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성분 검출 인원 포함 16명 밤새 모임 갖다 사고 발생…‘제 식구’ 수사하게 된 경찰 내부 단속 실패 비난 직면
A 경장은 해당 아파트 14층에서 추락했는데 당시 아파트에는 일행 7명이 있었다. 그곳은 일행 가운데 한 명의 주거지였다. 이들은 이날 모임을 ‘운동 동호회’라고 설명했으며 “A 씨가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리하면 ‘운동 동호회 모임 도중에 벌어진 투신에 의한 추락 사망 사건’이지만, 이것은 사건의 본질을 매우 축소하고 은폐한 표현에 불과했다.
#16명 북적이던 아파트에서…
상황은 추락 사망 사건 수사를 위해 A 경장이 투신한 14층 아파트에서 정체불명의 주사기와 알약 등이 발견되면서 급반전이 시작됐다. 경찰은 일행 7명 가운데 5명에게 간이시약 검사를 벌였는데 여기서 케타민, 엑스터시, 코카인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 당시 일행 가운데 2명은 간이시약 검사를 거부했다. 이렇게 추락 사망 사건은 바로 마약사건으로 전환됐다.
현재 경찰은 A 경장이 투신해 추락사 한 과정에서의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아파트 안에 무려 16명이 함께 있었는데 아무도 A 경장의 투신을 막지 못했다. 참고로 A 씨 추락사 직후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아파트에는 일행 7명이 있었는데 추후에 8명이 현장에 더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그날 모임 참석 인원은 A 경장 포함 16명이었다.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1차 구두소견에 따르면 A 씨의 직접적인 사인은 ‘여러 둔력에 의한 손상’이다. 추락 과정에서 입은 손상으로 보이지만 다툼 등에 따른 타박상 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타살 혐의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또한 A 경장의 마약 투약 여부도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과수는 정밀 검사를 통해 마약 투약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다.
#운동 동호회 아닌 마약 모임?
과연 그날 그 아파트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찰 출동 당시 아파트에 있던 일행 7명은 그날 모임을 ‘운동 동호회’라고 진술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모임은 26일 밤 10시 즈음 시작됐는데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음주 등으로 소음이 심했다고 한다. 운동 동호회 멤버들도 밤샘 술자리를 가질 수 있지만 마약 투약 정황이 드러나면서 실제 이날 모임이 마약 파티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경찰은 일행 가운데 일부는 26일 밤 이태원 클럽에 들렀다가 해당 아파트에 합류한 사실도 파악했다.
경찰 출동 당시에는 현장에 일행 7명만 있었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현장에 8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8월 31일 추락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서 도주한 8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이날 아파트에 있던 16명은 현직 경찰인 A 경장을 비롯해 비뇨기과 의사, 대기업 직원, 헤어디자이너, 헬스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었다. 집단 마약 투약 정황이 포착된 만큼 경찰은 간이시약 검사를 거부한 2명과 추가 입건자들도 국과수 정밀 검사 등으로 약물 투약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또한 경찰은 15명 전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밤새 소음이 심했던 아파트에 있던 16명 대부분에게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이날 모임의 실체는 마약 파티였음이 드러나게 된다.
게다가 마약 파티가 이날 한 번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JTBC 인터뷰에서 아파트 인근 주민들은 몇 달 동안 해당 아파트에서 소음이 지속적으로 들렸다고 밝혔다. 거의 매일 밤 클럽 음악이 흘러나왔고 과일과 생수 등이 담긴 택배가 자주 왔다고 한다.
수사 확대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전부터 이 아파트에서 여러 차례 마약 파티가 열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 마약 모임에 A 경장 등 당시 현장에 있던 16명 외에도 또 다른 멤버들이 있을 수 있다. 해당 아파트가 거주지인 멤버가 다른 마약 모임 멤버들과 마약 파티를 가졌을 수도 있다. 사망한 A 경장을 제외한 15명의 모임 참가자들로 시작된 마약 파티 수사가 확대돼 추가 입건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찰 내부 단속 실패 비난 직면하나
경찰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나선 가운데 경찰은 검찰과 함께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A 경장이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나오고, 그것도 마약 파티에서 집단 투약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경찰은 내부 단속조차 제대로 못 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마약 관련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하며 다양한 성과를 올려왔고 한동안 검찰과 대립하기도 했다. 2021년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검찰은 ‘500만 원 이상 마약 밀수 사건’으로 마약 직접 수사 영역이 축소됐다. 이후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아예 마약 관련 직접 수사하지 못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이에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는 “검찰의 마약 수사 기능 폐지가 국가의 마약 통제 역량 약화로 이어진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었다. 반면 경찰은 “전국 3만 명의 수사 인력과 1만 1000명의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마약범죄 상시 대응 역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마약 범죄 조직 전체를 적발해내는 노하우도 검찰보다 경찰이 앞선다”고 맞섰다.
그렇지만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는 2022년 9월 10일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와 관련한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검찰 마약 수사가 복원됐다. 이후 검찰은 경찰청·관세청·해양경찰청·국정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마약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검찰보다 더 높은 마약 수사 역량을 갖춰 검찰의 마약 직접 수사 기능이 폐지될지라도 국가의 마약 통제 역량이 약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경찰이 이제는 내부 단속에도 실패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말았다.
게다가 여론이 매우 나쁜 상황에서 맞이한 악재다. 현재 경찰은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수사를 두고 ‘제 식구 감싸기’, ‘물타기 수사’ 등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의혹 관련 학부모가 현직 경찰과 검찰 수사관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또 다시 ‘제 식구’인 현직 경찰관의 마약 투약 의혹 사건을 수사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 내부 단속 실패라는 악재까지 더해지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