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아시아 “초전도체 이슈와 무관” 발표 직후 고점서 차익 실현…“주가 과열 피해 막고자 했던 것” 설명
LS전선아시아는 8월 28일 자사주 매각 계획에 대한 이행 결과를 발표했다. LS전선아시아가 같은 달 16일 밝힌 당초 계획은 17~25일 사이 총 39만 7303주를 매각하는 것이었다. 이는 LS전선아시아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전량이다. 실제 매각된 물량은 10만 주에 그쳤다. 주당 단가는 1만 3957원이다. 이렇게 챙긴 현금은 13억 9570만 원 규모다.
LS전선아시아가 당초 계획만큼 주식을 매각하지 못한 것은 주가가 매각하기로 한 가격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투자업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이른바 기업이 나서서 테마주 따라잡기를 한 모양새여서다.
당시 LS전선아시아는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한 상황이었다. LS전선아시아는 “초전도체 케이블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거나 초전도체 개발에 대한 사실이 없다”고 16일 해명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자사주 전량 매각 계획을 알리면서 고점에서 차익실현에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LS전선아시아가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 주주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해당 기업의 모든 주주가 아닌 LS그룹 오너일가 이익을 위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LS전선아시아 소액주주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의 수익 변동 없이 유통물량이 늘면 주당 순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과 같은 수준의 순이익이 발생해도 배당받을 주식수가 늘어남에 따라 주주들에게 돌아올 몫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해 유통물량이 증가하는 것은 시장에서는 악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LS전선아시아가 매각을 시도했던 물량 39만 7303주도 기존 유통주식 3022만 7576주와 비교하면 결코 적지 않다. 이는 1.3%에 해당하는 물량. 그만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
공교롭게도 LS전선아시아의 주가는 자사주 매각 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16일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16일 한때 1만 7180원까지 치솟던 주가는 내림세를 보이더니 지난 6일 종가 기준 9760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고점 대비 43%가량 빠진 수준이다.
LS전선아시아는 모든 주주들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LS전선아시아 해당 관계자는 “당시는 LS전선아시아가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과열되는 양상이었다”면서 “주가 급등으로 새로 유입되는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과열된 주가를 식히기 위해 해명공시와 함께 자사주 매각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결정을 내린 LS전선아시아의 인식이다. 취재 과정에서 LS전선아시아가 건전한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앞선 LS전선아시아 관계자는 “기업(LS그룹)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는 회사에서 13억 원의 차익을 보려고 자사주를 매각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 같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해명은 LS전선아시아의 입장이 아닌 LS그룹의 입장이다. 평소 LS전선아시아의 모든 주주가 아닌 LS그룹 오너일가를 위해 LS전선아시아를 경영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통상 그룹을 지배하는 오너일가는 매각이나 증여를 앞둔 계열사가 아니라면 해당 기업의 주가보다 지배력에 더욱 관심을 둔다. 설령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상증자 등의 경영적인 판단이라도 그룹 오너일가의 지배력에 변동이 없으면 오너일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경영진들이 과감히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 오너일가는 계열사 주가가 낮아도 매각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기업을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진들이 경영 관련 판단에서 주가를 소외시키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
LS전선아시아의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1577억 원 규모다. 이번에 계획대로 자사주를 매각했으면 LS전선아시아가 챙기는 현금은 55억 원가량이다. 이는 기존 자본총계의 3.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LS전선아시아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 274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LS전선아시아의 기업 규모에 견줘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기업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 거버넌스의 건전성이 기업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추세다”라며 “LS전선아시아의 이번 결정으로 LS그룹이 소액주주를 소외시키고, LS그룹 오너일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LS그룹에 자리잡는다면 기업가치 저평가로 이어져 자금 조달 비용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