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송치 업주 7명 중 3명은 조폭…보도방 먼저 겨낭, 유흥업소로 수사 확대
유흥업계의 관심사는 서울 서남부 지역 유흥가에서 시작된 경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단속된 2차는 전국 대부분의 유흥가에서 흔히 벌어지는 불법 성매매 형태이기 때문이다.
9월 17일 서울경찰청 풍속범죄수사팀은 유흥주점 16개 업소와 ‘보도방’이라 불리는 접대여성 공급업체 20개의 업주와 종업원, 접대여성 등 95명을 성매매처벌법과 직업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업주 7명이 구속 송치됐는데 이 가운데 3명이 조폭이다.
이번 경찰 수사는 서울 서남부 지역 유흥가에 집중됐다. 이번 수사는 2022년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등 서울 서남부 지역 유흥업소 상당수가 보도방 업주들과 손잡고 성매매를 알선하고 있다는 첩보가 경찰에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게다가 첩보에는 조폭까지 연루돼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 수사는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유흥업소와 혐의 관련자들의 자택 등 무려 150여 곳을 두 차례나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났다. 방식은 흔히 알려진 2차. 유흥업소가 손님들에게 술자리가 끝난 뒤 술값과 2차 비용(성매매 대금)을 받고 인근 모텔로 자리를 옮겨 불법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해주는 방식이다. 보도방은 유흥업소에 2차, 다시 말해 성매매가 가능한 접대여성을 공급해주고 그 대가를 받아왔다.
물론 경찰의 관련 단속은 꾸준히 이뤄져 왔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업소가 단속에 걸리면 상호만 바꾼 뒤 계속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져 유흥업소의 영업이 중단됐던 시기에도 간판 불을 끄고 이런 방식의 불법 영업을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파악한 이들의 범죄수익만 무려 153억여 원으로 경찰은 이에 대한 과세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했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유흥업소 불법 성매매 알선이 서울 서남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유흥업소에서 2차가 지속되고 있으며 유흥업소에 접대여성을 공급하는 보도방 업체들도 전국 각지에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 단속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늘 의문이 따랐다. 이번에 적발된 서울 서남부 지역의 일부 업소들처럼 상호와 간판만 바꾸고 그대로 불법 영업을 이어가는 사례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경찰청 풍속범죄수사팀이 단순한 단속 차원을 넘어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해 95명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7명은 구속 송치했다. 경찰이 지금까지와 달리 보다 강력하게 유흥업소 불법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니 보니 다른 지역 유흥업계에서도 경찰 수사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이번처럼 경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까지 진행해서 털면 서울의 어지간한 유흥가마다 대대적인 단속과 검거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번 수사가 보도방을 먼저 겨냥했고 거기서 접대여성을 공급받는 유흥업소로 수사가 확대됐다고 알려지면서 보도방과 거래하는 2차 가능 업소들이 고민이 많다”고 요즘 유흥업계 분위기를 설명했다.
유흥업계에선 요즘 신림동을 중심으로 한 서울 서남부 지역 유흥업소들이 호황을 누리는 상황과 이번 수사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신림동을 중심으로 한 서울 서남부 지역에는 정통 룸살롱보다 2차 위주의 유흥주점이 더 많고 ‘여관바리’로도 유명했던 곳이다.
올해 4월에도 서울경찰청 풍속범죄수사팀이 서울 서남부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유흥업소가 아닌 모텔 등 숙박업소가 중심이었다. 소위 여관바리라 불리는 형태의 불법 성매매에 대한 수사로 당시 경찰은 모텔 업주 13명과 보도방 업주 10명 등 50여 명을 검찰에 송치했는데 이 가운데 2명은 구속 송치했다. 성매매 여성을 공급하는 보도방 업체를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됐으며 조폭 출신이 연루됐다는 점이 이번 서울 서남부 지역 유흥업소 수사와 유사하다.
강남의 한 룸살롱 사장은 “아무래도 서남부 지역 보도방 업체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유흥업소로 확대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최근 신림동 일대에서 안 좋은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다. 조선의 ‘신림동 칼부림’ 사건과 최윤종의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이 벌어진 상황도 일정 부분 이번 서울경찰청 풍속범죄수사팀의 대대적인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얘기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