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퇴소자 급증하자 국방부 시행령 수정…군사훈련 기간만 인정돼 이등병 계급 입대
이런 사례는 군인사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나타났다. 제34조(사관학교 등의 중퇴자에 대한 계급 부여)에 따르면 ‘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또는 국군간호사관학교의 1학년 및 2학년 재학 중 또는 사관후보생과정 재학 중에 퇴교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재학 기간을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른 비율에 따라 제32조 제2항에 따른 병의 진급 최저복무기간으로 환산하여 그에 상당한 계급을 부여할 수 있다. 다만, 군인사법에 따르면 재학 기간은 1개월을 단위로 환산하며, 1개월 미만은 환산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부가적으로 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또는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재학 기간의 3분의 2를 인정해 주고, ROTC는 재학 기간의 100%를 인정해 준다고 돼 있다.
다시 말해 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ROTC 등을 중간에 그만두면 재학 기간 단위로 환산해 계급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ROTC 경우 2학년 겨울방학 기초군사훈련부터 일정을 시작해 4학년 졸업과 동시인 2월 28일 소위로 임관한다. 그런데 만약 ROTC가 임관을 포기하고 4학년 이후 현역병으로 입대하게 되면 재학 기간이 약 2년이 된다. ROTC는 다른 사관학교와 달리 재학 기간 100%를 인정받기 때문에 사관후보생이 된 후 14개월이 지난 뒤 그만두고 곧바로 입대하면 계급별 복무 기간에 따라 병장 계급을 달 수 있었다.
사실상 꼼수에 가까운 이런 방법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간혹 ‘ROTC 그만두고 입대한 신병이 곧바로 병장을 달면서 군번이 꼬였다’는 등 내용이 유튜브나 커뮤니티 등에서 회자되며 재밌는 일화 정도로 치부됐다. 그런데 약 3~4년 전부터 이 부분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됐다.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해 ROTC 임관일 직전에 소위 임관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2023년 2월에는 수백 명이 임관을 포기했다고 알려지면서 언론 보도 등이 이어졌다.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ROTC 중도 포기 현황’을 보면, 육군 학군단(ROTC) 총 112개 대학 학군생도 가운데 진로 변경이나 가사 사정 등의 문제로 중도에 자진 포기한 인원이 2018년 186명, 2019년 233명, 2020년 253명, 2021년 226명, 2022년 47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ROTC 전체 후보생 수는 연간 약 4000명가량이다. 2023년에는 중도 포기자가 600명 이상이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군인사법을 개정하게 됐다.
2023년 6월 14일 개정안에 따르면 ‘사관학교 중퇴자는 현역병 의무복무기간에서 단축된 기간을 병의 진급 최저복무기간에 해당하는 만큼 복무한 것으로 보고 그에 상당한 계급을 부여한다’고 개정했다. 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등은 3분의 2를 인정한다거나 ROTC는 재학 기간의 100%를 인정해 준다는 부분은 삭제됐다. 개정안은 12월 15일부터 시행된다.
정리해 보면 과거에는 사관학교나 ROTC 중도 퇴소자의 경우 재학 기간을 환산해 계급으로 받을 수 있었고, 여기에 군사훈련 기간은 복무일에서 단축해 줬다. 이를 개정해 군사훈련 기간만큼만 계급으로 인정했고, 그 만큼만 복무 기간에서 단축하기로 했다.
개정안 시행 이후는 중도 포기자의 병장 입대는 사라지게 된다. 임관 직전 중도 포기의 경우 ROTC는 군사훈련 기간인 74일만큼 복무 기간이 단축되는데 이만큼만 계급이 인정되기 때문에 병장 계급이 아닌 이등병 계급으로 입대하게 된다. 다만 기초군사훈련은 면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관학교의 경우 사관학교마다 군사훈련을 받는 시기와 기간이 다르지만, 1학년에 자퇴할 경우 이등병으로 입대할 전망이다. 군사훈련 시간이 육군사관학교 1학년을 마친 경우 98일 정도, 2학년 160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사관학교 중퇴자의 병장 계급 입대는 불가능해졌다. 병장 계급은 14개월 이상 복무해야 하는데 사관학교 4학년을 꼬박 채운다고 해도 290~300일 정도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등의 중퇴자가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경우의 초임계급 부여 기준을 개선해 군 복무기간에 대한 형평성을 제고하고 보완하기 위해, 이 같은 개정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에는 이 제도가 시행되는 12월 15일 전 계급 인정을 받기 위한 중도 포기자가 대거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정안 시행 전 중도 포기 경우 여전히 재학 기간으로 계급 인정이 되기 때문이다. 국회 등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 전에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