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인’ ‘성폭행’ 기사 집중 열람, 불법공유 사이트 수시 접속…이등병 시절 소총 들고 탈영 이력 눈길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가 흉기를 구입하고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시도해 사망하게 한 사실 등에 비추어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공개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최윤종이 2023년 4월 너클을 구매했으며, 8월에는 ‘너클’ ‘성폭행’ ‘살인’ ‘살인예고글’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열람한 것을 확인했다. 무직 상태였던 최윤종은 부모님과 함께 거주했으며, 주변과 교류 없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우울증 진단, 치료는 안 받아
최윤종은 무직 상태였으며, 서울 금천구 독산동 자택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했다. 또한 경찰 조사 결과 최윤종은 2015년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며, 외부 교류 없이 집과 PC방, 도서관, 공원 등을 오가며 사실상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종의 통화 기록에는 음식 배달 외 친구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들과의 교류 흔적은 없었다.
최윤종 어머니는 8월 21일 KBS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학교에서 다친 채로 돌아왔고, 그 뒤로 졸업식도 가지 않는 등 어두운 모습이 심해졌다”며 “수도권 한 대학의 전기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사실상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스무 살 무렵이었던 10년 전쯤 군대에서 4개월 만에 전역한 뒤 사실상 은둔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최윤종은 과거 부대를 무단으로 이탈한 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은 이력이 있다. 당시 MBC 보도에 따르면 최윤종은 2014년 11월 말 입대해 이듬해 1월 강원 원주시의 한 부대로 전입했다. 최윤종은 그 당시 부대에서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관심병사였다. 전입 한 달여 만에 혹한기 훈련에 참여한 최윤종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소총을 들고 그대로 사라졌다. 다행히 총에 실탄은 들어 있지 않았고, 최윤종은 소총을 산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군에서 무단이탈을 하고 전역한 2015년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렇지만 우울증 치료는 받지 않았다. 탈영 사건 외에 최윤종의 전과나 그가 다른 혐의로 수사받은 이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강간할 목적으로 너클 구매”
범행 당일인 8월 17일 오전 9시 55분께 자택을 나선 최윤종은 서울 관악산 인근 공원 주변을 1시간 동안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원은 최윤종이 평소 자주 다녔던 곳이었으며, 범행 장소에는 CCTV가 없었다. 최윤종은 “그곳을 자주 다녀 CCTV가 없다는 걸 알고 범행 장소로 정했다”고 진술했다.
최윤종은 너클을 양손에 착용한 채 30대 여성 A 씨를 주먹으로 때린 후 성폭행했다. 너클은 손가락에 끼우는 형태의 금속 재질 둔기다. 범행에 사용한 너클은 2023년 4월 최윤종이 인터넷에서 직접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윤종은 “강간할 목적으로 4월경 너클을 인터넷에서 구매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최윤종의 범행 동기를 분석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검색기록을 분석한 결과 8월 들어 성폭행, 살인, 살인예고 글 관련 기사를 열람한 이력이 확인됐다. 그리고 최윤종의 PC와 스마트폰 등을 포렌식한 결과, ‘웹토끼’로 불리는 불법 만화 유통 사이트에 다수 접속한 흔적도 확인됐다. ‘웹토끼’ ‘뉴토끼’ 등은 불법 복제한 만화와 소설 등이 올라오는 사이트로 저작권법 위반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여기에는 미성년자 열람 불가 만화나 소설 등도 많이 게시됐는데 매우 잔혹한 콘텐츠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A 씨는 서울 관악구 소재 한 초등학교의 교사로 방학 중 교직원 연수 등 업무를 보기 위해 출근했다가 변을 당했다. 최윤종과는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이후 A 씨는 중태에 빠진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범행 이틀 뒤인 8월 19일 결국 숨졌다. A 씨는 최윤종의 폭행으로 이마가 함몰되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직접 사인은 ‘경부(목) 압박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이 나왔다.
#“욕정 살인의 양상 보여”
서울 관악경찰서는 8월 25일 오전 7시께 최윤종을 검찰로 송치했다. 앞서 24일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고 시인했던 최윤종은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우발적 범행이었고 피해자를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범행을 왜 저질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발적이었다”고 답했고, “처음부터 살해하려고 한 거냐”는 물음엔 “아니”라고 말했다. 범행을 언제부터 계획했냐고 묻자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이른바 욕정 살인의 양상으로 보인다”며 “성적 쾌락을 위한 목적뿐 아니라 상대를 괴롭히고 제압 및 통제하는 데서 오는 희열을 느끼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최윤종이 범행 도구인 너클을 미리 준비하고, 차 뒤에 숨으면서 범죄 대상을 물색하는 등의 행동으로 봤을 때는 ‘우발적’이라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져 보인다”며 “불법 만화·소설 공유 사이트에 접속한 이력이 있는데 어느 콘텐츠를 봤고, 그 콘텐츠가 이번 범죄와 연관이 있는지 면밀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