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인턴’ ‘성범죄 감형’ ‘뉴라이트 사관’ 등 공세에 “불법 아냐, 송구하다, 모른다” 일관
민주당은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사적 친분 논란 △재산·가족특혜 의혹 △역사관 논란 등을 질문하며 ‘부적격자’임을 강조하려 했고, 국민의힘은 되레 김명수 사법부 이후 무너진 법원의 중립성을 우려하며 이균용 후보자가 ‘적임자’라고 맞섰다. 민주당 내에서는 ‘비동의’ 기류가 적지 않은 상황. 이균용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 전략’을 발언 중심으로 정리해봤다.
#민주당 ‘공세’에 국민의힘 ‘옹호’ 집중
여야는 19~20일 양일간 열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충돌했다. 시작부터 민주당은 이균용 후보자가 자료 제출 등에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지난 자료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며 이 후보자를 옹호했다.
민주당이 공세에 집중한 부분은 이균용 후보자 가족의 특혜 의혹이었다. 재산 의혹에 대해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배우자가 매년 1000만 원 이상 딸의 해외 계좌로 송금했는데 재산신고에선 빠졌다. 증여세 탈루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김회재 의원은 “2000년부터 자녀가 비상장주식을 갖고 있는데 처가의 우회증여다. 가족찬스”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의혹을 부인했는데, 서동용 의원이 “아빠찬스가 사실로 밝혀지면 사퇴하겠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아들의 김앤장 인턴 의혹을 파고 들었다. “아들이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1학년 때 로스쿨생도 하기 어려운 김앤장 인턴을 했는데 김앤장은 학부 인턴을 별도 공지하지 않는다”며 “아빠 찬스”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외고를 나온 친구들과 (자기 스스로) 알아서 한 것”이라며 특혜는 없었다고 맞섰다.
야당이 공세를 펼쳤다면, 여당은 방어에 집중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처가댁이 돈이 많은 게 왜 죄냐”며 “이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욕심 내 재산을 형성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자녀의 재산 취득에 대해서도 “생활비 등을 보태주는데 넉넉히 줘서 적립된 것”이라며 “부모님 용돈이 통장에 쌓이면 증여가 되느냐”고 주장했다. 이균용 후보자가 “미국에서는 월세 등이 비싸서 아내가 생활비에 보태라고 보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한 것을 뒷받침한 것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아들의 김앤장 인턴 의혹에 대해 “당시 김앤장에선 외국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들이 인턴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답했고, 같은 당 장동혁 의원 역시 “김앤장 인턴은 꼭 공고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찾아가 수시로 면담해 채용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방어했다.
#윤석열 친분 의혹에 “사법 독립권 중요” 해명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때 이균용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라고 답했다. 이에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장에 대통령의 친구가 임명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지명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해 재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균용 후보자는 “(친하다는 얘기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그 정도 친분관계가 있지도 않고 최근 대통령과 통화하거나 교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사법부는 독립되어야 한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공판에서 직접 듣고 확인하는 공판중심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등의 답변으로 사법독립 가치를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대통령실의 진보 성향 대법관 후보자 지명 반대 의사 표명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 중립 견지의 필요성을 거듭 시사했다. 이 과정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얼굴 몇 번 본 게 친구에 해당하냐, 그렇다면 바이든도 제 친구다. 윤 대통령도 제 친구니까”라며 민주당의 비판에 맞서는 일도 있었다.
9월 20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경춘 전 서울회생법원장은 “이 후보자의 평소 발언들을 보면 주로 관심사가 사법제도 발전과 시스템에 관한 부분”이라며 “개인적으로 굉장히 존경하는 동료이며 전체적인 법리 사법시스템에 해박하고 소신이 뚜렷한 훌륭한 후보자”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가 서울고법 형사재판부에 재직하던 시절 성범죄 사건에 대해 감형 판결을 한 것에 대해 공세가 집중됐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가 입은 고통, 사회적 정의보다 양형 편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건 소수자·약자를 위하겠다는 후보자의 말과 상치된다”고 지적했다.
역시 판사 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등은 “1심에서 성범죄 재판부마다 다른 양형을 하는 것을 2심에서 비슷한 범위로 묶어주는 것도 있다”고 해명했고, 이균용 후보자 역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도합 판사 경력 60년이 넘는 재판부가 서로 합의해 내린 양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의 인연 공략한 야당
이 후보자의 답변 가운데 일본 관련 사관 논란은 새롭게 이슈가 됐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묻는 질의에 ‘1948년 8월 15일’이라고 답하자 “헌법을 보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돼 있다”며 뉴라이트 건국사관이라고 비판했다.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교수들의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재판을 맡아본 적 없어 잘 모르는 부분”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논란이 될 만한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하며 말을 아끼려 하다가 민주당에게 여지를 준 셈이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연수해 일본 법조인과 교류가 많은 지일파로도 꼽히는 이 후보자에게 ‘일본의 지일파 양성 전략’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일본 강제징용 등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제3자 공탁’ 관련, 1심 법원이 이를 받아주지 않은 판결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법리적으로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지적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반대’ 던질 가능성
벌써부터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 공석’ 가능성이 시사된다.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는 9월 21일 오전 10시 회의에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데 21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표결된다. 여야 간 정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날 이뤄지는 셈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이균용 후보자를 거론하며 공직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에 대한민국 정통성과 역사의식을 1순위로 포함시켜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청문회에서 봤듯 자격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 ‘대법원장 공석 시 전원합의체 판결 지연’ 등을 청문회에서 강조하며 공석 우려감을 표명했지만, 체포동의안과 해임건의안이 진행 중인 상황과 맞물려 ‘정쟁의 도구’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는 내일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본회의를 퇴장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이균용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 여부는 민주당에게 독립된 판단 영역이 아니라 이재명 체포동의안 판단과 맞물려 고민하는 변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