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재무상황 악화·경영진 갈등에 발목…“재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어”
대우산업개발은 1997년 한독종합건설을 인수한 대우자동차판매의 건설 부문이 전신이다. 2003년 아파트브랜드 ‘이안’을, 2005년 상위브랜드 ‘엑소디움’을 론칭했다. 대우자동차판매는 2011년 법원의 회생 인가에 따라 건설 부문을 대우산업개발로 인적분할했으며, 같은 해 11월 대우산업개발은 신흥산업개발유한공사(신흥산업)에 인수됐다.
대우산업개발 최대주주인 신흥산업은 대우산업개발 지분 56.5%를 가지고 있다. 또 신흥산업은 이상영 회장이 지분 100% 가지고 있는 개인회사다. 대우산업개발은 2017년 대우조선해양건설과 삼부토건 인수전에 참여하고 2020년 7월 초 두산건설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등 인수·합병(M&A)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대우산업개발은 업계 기대와 달리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산업개발의 지난해 매출은 5080억 원으로 전년(5236억 원) 대비 3% 줄었고, 영업손실을 141억 원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산업개발의 자본금은 626억 원으로 전년(933억 원) 대비 33% 감소했고, 부채비율은 같은 시기 356.6%로 전년(230.4%) 대비 48% 증가했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시공능력평가에선 지난해와 동일한 75위를 차지했지만, 경영평가액(실질자본금에 경영평점을 곱한 것)은 올해 281억 원으로 전년(633억 원) 대비 56% 줄었다.
분양 성적도 저조하다. 지난 4월 일반분양한 경기 부천의 ‘이안 시그니처 역곡’은 32가구를 모집해 1순위 마감에 성공했지만, 뒤이어 분양한 ‘이안 센트럴포레 장유 1‧2단지’는 각각 0.72 대 1과 0.18 대 1의 경쟁률로 미달됐다. 지난 6월 경기 평택의 ‘이안 평택 안중역’(조합분양 취소분)은 28가구 공급에 29명 지원으로 경쟁률이 2 대 1을 넘지 못했으며, 전용면적 74㎡B에선 미달이 나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이 발생하면 공사비 회수가 지연돼 출혈이 크다”고 우려했다. 대우산업개발이 보유한 올해 1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5억 4987만 원으로 전년 동기(66억 4852만 원) 대비 62% 감소했다. 위기에 대처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대우산업개발이 소생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부 문제에 발목이 잡혀 외형 성장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부터 △분식회계 의혹 △경영진 갈등 등으로 혼란한 상황이다.
지난해 1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과 한재준 전 대표를 외부감사법 위반(분식회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대책위에서 받은 고발장에는 대우산업개발은 2012년 준공한 전남 광양 공사 현장의 매출채권 약 367억 원과 관련해 2019년까지 대손충당금(대출 등 채권 상황에 따라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손실에 대비해 예비금을 미리 책정해 놓는 것)을 적게 쌓거나 고의로 누락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벌인 것으로 나와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행사는 개발 시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불한다. 대부분 공사비는 매출채권으로 계산한다. 분양이 흥행하면 수익금으로 공사비를 완납할 수 있지만 분양이 실패하면 공사비 지불이 어려워진다. 이때 대손충당금(손실)으로 회계 처리해야 하는데, 대책위는 대우산업개발이 이 과정을 건너뛰었다고 주장하는 것. 대우산업개발 측은 고발 당시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순환 대책위 사무총장은 “이 회장과 한 전 대표 등은 미분양 아파트 매각을 통해 대손이 확정됐음에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산액을 부풀리고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회계를 조작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상영 회장과 한재준 전 대표를 불구속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경영진의 횡령 등 추가 비위를 발견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영진 간 갈등도 불거졌다. 특히 한 전 대표의 공금 횡령 의혹 등 내부 폭로가 나오면서 갈등은 커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수개월간 유흥업소 마담 출신 여성 A 씨에게 회사 자금으로 슈퍼카를 선물하고 법인카드를 준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한 전 대표는 A 씨를 회사 전무로 영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산업개발 노동조합(노조)은 지난해 12월 해당 사실이 알려진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대표이사(한 전 대표)는 2022년 내연녀(A 씨)를 회사의 마케팅 임원으로 채용을 시도하면서 학력과 이력을 위조한 의혹이 짙다”고 지적했다.
파장이 커지자 대우산업개발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열고 한재준 전 대표를 사내이사에서 해임했다. 이에 앞서 건설업계와 대우산업개발 전 직원 등에 따르면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 10월 한 전 대표를 상대로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을 냈다가 패소했다. 하지만 지난 1월 5일 항고심 재판부는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한 전 대표에게 법인카드 사용, 계약 등의 일체 행위를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대우산업개발은 지난 5월 이윤재 전 사업본부 부사장을 신임사장으로 선임하며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국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신청서를 제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산업개발 홍보 혹은 마케팅 직원들은 전원 퇴사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대우산업개발이 다시 일어나기 위해선 ‘초심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일을 위해 어떤 인력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즉 회사의 사업 방향에 맞게 원론적으로 경영을 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며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