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경기 4할대 타율 기록하며 롯데 반등 견인…“가을야구행 보탬 될 것”
정보근은 8월 25일 현재 44경기에 출전, 시즌 타율 0.406(64타수 26안타) 1홈런 13타점을 기록했고, 최근 10경기 26타수 14안타를 올리며 맹활약 중이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타율이 0.175에 불과했던 백업 포수의 대반란이다.
더욱이 추락을 거듭했던 롯데가 8월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5위 두산과의 승차를 좁히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당기는 상황에서 정보근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다. 과연 정보근의 대반전 활약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롯데 입단 후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보근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정보근은 최근 좋은 성적을 내는 요인으로 이대호란 이름을 꺼냈다.
“(이)대호 형이 있을 때 타격에 대한 기술적인 조언보다 멘탈 관련해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올 시즌 대호 형 이야기를 떠올리며 멘탈을 잡는 계기가 많았다. 야구가 멘탈 경기라는 걸 깨달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2018년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에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정보근. 2019시즌 프로 1년 차를 2군에서 보냈던 그는 2020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올라섰다. 정보근은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1군 통산 타율이 0.175(382타수 67안타)에 그쳤다. 공격이 뒷받침되지 않은 수비형 포수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2023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FA를 통해 유강남을 영입했다. 정보근으로선 더더욱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태. 그런데 유강남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자 정보근에게 선발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7월 1군으로 콜업됐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부담 느끼지 말고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기회를 받았다고 해서 압박감에 쫓기다 보면 될 일도 안되는 터라 마음속으로 ‘평소 하던 대로 하자’라고 주문을 걸었다.”
정보근은 유강남이 FA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을 때 배울 게 많은 선배의 존재에 큰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는 포수 선배가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았다”라고 말할 정도다.
정보근의 2023시즌 터닝 포인트는 8월 2일 사직 NC전에서 리그 최고 에이스인 에릭 페디를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이자 통산 2호 홈런을 터트렸을 때다. 9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한 정보근은 4회말 1사 1루에서 페디의 시속 130km 커브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프로 입단 후 469번째 타석에서 기록한 통산 2호 홈런이다.
“프로에서의 홈런은 지금까지 2개밖에 없지만 페디 상대로 친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역전 홈런이었고, 그 홈런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행복함을 만끽했다. 동료 선수들도 축하를 많이 해줬는데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었던 것 같다.”
정보근의 시즌 첫 홈런의 좋은 기운은 계속 이어졌다. 8월 9일 키움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16일 SSG전까지 6경기 안타를 기록했고, 15일 SSG전, 20일 키움전에서는 3안타를 기록했다.
“요즘 성적이 좋으니까 비결을 많이 물어본다. 그런데 난 열심히 한 것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타석에서 편하게 칠 수 있을지를 연구했다. 지난 마무리 캠프 때 박흥식, 이병규 코치님들과 함께 야구 연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많은 훈련량은 기본이고, 밤을 새워 타격 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내 걸 찾으려고 노력했다.”
정보근은 최근 찬스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서 “예전엔 '여기서 못 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뒤따랐는데 요즘엔 찬스가 오는 게 즐겁고, 이걸 해결하고 싶은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정보근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빠른 시기인 입단 2년 차에 1군에 데뷔했다. 그러나 선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전에는 상대하는 투수에 따라 존이 바뀌었다. 즉 나만의 존이 없었다. 지금은 어떤 투수의 공에도 내가 만든 존을 버리지 않는다. 최근 외야로 뻗어 나가는 타구가 많이 나오는데 비시즌 동안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만들려고 힘을 빼고 치는 연습을 했다. 그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정보근은 올 시즌 팀의 선발투수로 맹활약 중인 나균안이 포수로 활약했을 때 그와 동고동락했던 시간들을 회상했다.
“(나)균안이 형이 힘을 합해 포수들도 분발하자고 말했는데 투수로 변신해 마운드를 이끌어갈 줄 정말 몰랐다. 포수가 아닌 투수 나균안의 공을 받는 기분이 아주 묘하더라. 균안이 형이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
정보근은 자신의 좋은 성적으로 인해 오랜만에 부모님 표정이 밝아졌다며 미소를 짓는다. 유강남이 부상에서 복귀했고, 이전보다는 선발 출전 기회가 줄어들겠지만 정보근은 시즌 마칠 때까지 1군에 남아 있고, 롯데가 가을야구하는 데 보탬이 되는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