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쿠에바스 활약이 LG·KT 1·2위 이끌어…KIA ‘불방망이’ 지속 여부가 변수
현재 1위 LG 트윈스는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2위 KT 위즈와 경기 차를 더 벌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9월 7일 현재 KT와 6.5경기 차라 다소 여유가 있지만 워낙 변수가 많은 시즌이라 안심하기엔 이르다. 문제는 2위 KT와 3위 NC, 4위 SSG, 5위 KIA가 3경기 차 안에서 승부를 벌이고 있는 터라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의 설명으로 치열한 5강 싸움을 벌이는 각 팀의 속사정을 살펴본다.
LG는 2위 KT와 9월 5~7일 수원에서 운명의 3연전을 치렀다. 결과는 2승 1패를 기록한 LG의 위닝시리즈. LG는 2위 KT와 승차를 6.5경기로 벌리며 69승 2무 44패로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KT가 남은 26경기에서 1위와의 6.5경기 차를 뒤집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의 70승 선착도 1승만 남았다(9월 7일 현재). 지난 시즌까지 정규시즌 70승 선착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은 75.8%이고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60.6%다. LG는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지금까지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이는 LG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키움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한 최원태의 부진. LG는 최원태를 데려오는 대가로 키움에 이주형, 김동규 등 투타 유망주 2명과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최원태는 7월 30일 이적 데뷔전에선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8월 한 달간 4경기 21이닝 평균자책점 9.00에 그쳤다. 그리고 열흘간 휴식을 갖고 등판한 9월 5일 KT전에서 3이닝 5피안타(1홈런) 1볼넷 2실점(2자책)으로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LG는 최원태의 부진뿐 아니라 외국인 투수 애덤 플럿코가 골반뼈 타박상 진단을 받아 4, 5주 결장하게 돼 큰 타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대 마무리’ 고우석이 흔들렸다. 9월 6일 KT전에서 고우석은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8월 26일 NC전 최악투를 시작으로 최근 6경기에서 3차례 패전투수가 됐다. 고우석은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차 시즌 막판 자리를 비워야 한다. LG로선 고우석이 있는 동안 최대한 승수를 쌓아야 하는데 오히려 고우석으로 인해 패하는 경기가 생기다 보니 염경엽 감독의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장성호 해설위원은 LG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요인으로 임찬규의 10승과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의 활약을 꼽았다.
“아마 어떤 야구 전문가도 올 시즌 임찬규가 10승을 올리고 3점대(3.63)의 평균자책점을 찍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케이시 켈리가 1선발로 완벽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아담 플럿코도 부상 등의 이유로 전력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선발진이 흔들리지 않았던 건 임찬규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타선에선 기존 선수들이 제몫을 해주고 있는 가운데 지난 2, 3년간 재미를 못 봤던 외국인 타자의 활약과 포수 박동원의 19홈런이 큰 도움을 준 것 같다. 오스틴 딘은 LG 외국인 타자의 흑역사를 지웠고, 박동원은 이전 유강남이 이루지 못한 홈런 20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뛰는 야구로 팀 컬러를 바꾼 염경엽 감독의 노력도 인정받아야 한다. 상대 팀에선 출루만 하면 실패하든 성공하든 도루를 노리는 LG 타자들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이 LG의 전력을 한 단계 올려놓은 게 1위 LG를 만들었다고 본다.”
LG를 턱밑까지 추격했던 KT는 9월 3일 키움전에 시리즈 스윕을 당한 게 뼈아팠다. 후반기 첫 3연패를 당했던 KT는 이후 LG와 3연전에서도 1승 2패를 기록했다. 전반기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KT가 8월에 80%가 넘는 승률로 10개 팀 중 최고 승률을 올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그 배경에는 쿠에바스의 합류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9일 보 슐서를 대신해 KT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재합류한 윌리엄 쿠에바스는 8월 평균자책점 1위(0.50)를 기록했고, 8월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찍었고, 5승을 챙겼다. 9월 7일 현재 8승 무패 평균자책점 2.99인 쿠에바스를 장성호 위원도 KT 상승세의 일등 공신으로 꼽았다.
“고영표 등 KT의 다른 선발들도 좋은 성적을 냈지만 쿠에바스가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 후 KT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큰 경기에 강한 쿠에바스가 팀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팀 전체가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KT의 타선은 중위권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고, 팀 홈런(8위)도 많지 않은 편인데 성적이 나는 건 마운드이고, 그 마운드를 이끄는 이가 쿠에바스라고 생각한다. KT가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쿠에바스를 잘 데려왔다.”
꾸준히 4, 5위권을 유지하다 후반기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3위 NC는 완벽한 투타 조화를 이루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NC의 팀 평균자책점은 리그 1위(3.39)다. 선발은 12승 7패 평균자책점 3.63을, 불펜은 5승 2패 1무 7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3.02를 찍었다. 리그 최고의 에이스 에릭 페디가 마운드를 이끈 가운데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 태너 털리(5경기 3승 평균자책점 2.37)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타선도 뜨겁다. 8월부터 팀 타율 2위(0.288)를 나타냈고 후반기 박민우와 박건우가 동시에 1군에 복귀하면서 손아섭, 제이슨 마틴과 함께 상위 타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전반기 부진했던 마틴 역시 8월 한 달 동안 타율 0.300, 4홈런 23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강인권 감독의 근심을 덜어줬다.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리그 최초의 기록을 남겼던 ‘디펜딩 챔피언’ SSG 랜더스가 심상치 않다. 8월 10승 13패 승률 0.435에 그친 SSG는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승률이 5할에 미치지 못했다. 9월 6경기에선 1승 5패로 승률 0.167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전반기 LG와 선두 다툼을 벌였던 SSG는 9월 7일 현재 순위가 141일 만에 4위로 떨어졌다. 지금은 상위권 유지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5강권을 지키는 게 급선무일 정도다.
장성호 위원은 SSG의 팀 성적 하락의 여러 요인들 중 김원형 감독의 감정 노출이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최근 SSG가 지난해 우승을 함께 일궜던 코칭스태프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하지만 우승을 이끈 코치들을 내려보낸 건 적절치 못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중 SSG 더그아웃을 비출 때마다 김원형 감독이 짜증을 내고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잡힌다. 감독은 화가 나도 일부러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참거나 삭히는 경우가 많은데 감독이 너무 감정을 노출하다 보니 선수들까지 동요되는 것 같다. 투타에서 주요 선수들의 노쇠화가 고민이고 정교하지 못한 팀 색깔이 성적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현재 5강 구도를 이루는 팀들 중 가장 위험한 팀이 SSG다.”
14년 만에 10연승에 도전했던 KIA의 연승 행진은 ‘9’에서 멈췄지만 KIA는 최근 가장 무서운 기세를 보이며 중위권 순위 싸움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KIA는 6월 말까지만 해도 9위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한 단계씩 순위를 끌어 올리다 타선이 폭발하며 승리를 이어갔다. 장성호 위원은 9월 8일부터 시작되는 LG와의 주말 3연전이 향후 KIA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KIA의 상승세는 마운드보다 폭발적인 타선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방망이란 건 한때 잘 맞기도, 또 금세 식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9월 7일 두산전에서 KIA가 양현종을 선발로 내세웠음에도 0-3 완패를 당했다. KIA가 9연승을 이룬 건 방망이의 힘이었다. 그런데 이게 한 번 안 맞기 시작하면 타선이 침체를 겪게 된다. LG와 주말 3연전에서 2승 이상을 챙기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른다. 반면에 KIA가 LG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5위를 넘어 상위권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KIA는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109경기를 치러 정규 시즌 종료까지 35경기를 남겨놨다. 이후 3차례의 더블헤더 경기와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오른 최지민, 최원준, 이의리의 공백도 고민해야 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