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예선이 더 치열’ 물갈이 규모 촉각…민주당 포스트 김부겸·홍의락 찾기 ‘숙제’
2024년 22대 총선이 약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추석 밥상머리 민심에서 총선은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일찌감치 총선을 대비한 총력전 모드로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1야당 횡포 견제론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전면에 내걸 것으로 보인다. 지는 쪽은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일요신문이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들을 전수조사해봤다.[일요신문] TK(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 25명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TK는 보수 정당 후보로 출마하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라고 여겨지는 곳이다. 민주당과의 대결보다 공천을 둘러싼 당 내부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유다. 이미 TK 지역구에선 긴장감이 팽배하다. 친박근혜계 정치인들 복귀설에 이어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 차출설까지 제기되면서다. 대구 지역구는 조용한 반면, 경북 출마 예정자들의 하마평이 몰리는 모양새다.
전국 지역 정비를 대부분 마친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여전히 당협위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둔 곳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오는 10월 정기 당무감사를 통해 부실 당협위원장을 솎아낼 예정이다. 당협위원장은 그 지역구 현역 의원이나 그동안 지역구 관리를 해온 인사를 임명한다. 총선 공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이들이 어떤 후보와 공천 경쟁을 벌일지, 전략공천 등으로 ‘컷오프(공천 탈락)’ 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짚어봤다.
#중진들, 물갈이론 이겨낼까
TK 지역 물갈이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를 두고 정가에선 수많은 관측이 분출한다. 6월 29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서울 기자간담회에서 “절대 우세 지역은 50% 물갈이 공천을 해 온 것이 관례”라며 “내년에도 그 정도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21대 총선 때 TK 현역 의원 교체율은 64%에 달했다. 20대 총선 때는 대구 75%, 경북 46%였다.
TK를 지역구로 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물갈이론에 대해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7월 1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구·경북이 우리 당의 핵심 지지 지역인데도 늘 선거 때가 되면 이런 이야기가 나와 TK 정치권이 피폐해지고 정치 세력이 약해진다”며 “과연 교체율만 높이는 게 좋은 물갈이냐. 좋은 사람으로 교체해야 좋은 물갈이다. TK 정치인들에게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TK 지역구 관전 포인트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 25명의 물갈이 여부로 모아진다. 대구 중구·남구는 임병헌 의원이 내년 재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70대 고령인 만큼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보궐선거 후보였던 권영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도태우 변호사, 도건우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등이 경쟁자로 거론된다. 임 의원은 지난 보선에서 22.39%로 당선됐는데, 2위 권영현 후보와 표차는 0.8%(1198표)에 불과했다.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도 거론된다.
대구동구갑은 류성걸 의원이 3선 도전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경쟁자는 배기철 전 동구청장,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검·판사 출신 임재화 변호사 등이 오르내린다. 경북매일신문이 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7월 16~17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명 중에선 류 의원 지지율이 압도적이었다. 류 의원 30.1%, 배 전 동구청장 7.3%, 정 전 경제부시장 6.4%, 임 변호사 4.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지지하는 후보 없음’ ‘잘 모름’을 합친 부동층도 40.9%에 달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이라 밝힌 응답자의 27.3%도 ‘지지하는 후보 없음’ ‘잘 모름’을 택했다. 부동층이 향후 공천 경선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구동구을은 강대식 의원이 재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을 비롯해 우성진 대구시당 부위원장,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이미 물밑에서 표밭 다지기에 나선 만큼 공천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양금희 의원(대구 북구갑)과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도 재선을 노린다. 이상길 대구엑스코 사장, 박준섭 변호사 등이 양 의원 대항마로 거론된다. 전광삼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도 대구 북구갑 출마를 저울 중이라고 알려졌다. 대구 북구을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두고 경선했던 권오성 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과 이달희 전 경상북도 정무실장이 재출마해 김 의원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구을은 이인선 의원이 지키고 있다. 이 의원은 세 번 도전 끝에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경쟁자로는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친박계 유영하 변호사가 거론된다. 유 변호사는 대구 수성구을 보궐선거 당시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유 변호사의 공천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이 집안 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대구 달서갑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재선을 바라본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 경쟁을 벌인 이두아 변호사와 리턴 매치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도 이 지역구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달서구병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재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쟁자로 거론되던 이태훈 달서구청장(3선)이 유권자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 사실상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19대 국회에서 달서구갑 국회의원을 지낸 홍지만 전 대통령실 정무비서관 등이 경쟁 후보군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의원이 과거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과 악연이 있다는 점도 뒷말이 나온다.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갑)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대구 달성군)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 등의 지역구에선 큰 경쟁자가 보이진 않는다. 다만 다선 지역구인 만큼 물갈이론 벽을 넘어서야만 한다. 4명 중 한 지역구에서 3선을 한 이는 윤 원내대표와 김상훈 의원이다. 윤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지도부인 만큼 우려가 없으나, 김 의원은 전략 공천 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 의원은 수성구을에서 4선을 한 뒤 지난 총선 때 수성구갑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8월 민주당 대구시당은 공석이었던 지역위원장을 임명했고, 일부 지역 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총선 채비에 나섰다. 하지만 TK 지역구 선거에 내세울 만한 중량감 있는 후보자가 보이진 않는다는 평가다. ‘포스트 김부겸·홍의락’ 찾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홍의락 전 의원은 제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대구 수성구와 북구에서 당선된 바 있다.
당협위원장들이 내년 총선에 나갈 가능성이 높다. △허소(대구 중구·남구) △신효철(대구 중구·남구) △유종국(대구 동구갑) △오세광(대구 서구을) △정종숙(대구 북구갑) △신동환(대구 북구을) △강민구(대구 수성구갑) △김용락(대구 수성구을) △권택흥(대구 달서구갑) △김성태(대수 달서구을) △이준혁(대구 달서구병) △전유진(대구 달성군) 등이다.
#우병우 출마 최대 관심사
김정재(포항시 북구) 김석기(경주시) 임이자(상주시·문경시) 송언석(김천시) 이만희(영천시·청도군) 의원 등은 3선 도전에 나선다. 포항시 북구 경쟁자로는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 강훈 대통령실 국정홍보비서관 등이 거론된다. 강훈 비서관은 지난 총선에서 김정재 의원과 경쟁한 바 있다. 김석기 의원은 내년에 70세로 접어드는 만큼 불출마 또는 컷오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쟁자로는 군 장성(준장) 출신 이승환 교수, 박진철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상주시·문경시에선 고윤환 전 시장, 이한성 전 의원 등이 임이자 의원과 경쟁하고 있다. 송언석 의원은 물갈이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2021년 당직자 폭행 사건으로 자진 탈당한 뒤 복당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만희 의원 지역구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등이 거론되고 있어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욱 의원(포항시 남구·울릉군)은 재선 도전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전·현직 시의원 등 13명이 ‘영일만 희망포럼’을 결성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불공정 공천을 자행한 김병욱 의원을 차기 총선에서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쟁자로는 이상휘 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무2팀장, 최병욱 국토교통부노동조합위원장, 검사 출신의 최용규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 강석호 전 의원(3선) 등이 떠오르고 있다.
김희국 의원(군위군·의성군·청송군·영덕군)은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라 내년 총선 출마가 불투명하다. 해당 지역구는 인구수(13만 5521명) 하한 미달로 다른 곳과 합구해야 하는 처지다. 군위는 이미 대구로 합구됐다.
김형동(안동시·예천군) 박형수(영주시·영양군·봉화군·울진군) 정희용(고령군·성주군·칠곡군) 윤두현(경산시) 구자근(구미시갑) 김영식(구미시을) 의원 등은 재선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김형동 의원은 당초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되던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대구서 출마하겠다고 방향을 선회하면서 한시름 놓았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전광삼 대통령실 비서관 등이 영주시·영양군·봉화군·울진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완영 전 의원은 고령군·성주군·칠곡군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윤두현 의원(경산시) 상대로는 친박계 좌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조지연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등이 거론된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도 경북 경산시와 경기 평택시 중에서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구자근 의원은 김기현 당대표 비서실장인 만큼 경쟁 우위를 지녔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승주 전 의원,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 등이 경쟁자로 거론된다. 구미시을에는 허성우 전 국민제안 비서관,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등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TK 공천은 대통령실이 마음만 먹으면 물갈이를 다 할 수도 있다. TK 현역 의원들이 긴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노출돼 있다. TK 지역구 의원들은 대통령실 마음을 얻기 위해서 살아 있는 동아줄을 잡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며 “대통령실 중심으로 TK 지역구에 대거 공천을 할 것이고, 내 지역구는 그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살길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정한 경선 과정 거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란 걸 여권에선 모두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협위원장 등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여러 후보가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으나 눈에 띄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당협위원장은 오중기(포항시 북구) 김상헌(포항시 남구·울릉군) 한영태(경주시) 황태성(김천시) 김위한(안동시·예천군) 김재우(구미시갑) 김현권(구미시을) 황재선(영주시·영양군·봉화군·울진군) 이영수(영천시·청도군) 김영선(상주시·문경시) 양재영(경산시) 강부송(군위군·의성군·청송군·영덕군) 장세호(고령군·성주군·칠곡군) 등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