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좀 멀리 나갔지만 배우 윤세아도 외모에 연기력이 묻힌 케이스다. <신사의 품격>에서 도도하고 얄밉지만 사랑스러운 홍세라 역을 만나기 전 그녀는 언제나 여주인공의 친구이거나, 얄미운 사랑의 방해꾼이거나 그도 아니면 현실성 없어 보이는 청순가련형 인물이었다. 윤세아는 배역에 잘 맞는 연기를 보여줬지만 세상의 절반인 여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는 힘든 캐릭터였다.
<신사의 품격>에선 좀 달랐다. 여전히 예쁘고 도도하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공감대를 가장 돋보이는 액세서리로 착용하고 등장했다. 빚 내 명품백을 들고 다닐지언정 사랑하는 사람에겐 그런 모습을 감추고, 돈 많은 임태산이 좋아도 그 돈 때문에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 여자.
프로골퍼인 만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일로서 증명하고 싶어하는 홍세라 캐릭터는 비로소 윤세아를 얼굴만 예쁜 연기자가 아닌 ‘자존감’과 ‘자신감’을 지닌 연기자로 시청자들 앞에 서게 해준 계기가 됐다.
윤세아는 2005년 영화 <혈의 누>로 데뷔한 이래 영화와 TV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그에 비해 인지도는 낮았지만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김하늘과의 투샷에서도 밀리지 않는 외모와 복근을 보여준 윤세아. 임태산의 품에 안겨 자신이 골프로 성공할 때까지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윤세아의 모습에서 많은 여성들은 자신들의 ‘자존심’ 몇 센치쯤은 올라가는 희열을 맛봤을지도 모른다.
뒤늦게 남성들은 윤세아를 자신들의 로망으로 받아들였고 여성들은 그녀를 어깨동무할 수 있는 동지로 인정했다. 그래서일까. 윤세아의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합류 소식은 그녀가 연예계에서 어떤 위치에 서게 됐는지 알게 해주는 나침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중이 자신을 투영시키고 싶은 사람, 대중의 판타지를 다채롭게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스타가 될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올해 서른넷, 윤세아가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만큼 강렬하진 않아도 오래오래 은근하게 대중의 곁에서 타오르길 조용히 지켜보고 싶다.
김수현 기자 penpop@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