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천안’ ‘당진-광명’ 사업 지난해 말 논의 급진전…기점서 3km에 최은순 씨 땅 위치해 논란 가능성
이르면 2024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 당진~천안 고속도로 기점인 송악분기점에서 약 3km 떨어진 당진 송악읍 영천리에 최은순 씨는 임야 1652평을 보유하고 있다. 당진~천안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서해안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직접 연결돼 당진에서 수도권과 충청내륙권으로의 이동이 더 원활해질 전망이다.
물론 분기점을 통해 차가 드나들 수는 없다. 하지만 최 씨 임야에서 직선거리로 약 2km 떨어진 서해안고속도로 당진나들목(IC)을 통한다면 최 씨 임야에서 송악분기점까지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 당진나들목에서 송악분기점까지는 차로 약 3분 걸린다.
송악분기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적격성 조사 중인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 기점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 건설 계획에는 제2서해대교 기능을 할 해저터널 6.945km가 포함됐다.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가 건설된다면 당진에서 수도권 남부를 잇는 도로망이 확충된다.
제2서해대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다. 2022년 2월 윤 후보는 당진 유세에서 "당진 시민들의 숙원인 제2서해대교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충청의 아들인 윤석열이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바꿔서 경제 번영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당진~천안 고속도로,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가 모두 들어서면 두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송악분기점 인근 당진나들목 주변 토지 가치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은순 씨 소유 임야 가격 또한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두 고속도로 건설사업 논의는 윤석열 정부 들어 속도가 붙었다. 당진~천안 고속도로 설계 자체는 2000년대 초반 이뤄졌다. 하지만 당진~천안 고속도로 중 송악분기점이 포함된 당진~아산 구간 사업은 낮은 사업성 문제로 10여 년간 보류됐다. 그러다 2022년 11월 환경영향평가 초안이 제출되면서 당진~아산 구간 사업이 본격화했다.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 사업 역시 2022년 말 논의가 활발해졌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2022년 11월 21일 충남도청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 적격성 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일주일 만인 11월 28일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에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 적격성 조사를 의뢰했다.
당진시의회는 올해 들어 두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촉구하는 여론전에 나섰다. 당진시의회는 올해 1월 '당진~천안 고속도로 송악분기점 상행선 개설 건의안', 올해 3월 '당진~광명 고속도로 민자적격성 조사 조속 통과 및 신속 추진 건의안'을 채택했다. 두 건의안은 대통령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에 전달됐다.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지역사회 현안이라고 해도 이례적이다. 의안 검색 결과, 당진시의회가 고속도로 건설사업 건의안을 채택한 건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최은순 씨가 당진 송악읍 영천리 임야 1652평을 매입한 건 1988년 1월. 무려 25년 전이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하기 전이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아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일요신문 취재진이 8월 16일 최은순 씨 임야를 직접 찾아가보니 25년간 임야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최 씨 임야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다. 포장도로가 없어서 흙길로 취재 차량을 몰수밖에 없었다. 다른 차량이 가끔 오간 흔적이 남은 흙길이었다. 하지만 장마철이라 진흙 범벅이었다. 이 비포장도로 바로 옆에 있는 서해안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 소리 사이로 매미소리만 들려왔다. 수풀 사이 흙길을 서서히 달리던 취재차는 어느 순간 헛바퀴만 돌았다. 뒷바퀴가 진흙탕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최 씨 임야 근처에서 텃밭을 가꾸는 한 주민은 "주변 땅 주인은 다 외지인"이라며 "땅 주인이 누군지 정확히는 모른다. 사람은 거의 안 다닌다. 뱀이 나와서 걸어 다니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 씨 임야 인근이 아예 허허벌판인 것은 아니다. 최 씨 임야에서 가파른 경사로 이어진 아래로는 신평농공단지가 들어서 있다. 최 씨 임야와 농공단지 경계까지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는 불과 약 30m. 그렇지만 농공단지를 통해서 최 씨 땅으로 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수풀로 우거진 언덕에 철조망도 쳐 있었다.
신평농공단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2006년 평(약 3.3㎡)당 50만 원에 땅을 샀다. 지금은 시세가 평당 150만 원 정도 된다"며 "근처에 도로가 새로 들어선다면 땅 시세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사업이 괜찮게 운영돼서 확장을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 씨 임야는 농공단지에 포함되지 않아 시세 자체는 낮을 수 있다. 하지만 매입가 대비 상승 폭은 더 클 수 있다. 최 씨가 이곳 임야를 매입한 1988년 1월은 신평농공단지 조성계획조차 발표되기 전이었다. 신평농공단지는 1990년 농공단지로 지정돼 1992년 준공됐다. 최 씨 임야 공시지가는 제곱미터(㎡)당 가격이 1990년 4500원에서 2023년 2만 1300원으로 3.7배 올랐다.
과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씨가 이곳 임야를 구매했던 1980년대 말 당진에는 땅 투기 열풍이 불었다. 1987년 1월 한 보도에는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을 겨냥한 충남 당진, 예산, 홍성 임야 거래가 잦아졌다. 일부 부동산업소에서는 헐값에 사들인 지방 임야를 복부인 전매 등을 통해 값을 2~3배씩 올려받고 있다. 당진은 지난해(1986년) 9월 임야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2배 이상 값이 뛰었다. 도로변 임야는 평당 1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고 평당 2000원 미만에 땅을 구할 수 없다"고 나온다. "'사두면 무조건 남는다'고 통했던 곳이 당진 땅"이라는 표현도 눈길을 끈다.
당진 땅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당시 정부도 대책을 마련했다. 1988년 2월 25일부터 3년간 당진군 송악면(현재 당진시 송악읍) 등지에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규모 이상 땅을 사고파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거래내용을 시, 군에 신고, 허가받도록 하는 제도다. 공교롭게도 최 씨는 토지거래허가제 실시 한 달 전인 1988년 1월 26일 당진 송악읍 영천리 토지를 매입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최 씨 임야 전 소유주 조 아무개 씨의 임야 취득 시점은 1987년 12월. 조 씨는 이로부터 불과 한 달 만인 1988년 1월 최 씨에게 땅을 다시 팔았다. 조 씨 역시 당진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었다. 부동산등기부에 조 씨 주소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으로 기재됐다.
행담도 땅 샀던 최은순, 토지보상 못 받은 사연
일요신문 취재 결과,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는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구간에 위치한 행담도 땅을 행담도휴게소 개발 전에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1989년 3월 충청남도 당진군(현재 당진시) 신평면 매산리 임야 720평(2380㎡)을 샀다.
최 씨가 샀던 행담도 임야에는 2023년 현재 서해대교에서 행담도휴게소로 들어가는 입구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1997년 6월 이 땅을 취득했다. 한국도로공사가 행담도 개발사업 승인을 받은 건 1995년. 최 씨가 땅을 산 시점보다 6년 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 씨는 행담도 개발에 따른 토지보상을 받지 못했다. 최 씨가 취득했던 행담도 임야 과거 주인이 소유권을 1996년 상실하면서 최 씨의 소유권 역시 사라진 영향이었다. 최 씨 입장에서는 행담도 개발 사업이 승인된 뒤 행담도 땅 소유권을 잃게 된 셈이다.
복잡한 사연은 이렇다. A 씨는 해당 임야를 1974년 11월 매입했다고 1981년 등기했다. 하지만 사실 해당 임야는 A 씨 친형인 B 씨 소유였다. A 씨는 친형인 B 씨가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허위서류를 통해 해당 임야를 본인 소유라고 등기했다.
B 씨는 해당 임야 소유권을 찾기 위해 동생 A 씨를 상대로 1991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해당 임야 소유권은 최 씨에게 있었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 끝에 1996년 1월 해당 임야 소유권은 B 씨에게 있다는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A 씨 소유권은 물론 최 씨 소유권까지 말소됐다. 최 씨 이전에 A 씨로부터 해당 임야를 취득했던 조 아무개, 이 아무개 씨의 소유권 또한 말소됐다.
행담도 땅은 1990년대 초 이미 투기 대상이었다. 1991년 언론 보도에는 "서해안고속도로 경유 예정지인 행담도는 전체 5만 4000평 중 78%인 4만 2000평이 외지인 소유다. 외지인들이 섬을 사들이면서 평(3.3㎡)당 평균 3000~4000원짜리 행담도 땅값은 4만~5만 원선으로 치솟아 호가하고 있다"고 나온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