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연봉 2억원 넘는 반면 월수입 300만원 미만 개업 ‘로변’도 수두룩해…공유오피스 등 살길 모색
#소형 부티크 로펌을 운영 중인 올해 50대의 대표 변호사 B 씨. 매년 ‘신입이나 경력 변호사’들이 일하고 싶다고 B 대표에게 자소서를 보내온다. 수십 통의 자소서 중 대다수는 스카이가 아닌, 인서울 대학교 로스쿨 졸업생의 것이다. 신입의 경우 B 대표 변호사가 처음 제시하는 연봉은 대략 4000만 원 중반 수준. 투입되는 사건들의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인센티브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주어지는 몫은 6000만 원은 된다는 게 B 대표의 설명이다.
#인서울 대학 가운데 한 곳을 졸업한 뒤, 지방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30대 중반의 변호사 C 씨. 그는 동료 한 명과 함께 안양에 사무실을 얻었다. 사무실 임차료와 인건비를 상대적으로 절약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계산해 보니 한 달에 사무실 운영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대략 200만~250만 원. 한 달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수입 마지노선은 1000만 원이었다. 그래야 비용과 세금을 제외하고 집에 가져갈 수 있는 실질 소득이 300만~400만 원 수준이 된다. 가끔 사건이 몰릴 때에는 훨씬 소득이 좋지만, 비수기에는 한 달에 사건 하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는 게 C 변호사의 하소연이다.
#커진 시장보다 많아진 변호사 수
로스쿨 제도가 처음 만들어질 때에는 ‘법조시장 확대’를 예상했지만, 기대와 달리 변호사 시장은 레드오션이 됐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연스레 신입 변호사들의 처우와 커리어도 양극화 시대를 맞이했다. 국세청과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변호사 수를 종합하면 2022년 변호사 한 명당 연간 매출은 2억 4632만 원이다. 2012년 약 2억 4886만 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거의 오르지 않은 셈’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등 최근 급증한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소득’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법률시장의 전체 규모는 2012년 3조 6000억여 원에서 2021년 7조 7000억여 원 수준으로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변호사 시장이 커진 것보다 변호사 수가 더 빠르게 늘어났다. 2009년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는 순식간에 3만 명을 넘어섰다. 2012년 1만 4500여 명 수준이던 변호사 수는 2023년 상반기 3만 3000명을 넘어섰다. 변호사 수가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대형과 소형 로펌 간 벌어지는 격차
문제는 변호사 시장의 양극화다. 대형 로펌의 경우 기업 관련 사건을 맡다 보니 변호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입도 많은 편이다. 2022년 김앤장 매출은 1조 3000억 원 수준으로 변호사 규모(1000여 명)를 고려할 때 1인당 변호사 매출은 13억 원에 달한다. 전체 변호사 시장의 평균(2억 4600만 원)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이를 파트너급 변호사(구성원 규모) 기준으로 따지면 20억 원이 넘는 수준이다. 법률신문 집계에 따르면 2021년 9대 법무법인의 지분파트너들의 1인당 평균 매출액은 23억 3000만여 원이었다. 사건을 주로 수임하고 지휘하는 변호사들의 실수입은 적으면 2억~3억 원, 많으면 10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평이 나오는 지점이다.
중소형 로펌에서만 근무해도 그나마 나쁘지 않다. 소속 변호사들의 월급을 400만 원 이상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밝힌 고등부장판사 출신 부티크 로펌 대표 변호사 D 씨는 “어쏘 변호사를 뽑으면 변호사의 월급까지 고려해 벌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가급적이면 1000만~2000만 원 이상의 사건만 주로 수임하려 한다”며 “사건 결과가 잘 나온 달에는 성공보수 등으로 수천만 원도 받지만 문제는 사건이 없을 때다. 어쏘 변호사 2명을 쓰니 기본 운영비만 2000만 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어떨 때에는 변호사들 월급을 주고 나면 더 적게 가져가는 달도 있어 그런 경우에는 500만 원짜리 사건도 맡아야 하나 고민을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 어려운 개업 '로변'들 경쟁 치열
‘로펌 취업’도 쉽지 않은 개업 변호사들은 뭉치는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뜻이 맞는 변호사들끼리 사무실을 공동으로 얻어 ‘로펌처럼’ 운영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지만, 사무실 운영비용이라도 아끼려는 시도다.
서울 삼성동에 변호사 6명과 함께 사무실을 얻어 운영 중인 E 씨는 “로펌에 취업할 수는 있었지만 월급 300만 원 내외를 받고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같은 사무실을 쓰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사무실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모여 있는 것인데 어떤 변호사들은 의뢰인과의 미팅이 한 달에 두세 번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 설명했다.
극단적으로 사무실 비용을 아끼고자 하는 이들은 공유 사무실을 얻거나, 거주 중인 집을 사무실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서초동에는 한 달에 수십만 원만 내면 사용이 가능한 공유 사무실이 여러 곳 운영 중이다. 의뢰인과의 미팅이 있을 때에만 공유 사무실을 이용해 ‘신뢰감’을 주는 방식이다.
리걸테크의 맏형 격인 ‘로톡’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보들이 연이어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으로 뽑히는 원인 중 하나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의 1인당 사건 수임률은 2013년 2건에서 2021년 1.1건까지 감소했다. 사건 당 선임료를 500만 원으로 계산해 봤을 때 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하면 한 달 수입이 300만 원도 안 된다는 설명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직역수호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로톡 등 리걸테크 업계는 “플랫폼을 통해 의뢰인이 변호사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이 같은 공급과잉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하지만, 대한변협 측은 “오히려 변호사 간 경쟁을 부추겨 변호사 선임료를 낮추고 질 낮은 서비스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한다.
대한변협의 한 간부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사는 세상과 홀로 변호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들의 삶은 천차만별”이라며 “소형 로펌에라도 들어가야 향후 경력 법관이나 대형 로펌으로의 이직이 가능한데 홀로 개업한 청년 변호사들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많지 않아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변호사 간 양극화 흐름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앞선 간부 변호사는 “학부와 졸업한 로스쿨 간판, 변호사 시험 성적 등이 모두 고려돼 취업 시장에서 한 번 판가름이 나고 그 뒤에는 본인의 역량에 따라 시장에서 소득 등급이 나뉘고 있다”며 “지금처럼 매년 1500명 안팎의 신입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면 앞으로 변호사 1인당 매출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