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화면 너머로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소통…2025년 청각장애인 올림픽에도 도입 예정
도쿄 세이부신주쿠역 창구에 새롭게 설치된 장치는 양쪽에서 말한 언어의 번역 결과를 말풍선으로 디스플레이에 표시해준다. 투명한 디스플레이라 눈과 눈을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비교적 심플한 하드웨어 구성으로 공간과 전원, 인터넷 환경만 갖춰져 있다면 어디든 도입이 가능하다.
시연회에서는 스태프가 영어로 “표를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묻자, 역무원 쪽 화면에 일본어 번역이 표시됐다. 역무원이 장소를 안내하자 순식간에 영어로 변환된다. 문장의 길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반응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2~3초 만에 말풍선형 텍스트가 떠올랐다. 영어 외에도 한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총 12개 언어를 지원한다.
세이부철도 측은 “이미 역무원들이 다국어 번역 앱(애플리케이션)이 내장된 단말기를 소지하고 있지만, 시선을 아래로 내려 단말기를 확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새로운 번역 장치는 버튼 클릭이 필요 없는 데다, 시선을 맞추며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고객의 표정이나 감정을 파악하기가 훨씬 쉬워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세이부철도 측이 일본을 찾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일본에서 가장 곤란했던 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시설 등지에서 스태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다”가 1위를 차지했다. 세이부철도는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외국인의 여행 수요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도입한 번역 장치는 돗판인쇄(Toppan Printing)가 개발한 ‘창구용 번역 솔루션’으로 알려졌다. 주로 기차역이나 공항 같은 대중교통 허브에서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돗판인쇄 담당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관광업체는 물론, 의료기관이나 기초 지자체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투명한 창에 마치 대화를 나누듯 글자를 띄우는 시스템이라 키보드와 연결하면, 청각 또는 언어 장애가 있는 사용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런 연유로 2025년 도쿄에서 열리는 청각장애인들의 올림픽, ‘데플림픽’에도 투명한 디스플레이 장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