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 우려 속 과도한 공포감 지양 목소리…“안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방류 중단 요구 커
#하루 4시간 바다 왔다 갔다 하는데
이번에 방류된 오염수는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미국 서해안으로 이동해 북태평양 전체로 확산된 다음 제주도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수 유입 시기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2월 16일 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방류된 오염수가 제주 해역에 유입되기까지 4~5년이 걸린다고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오염수가 더 빠르게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염수가 동중국해로 퍼져 쿠로시오 해류와 쓰시마 난류를 타면 약 220일 만에 한반도 해역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유경 씨는 해녀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한다. 그는 ‘상군’으로 분류되는 해녀다. 상군은 물속에서 길게 호흡하고, 깊게 잠수하고, 많이 수확하는 해녀를 뜻한다. 전 씨는 “몸만 성하면 해녀 일을 계속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은퇴해야 하는 다른 일보다 평생 할 수 있는 해녀가 좋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자 해녀가 평생직장이라는 전 씨의 믿음은 흔들렸다. 전 씨는 한 달에 20일 정도 바다에 들어간다. 하루 4시간 동안 바다에서 물질을 한다. 전 씨는 “4시간 동안 내내 바다에서 숨을 쉬면서 왔다 갔다 하며 바닷물을 마신다”며 “오염수가 제주 앞바다에 들어오면 해녀들은 오염수가 섞인 바닷물을 쉼 없이 마시게 된다”고 우려했다.
오염수 안전성을 놓고 과학계의 견해는 엇갈린다. 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물이나 음식에도 들어 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의 삼중수소를 섭취하면 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원전의 삼중수소 방류기준을 두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방류 기준은 ℓ(리터)당 1만 베크렐(Bq)이다. 방류된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는 국제기준보다 6배 낮은 수치다. 이를 근거로 IAEA와 도쿄전력 등은 삼중수소 농도가 안전하다고 말한다.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교수는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4월 27일 무소 교수는 그린피스가 한국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가 체내에 들어오면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무소 교수는 삼중수소가 방류된 해역에 서식하는 어패류를 사람이 먹으면 몸 안에 삼중수소가 축적되고 인체에 이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랫동안 오염수가 방류됐을 때 인체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산업계, 소비 위축 우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조사해 31일 발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74%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해로울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해롭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1%에 그쳤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한 여론이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이 아무개 씨(31)는 “사고 때문에 불안해서 생선을 안 먹었던 기억이 있다”며 “그런데 이번에 같은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 때문에 다시 생선이나 회를 안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 아무개 씨(26)도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몰라서 수산물 소비를 줄였다”고 말했다.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수산물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녀 전유경 씨는 “성게에 대한 주문이 올해 유난히 많았다”며 “이유를 확인해 보니 방류가 되면 (성게를)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미리 주문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전 씨는 “오염수 방류 영향으로 식당 수도 줄어서 (해녀들의) 수입도 감소하고 있다. 1차 산업 종사자들이 먼저 (오염수 방류 여파를) 체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광주에서 수산물을 유통하는 장 아무개 씨(24)는 “오염수가 한국 바다로 안 왔기 때문에 현장에서 큰 혼란은 아직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씨는 “그러나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염수가 방류되고 나서 거래하는 횟집 5곳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오염수 방류가 결정됐을 때부터 피해가 누적됐던 것으로 안다. 어떤 사장님은 도저히 답이 안 보인다면서 폐업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선망어업을 하는 어민들도 수산물 수요 감소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선망어업은 6척의 배가 선단을 이뤄 물고기 떼를 찾아 이동하며 조업하는 어업 형태를 말한다. 한국 선망어업은 주로 고등어를 잡는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들어오는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조성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오염수 방류 이후인) 8월 26일과 27일 손님들이 노량진시장을 많이 찾았다. 사재기하는 것도 아니었다”며 “어느 손님은 더 많이 방류되기 전에 먹으러 왔다고 농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차 상인회장은 “추석 때가 되면 차례상에 생선이 올라가고 문어도 올라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방류 중단’ 요구 목소리 높아
8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상인들에게 “노량진수산시장에 제가 와서 조금이라도 시장 상인들이 힘이 나면 좋겠다”고 했다. 7월 27일에는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현명한 우리 국민은 괴담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수산물 일일 방사능 검사 현황을 공지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비 예산으로 7380억 원을 편성했다. 수산물 방사능 검사 건수도 2024년부터는 5만 5000건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는 2023년보다 두 배가량 많아진 수치다. 8월 31일에는 긴급 예비비 8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도 했다.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도모하고 수산업계가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더 구체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7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이런 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며 “오염수 피해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주는 보상도 기준이 없다. 누가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염수 방류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8월 30일 제주범도민운동본부 등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약 1000명(경찰 추산 350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에 참여한 김계숙 제주 해녀협회장은 “매일 핵 오염수가 흘러들어올지 모르는 걱정을 하면서 살아가는 현실이 편안한가”라고 되물었다. 제주대학교에 다니는 한 대학생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이 지구에 우리는 앞으로 50년 이상 더 살아야 한다.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길지 우리는 모르는데 (정부는) 그저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유경 씨는 집회 참여자들과 비슷한 생각이라고 했다. 오염수 방류가 도쿄전력 계획대로 30년 만에 끝나면 전 씨 나이는 69세가 된다. 전 씨는 “30년 동안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 씨는 평생직장이라고 여겼던 해녀를 그만두고 뭍에서 가게를 차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불안감과 고민을 안고 금어기가 끝나는 9월 7일 다시 바다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