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서·김택연 1·2순위 유력…전미르·육선엽·김휘건·조대현 두고 ‘저울질’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고교 선수들 중 1라운드 1순위 지명 예정자는 장충고 황준서가 유력하다. 즉 황준서가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다음, 2순위 두산이 인천고 김택연을 지명할 것이라고는 충분히 예상되는 그림이다.
원래 한화는 강속구 투수이자 고교 최대어로 꼽힌 마산용마고 장현석에게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장현석이 LA 다저스와 계약하자 자연스레 2순위 후보였던 황준서가 급부상했다.
고교 좌완 에이스인 황준서는 2학년이던 지난해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됐을 정도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고, 시종 장현석과 라이벌 구도를 그렸다. 최고 구속인 156km/h를 던지는 장현석한테 없는 부드러운 투구폼과 안정적인 제구 그리고 밸런스가 뛰어난 투수로 평가받았다. 좌완 투수가 부족한 한화로선 황준서를 놓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184cm, 88kg의 단단한 체구를 자랑하는 인천고 김택연은 현재 고3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인다. A 팀의 B 스카우트는 “지금 당장 1군 무대에 세워도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면서 “정말 탐이 나는 선수지만 앞 순위 팀들이 김택연을 놓칠 리 없어 쓴 입맛만 다시는 중”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대통령배에서 김택연은 인천고를 결승으로 이끌며 최고 시속 150km대의 직구를 뽐냈고, 100구 이후에도 공을 던질 수 있는 긴 이닝 소화력까지 뽐냈다. 두산 팬들은 벌써 김택연을 ‘두택연’이라고 부른다.
김택연의 활약에 오히려 한화가 고민에 빠진 듯하다. 항간에는 한화가 김택연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즉시 전력감인 김택연이 탐은 나지만 좌완 투수인 황준서를 거르고 김택연을 지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황준서, 김택연 이후 3순위부터 대혼전 양상을 벌일 듯하다. 현재 스카우트들 사이에선 경북고 전미르, 장충고 육선엽, 휘문고 김휘건, 강릉고 조대현 등이 3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즉 3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롯데의 선택에 따라 삼성-NC-KIA-KT-LG-키움-SSG의 선택이 결정된다.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MVP를 수상한 경북고 전미르는 최근 들어 평가가 훨씬 좋아졌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이도류 활약으로 프로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형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소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JTBC예능 '최강야구'를 통해 전미르를 상대했던 정근우는 “투수 전미르보다 타자 전미르한테 더 큰 매력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전미르는 투타 겸업과 관련해 “프로에 진출한 팀에서 허락한다면 도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낸다. 구단에서 허락한다면 투타 겸업을 이어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 포지션에 집중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3순위 롯데는 지난해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야수 김민석을 지명했다. 투수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지명 순위인 올해 롯데는 과연 투타 겸업을 내세우는 전미르의 이름을 부를지 궁금하다. 김민석 효과를 확인한 롯데가 전미르 영입 후 타자로 성장시킬지도 관심거리다.
장충고 육선엽은 U-18 세계 청소년야구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 중 집중 관심을 받는 선수다. 롯데의 3순위 지명에 변수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꼽힌다. 제구에 의문점을 안고 있는 김휘건과 최근 구위가 떨어진 조대현보다 밸런스를 앞세우는 육선엽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육선엽의 커브 구종 가치는 장현석과 함께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최고 150km/h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 구사 능력이 빼어나다. 선발 투수로서 활약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불펜에선 즉시 전력으로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강릉고 조대현은 LA 다저스 스카우트 파트에서 눈여겨 봤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전미르와 같이 투타 겸업을 하고 있지만 조대현은 타자보다 투수로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A 다저스 딘 킴 스카우트는 “조대현의 체형과 안정된 제구를 보면 지금 당장 1군 무대에서 활약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조대현도 투타 겸업으로 프로 1군에서 뛰기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과연 롯데는 전미르, 육선엽, 김휘건, 조대현 중 어떤 선수에게 3순위 지명권을 사용할지, 그 선택이 몹시 궁금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