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플레이조커 ‘강남 비키니녀’ 오마주…“합법적 AV 영상·다양한 퍼포먼스 계획 중”
이들은 국내 성인 영상 제작사인 ‘엠아이비(MIB)’ 소속 배우로 알려졌다. 이들이 서울 도심을 활보한 영상은 MIB 유튜브 채널에 ‘오토바이 비키니녀’ 등 제목으로 업로드되기도 했다. MIB는 이번 퍼포먼스를 두고 ‘당당하게 벗은 내가 문제냐? 불편하게 보는 네가 문제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MIB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AV(성인물)를 합법적으로 스트리밍하는 레이블이다. 일요신문은 MIB를 운영하는 김지수, 이성우 KLM 공동대표를 만나 이번 퍼포먼스 배경과 회사에 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퍼포먼스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회사 슬로건이 ‘성인이 성인다운 영상을 볼 수 있는 그날까지’다. 슬로건 맥락과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사람도 유독 ‘성’ 관련해서는 폐쇄적인 경우가 많다. 2022년 플레이조커가 소위 ‘강남 비키니녀’로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MIB도 ‘억눌린 성문화를 깨자’는 플레이조커 행사를 오마주하면서 시리즈로 이어가고 싶었다. 기업이 한 행사인 만큼 홍보 효과를 노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다만 그런 의도만 있는 건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온통 MIB를 감고 나타났을 거다. 각 커뮤니티, 유튜브 채널은 물론이고 공중파 등 뉴스까지 나왔지만 실제로 회원가입 등이 크게 늘진 않았다.”
―이런 행사 때마다 안전 문제 지적이 있고, 과거 비슷한 행사에서 노출된 엉덩이를 만지고 간 행인처럼 참가 여성들이 불편한 일을 겪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바이크 운행 중에는 선두와 후미에 스태프를 투입했다. 현장에 스태프 인원도 대대적으로 투입해 최대한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고자 했다. 요소요소에 스태프가 아닌 것처럼 숨어 있기도 했다.”
―비키니 라이딩 후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됐나.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큰 사건은 아니었다.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에 임의동행 형태로 파출소에 가서 15분 정도 경위서를 썼을 뿐이다. 사실 경찰도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에 출동을 안 할 수 없었던 거 같다. 경찰에서 ‘과다 노출로 인한 경범죄 처벌법’이라고 하길래, ‘어느 정도여야 과다 노출이냐. 한강 변 수영장에서 비키니 입는 건 괜찮은데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처벌받아야 하냐’고 말했다. 아직 처벌 여부가 결정이 안 났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번 퍼포먼스를 기획한 MIB는 어떤 곳인가.
“국내 최초 AV를 표방한 성인물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를 통과해 합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 최대 AV 회사로 회원 수는 90만 명 정도다. 약 20명의 여성 배우가 출연하고 있고, 일본 AV 배우를 섭외해 촬영도 하고 있다. 이성우 대표가 영화판에서 오래 일했고, 사업을 위해 일본 AV를 밑바닥부터 보고 배우고 한국으로 왔다.”
―최소한 한국에서는 AV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논란이 큰 산업이다. 이 사업을 하겠다 했을 때 반대는 없었나.
“다들 미쳤다고 했다. 그런데 이성우 대표가 어렸을 때 하와이에서 살았는데 그때 문화충격을 느낀 일이 있다. 엄마와 딸이 손잡고 성인용품 숍에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MIB가 나온 5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성인용품 숍이 강남대로에 크게 차려져 있고, 커플끼리 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앞으로 5년 뒤는 분위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성인이 성인다운 걸 자유롭게 즐기는 게 도대체 무슨 문제가 되나. 그런 분위기가 됐을 때 해외처럼 AV 배우가 TV에도 출연할 수 있고, 돈도 크게 벌 수 있다. 가능한 배우들은 유튜브 활동 등 산업을 알릴 수 있는 활동을 더 많이 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성은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네덜란드는 RAP 정책이 있다. RAP란 ‘청소년은 성적 권리(Right)를 가지며, 사람들은 이를 용인(Accept)해야 하고, 청소년들이 참여(Participate)하고 발언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뜻을 지닌다. 유럽은 청소년에 대해서도 이런데, 우리나라는 성인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발언만 해도 손가락질을 한다. 성에 대해 보수적인 사람도 청소년이 성교육 받는 걸 반대한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성인이 되고 나서 성적 영상 보는 걸 반대한다는 게 말이 되나.”
―2019년 https 우회 접속 차단 등 정책을 보더라도 한국은 성인물을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주류로 보인다.
“그렇게 해서 막았나. 여전히 해외 성인사이트 접속자 수가 많고, 온리팬즈 등 새로운 모델도 등장했다. 인간의 기본적인 3대 욕구인 식욕, 수면욕, 성욕 가운데 한국은 성욕에 대해서만큼은 솔직하지 못하다. 이를 인정하고 성인물을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면서, 범죄가 나타나는 걸 막는 게 훨씬 낫다고 본다. 정부에서 매년 문화 다양성 사업을 하는데 성문화에 대해서는 유독 배척하고 있다. 이번 비키니 라이딩을 기획한 것도 음지화된 문화를 음지에 계속 둘 게 아니라 양지화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시작했다. 국내 최초 AV도 그렇게 시작하게 된 거고 최초이기 때문에 법률 비용 등이 많이 들었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MIB는 AV를 표방했는데, 에로 영화가 다른 게 있나.
“에로는 기본적으로 스토리와 대사가 주어져 있다. 주어진 상황에 맞게 배우가 연기한다. 반면 AV는 배우에 초점을 맞춘다. 배우가 상황에 필요한 걸 하는 것보다는, 배우가 좋아하는 걸 상황에 맞추려고 한다.”
―해외 성인 사이트에 비해 MIB 등 국내 사이트가 가진 강점은 뭔가.
“사실 ‘야함’만 따지면 약할 수밖에 없다. 해외에선 제작하는 데 있어 거침없이 만든다. 한국은 영등위(영상물등급위원회) 기준에 맞춰 만들어야 하므로 여러 명이 등장하거나 체액이 나와선 안 된다. 다만 소비자들이 찾는 이유는 제한을 뛰어넘기 위해 영상 제작에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한번은 영등위에서 ‘실제 삽입이 틀림없다’며 반려한 적도 있다. 그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칭찬 같기도 했다. 또한 범죄에 연루된 영상이 아닌 합법적인 영상인 만큼 시청자가 어떤 위험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국내 영등위 기준을 통과하기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영등위는 1년에 한 번씩 위원이 바뀌는데 이때마다 잣대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그에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기준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매년 위원들에게 성인물 관련 규정과 한국과 일본 성인물 판례 등을 책자 형태로 제공한다. 그런데도 통과 안 된 게 셀 수 없이 많다. 6개월 동안 한 개도 통과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찍어 놓고도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는 것이다. 영등위도 기관인 만큼 사람이 바뀔 때마다 잣대가 바뀔 게 아니라, 원칙에 맞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현재 제약들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리라 보나.
“일본 성인물 시장은 1조 원 이상으로 한국 영화 시장과 비슷한 규모다. 제한이 사라진다면 한국이 일본 성인물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고 본다. 최근 대만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모자이크 없는 성인물도 합법화했다. 성인물 시장을 어쩔 수 없는 산업으로 보고 차라리 양지로 끌고 나오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진입하는 게 아주 멀진 않았다고 본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사실 비키니 라이딩 같은 퍼포먼스가 메인 홍보 수단은 아니다. 다만 홍보와 함께 지속해 우리 메시지를 알리고 성인문화를 양지화하기 위해 여러 이벤트를 할 계획이다. 2023년 5월에도 성년의 날을 맞아 거리에서 콘돔을 포함한 기념품을 무료로 배포하는 이벤트를 한 바 있다. 문화는 한두 명이 움직인다고 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건전한 생각을 하는 성인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벤트나 퍼포먼스도 메시지에 집중해 봐주셨으면 좋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