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파티’ 의혹 참가자 중 13명 황급히 줄행랑…의사·대기업 직원 등 외에 드러나지 않은 참가자 궁금
#37평 아파트에 21명…추락사 왜 못 막았나
8월 26일 밤 10시 무렵부터 27일 새벽까지 ‘집단 마약 파티’가 벌어졌다는 의혹이 집중된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는 전용면적 122㎡(약 37평)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여기서 8월 27일 새벽 강원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장 30대 A 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현재까지 수사 상황에서 경찰은 A 씨가 투신해 추락사 한 과정에서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거실과 방 3개, 화장실 2개로 이뤄진 아파트에서 열린 그날 모임에 현재까지 21명이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렇다면 꽤 북적거리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14층이나 되는 아파트에서 현직 경찰관 A 씨가 추락하는 상황은 그 누구도 막지 못했다.
물론 베란다 통창 등 넓은 창문으로 갑자기 A 씨가 뛰어 내렸다면 아무도 막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런데 그곳은 일반 아파트가 아닌 주상복합으로, A 씨가 추락한 창문은 사람 몸이 겨우 빠져나갈 만큼 좁았다고도 알려졌다. 실제 경찰에 신고한 참가자 역시 “몸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좁은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 마약 파티’가 사실이라면 모두 마약에 취해 투신을 말리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마약 파티이기 때문에 더욱 말리려 했을 수도 있다. 클럽 등 공개된 장소가 아닌 아파트에서 몰래 집단 마약 파티를 벌이던 도중이라면 비밀 유지가 가장 중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A 씨의 추락사가 아니었다면 이들의 그날 모임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
#왜 이태원 클럽 아닌 아파트에 모였나
그날 모임의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태원의 한 클럽에 들렀다가 아파트로 합류했는데 여기서 마약을 구매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은 해당 클럽을 압수수색했다. 심지어 일부 참가자는 클럽에서 이미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까지 드러났다. 게다가 해당 클럽을 압수수색 며칠 전 취재한 KBS 보도에 따르면 클럽에서 마약 거래와 투약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여기서 제기되는 또 다른 의혹은 왜 굳이 이태원 클럽이 아닌 아파트에서 집단 마약 투약을 했는지 여부다. 물론 비밀리에 마약을 투약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의혹은 이태원 클럽과 달리 완벽하게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나 마약을 투약해야 하는 참가자들이 존재했을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만약 사망한 A 씨도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현직 경찰이기 때문에 클럽 등 공개된 장소에서의 투약을 꺼렸을 수 있다. 비슷한 이유로 아파트에서 비밀리에 마약 투약을 원했던 참가자들은 더 있을 수 있다. A 씨 추락사 직후 13명이 대거 아파트를 빠져나갔고 경찰이 추가 참가자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 역시 같은 데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여전히 경찰 수사를 통해 추가 참가자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관심은 21명의 참가자들의 면면이다. 사망한 현직 경찰을 비롯해 비뇨기과 의사, 대기업 직원, 미용사, 헬스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었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추가로 드러난 5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8명→16명→21명…왜 참가자 인원을 속였나
A 씨의 투신을 막지는 못했지만 사고 직후 이들의 행보는 생각보다 침착해 보였다. 우선 참가자 가운데 한 명이 이 사실을 경찰이 신고했고 A 씨를 제외한 20명 가운데 13명은 바로 사건 현장인 아파트를 떠났다. 경찰이 출동해 해당 아파트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7명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8명이 모여 운동 동호회 모임을 가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처음 밝혀낸 추가 참가자는 8명이었다. 이로 인해 사망한 A 씨와 경찰 출동 당시 현장에 있던 7명, 그리고 추가로 드러난 8명 등 총 16명이 모여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9월 7일 5명의 참가자가 현장에 더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 발표했다. 그 사이 이미 5명 가운데 외국 국적자인 1명은 해외로 출국했다. 미리 파악한 참가자 16명은 모두 출국금지가 내려졌지만 5명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1명의 해외 출국이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도착한 아파트에서는 정체불명의 주사기와 알약 등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경찰은 7명 가운데 5명에게 검사를 거부한 2명을 제외한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했고 여기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20명 가운데 13명이 급히 현장을 떠나며 경찰 출동에 대비했던 이들이 주사기와 알약 등은 그대로 방치했다.
마약 투약의 흔적을 지우는 것보다 13명이 도주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한 마약 투약이 적발될지라도 참가자의 절반 이상을 먼저 대피시키며 뭔가 또 다른 비밀을 감추려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그날 모임의 참가자 수가 21명까지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과연 그날 밤 그 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경찰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