 출전할 경우 부상 등의 우려가 있지만 팀과 계약하기 전 결정된 사안이고, 선수도 강한 출전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장현석은 14일 LA 다저스 입단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진출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자세히 밝힐 예정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