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공문 보내기 하루 전, 평소와 달리 상세 일정 안 밝혀…전 군수 “17일 아닌 16일, 만난 사람 없다” 해명
전진선 양평군수는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 7월 1일 민선8기 양평군수로 취임했다. 전 군수는 선거 과정에서 ‘소통으로 열린 행정을 실천하겠다’고 공약했다.
전 군수는 당선 이후 본인 SNS에 당일 일정을 공개했다. 2022년 6월 15일 SNS에 “금일은 양평축산농협 가축시장 신축 준공식, 제132주년 노동절 양평봉황택시·양평운수 단합대회에 다녀왔다”고 적으며 처음 일정을 알렸다. 7월 22일부터는 “7시 30분 양평문화원 양서분원 문화탐방 및 두물머리 골프 동호회 견학 인사, 8시 옥천면 바르게살기협의회 워크숍 인사, 8시 50분 지평농협 한궁대회 축사, 9시 10분 제9회 양평군협회장기 동부·서부 통합 게이트볼 대회 축사” 등 스케줄을 시간대별로 올렸다.
그러던 중 양평군수로 취임한 지 17일째 눈길을 끄는 일정이 있다. 전진선 군수는 2022년 7월 17일 일요일 SNS에 “서울 출장 일정 중 잠시 시간을 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어 “금일은 청운면을 방문해 여물리 체험마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진지 견학을 떠나는 청운면 상인회 회원들에 인사했다”고 소개했다. 전 군수는 7월 17일 일정 공개 때 ‘서울 출장’이라고만 밝혔을 뿐 정확한 방문 장소나 만난 사람, 목적을 알리지 않았다.
전진선 군수가 양평군수 당선 이후 2022년 6월 1일부터 지난 6월 1일까지 1년간 서울에서 일정을 소화한 것은 총 17건이다. ‘연합뉴스TV 뉴스17 생방송 출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국정설명회 및 오찬 참석’ ‘종로 서울청사, 제12회 지방자치단체 생산성 대상 우수기관 선정, 행안부 장관상 수상’ ‘서울조선호텔, 대한축구협회 주관 KFA어워즈 축구인의 밤 행사 감사패 수상’ ‘여의도 국회, 한강유역 5개 시군 연대 한강사랑포럼 발대식 참석’ ‘국회, 김선교 의원과 육아정책연구소 공동 주최 지역의 육아정책세미나 참석’ 등이다.
지난 2월 11일 토요일의 경우 ‘오후 5시 서울, 공직자 자녀 결혼식 축하 방문’이라고 개인적 일정도 소개했다. 방문 장소와 목적을 알리지 않고 ‘서울 출장’이라고만 적은 일정은 2022년 7월 17일이 유일했다.
2022년 7월 17일은 국토교통부가 양평군 등 관계기관에 ‘타당성평가(조사) 관련 1차 노선계획(안) 검토의견 요청’ 공문을 보내기 하루 전이다. 이후 양평군은 7월 26일 강상면이 종점부가 되는 노선이 처음 포함된 3개 노선안 의견이 담긴 협의안을 회신했다(관련기사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특혜 의혹’ 원희룡 국토부가 먼저 노선 검토 공문 보냈다).
일요신문은 양평군청에 ‘전진선 군수 2022년 7월~8월 일정’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양평군청에서는 전 군수가 실제 수행한 일정이 아닌, 주간행사 계획을 보내왔다.
그마저 일요일 일정 계획은 모두 비워져 있었다. 양평군청 관계자는 “군수비서실에서 관리해 보낼 수 있는 자료는 일정계획이 전부다. 군수가 실제 수행한 스케줄을 따로 정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일요일 일정이 공란인 것에 대해서는 “주말은 주로 체육행사 등만 다니고 일정을 많이 소화 안 했다. 개인일정까지 일정 계획에 올릴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진선 군수 SNS를 보면 주말 일정도 모두 공개하고 있다. 2022년 7월 17일 일주일 전인 7월 10일 일요일에도 전 군수는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 현지 점검, 제1회 서종기우회장배 바둑대회 방문, 서종면 자율방범기동순찰대 단합대회 인사 등 주민 여러분을 찾아뵙고 소통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7월 16일 토요일의 경우 “문화원에서 양평문화앙상블 연주회가 있었다”며 “이 밖에도 도지사기 테니스대회 출전 격려 인사, 강상면 신화2리 선진지 견학 인사, 양평성당 성지순례 출발 인사, 용문 족구동호회 하계단합대회장 방문, 용문 배드민턴클럽 창립 기념식 참석 등으로 군민들과 소통했다”고 적었다.
일주일 후인 7월 24일 일요일에는 SNS에 “금일 9시 서종면 새마을회 워크숍 출발, 11시 용문남녀의용소방대 단합대회, 12시 일신1리 마을행사 주민격려, 16시 30분 K4리그 홈경기 방문 응원 등 일정을 했다”고 시간대별로 일정을 소개했다.
이처럼 주말 일정을 SNS에 자세하게 알렸는데, 7월 17일만 유독 ‘서울 출장’이라고만 명시한 것이다.
‘군수의 실제 수행 스케줄을 추후 따로 정리하지 않는다’는 양평군 비서실 답변에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었다. 과거 지자체장을 역임했던 A 전 시장은 “공식 일정이냐 비공식 일정이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자체장이 사전에 계획한 일정에서 변경이 되면 비서실이 일정을 고쳐서 기록을 남겨둔다. 군수가 실제 수행한 스케줄을 따로 정리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다른 지자체에서 시장을 보좌하는 B 씨는 “비서실 업무 스타일에 따라 다를 것 같다”면서도 “갑작스럽게 일정에 변동이 있으면 따로 수정을 안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일정 변경이 생기면 수정해 실제 지자체장 동선을 보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또 다른 지자체의 비서실에서 근무한 C 씨의 경우 “지자체장이 정해진 일정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와달라고 요청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니 주간 계획일정 외에 실제 수행한 일정을 추후 수정해 따로 저장하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22년 7월 17일 ‘서울 출장’의 정확한 내용을 알기 위해 문의했지만 양평군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현정 양평 군의원은 “군수의 일정 자료를 정식 요청했지만 양평군은 따로 답변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진선 군수는 ‘서울 출장’이 2022년 7월 17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전 군수는 8월 9일 통화에서 “‘서울 출장’은 7월 17일이 아니라 16일이었다. 동대문 디자인센터 보려고 갔다 왔다. 서울 출장 가서 누구를 만나지 않았다. 당시는 군수가 되고 얼마 안 됐을 때라 만날 사람도 없었다. 7월 17일에는 양평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 군수 설명에 따르면 7월 16일 일정을 17일 스케줄 소개에 함께 올린 것이다. 전 군수가 하루 지나 일정을 알린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또한 전 군수는 SNS에 “‘서울 출장’ 일정 중 잠시 시간을 내 DDP를 다녀왔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전 군수는 서울 방문 목적 자체가 동대문 디자인센터 방문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따로 만난 사람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진선 군수 SNS에 따르면 지난 2월 17일 오전에 세종시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면담한 데 이어, 오후에는 서울에서 김선교 당시 국민의힘 의원을 만났다. 다음 날인 18일 오후에는 서울에서 대통령실 홍보비서관을 면담했다고 밝혔다.
전 군수는 원희룡 장관의 경우 “교통재활병원 응급실 신설 및 진료과목 확대, 용문-홍천 중간역 설치, 용문면 KTX 정차 및 중앙선 차량 증차 등 국토부 지원이 필요한 군정 현안을 건의했다”고 했다. 김선교 의원 방문 이유는 “고향사랑기부제 관계자들과 현안 논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홍보비서관에 대해선 “정책홍보 전문가인 대통령실 홍보비서관을 만나 양평군 주요정책 실현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면담 목적을 밝혔다.
당시는 강상면 종점 노선안에 대한 논의가 한참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1월 16일 국토부는 양평군 등 관계기관에 ‘타당성평가(조사) 관계기관 2차 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붙은 협의자료 ‘타당성조사 사업개요’ 문서에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도가 담겨 있었다. 이어 양평군도 2월 8일 국토부에 양평군 의견이 담긴 공문을 회신한다.
전 군수가 SNS를 통해 밝힌 만남 목적 외에 추가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해 논의를 나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윤재관 전 비서관은 “현 정부 들어 대통령실 직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중앙행정기관을 담당했다. 지자체는 자치발전비서관 등이 맡는다”며 “국정홍보비서관이 지자체장을 만날 일은 전혀 없다. 국정홍보비서관의 업무범위 밖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훈 국정홍보비서관은 면담이 아니었고 지인들과 여러 명이 본 개인적 자리였다고 밝혔다. 강훈 비서관은 “연결이 된 아는 분들이 한번 자리를 갖자고 해서 주말에 만났다. 그날 전진선 군수를 처음 봤다. 홍보 관련해 많이 물어봐 조언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언급도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진선 군수 역시 “경찰 후배가 대통령실 행정관을 하고 있어, 만나서 양평 얘기를 하자 해서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