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간 거래 효과? 기업가치 키워 승계 재원 활용 전망도…한화에너지 “정상적 경영 활동 중 변화”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갖고 있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각각 25%를 보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지분 승계는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 회장의 자녀가 보유한 (주)한화 지분은 △김동관 부회장 4.91% △김동원 사장 2.14% △김동선 본부장 2.14%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화에너지는 추후 오너 일가의 증여세 납부 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한화그룹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한화에너지의 기업 가치가 높을수록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화에너지는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투자 행보를 보였다. 한화에너지는 2021년 (주)한화 지분 8.62% 매입을 시작으로 한화시스템 지분 12.80%, 해운대블루라인 지분 10.22%, 통영에코파워 지분 26.50% 등을 사들였다. 한화에너지에는 계열사 지분 외에 태양광 설비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에너지에 재무 부담이 커졌다. 우선 한화에너지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020년 말 113.08%에서 2021년 말 152.75%로 39.67%포인트(p) 증가했다. 한화에너지의 당시 실적도 좋지 않았다. 한화에너지의 매출은 2020년 6257억 원에서 2021년 5631억 원으로 10.00%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18억 원에서 178억 원으로 75.21% 하락했다. 결국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121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한화에너지가 오너 일가를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영향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에너지업계에서는 한화에너지의 실적이 올해 다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더불어 중국이 적극적으로 생산을 늘리면서 국내 에너지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난 5월 한화에너지에 대해 “탄소배출권 부담 및 전력도매가격(SMP) 하락 전망 등을 감안하면 집단에너지 부문 영업실적이 단기간 내 2019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태양광 개발 사업의 경우 개발 프로젝트의 시기나 규모에 따라서 영업실적이 크게 변동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우려와 달리 한화에너지의 최근 실적은 상승세에 있다. 한화에너지의 별도 기준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367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4093억 원으로 11.43% 증가했다. 또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상반기 23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1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한화에너지 실적 상승에는 한화그룹 계열사와의 거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화에너지가 한화그룹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961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241억 원으로 29.14% 늘었다. 한화에너지가 계열사로부터 받은 기타수익도 60억 원에서 105억 원으로 증가했다. 기타수익은 대부분 지급보증 제공에 따른 금융보증수수료 수익이다.
한화에너지는 여수국가산업단지와 군산2국가산업단지 내 업체들에 독점적으로 증기를 공급하고 있다. 증기와 함께 생산되는 전력은 한화솔루션 등에 판매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사업 규모가 커지면 한화에너지의 매출도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 한화에너지가 한화솔루션으로부터 받은 거래액은 지난해 상반기 89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217억 원으로 늘었다.
반면 한화에너지가 한화그룹 계열사에 지출한 비용은 2871억 원에서 1929억 원으로 32.81% 감소했다.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수준으로 계열사에 비용을 지출했으면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를 피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연결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화그룹 계열사와의 거래가 더 눈에 띈다. 한화에너지의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조 957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 5092억 원으로 28.16%, 영업이익은 1647억 원에서 1897억 원으로 15.18%로 각각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1877억 원에서 5726억 원으로 205.06% 늘어난 반면 계열사에 지출한 비용은 4695억 원에서 4384억 원으로 6.62% 감소했다.
한화에너지는 올해 실적이 상승하면서 투자 활동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 1월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사업을 위해 싱가포르 현지 법인 ‘Horizon Energy Singapore Pte. Ltd’를 설립했다. 지난 6월에는 다른 싱가포르 자회사 ‘Hanwha Energy Corporation Singapore Pte. Ltd’를 통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지분 1.69%를 취득했다. 한화에너지가 지분 52.07%를 가진 자회사 한화임팩트는 지난해 고려아연 지분 1.88%를 매입했고, 올해 2월에는 HSD엔진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이나 한화임팩트 등에 비하면 자체적인 기업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보유 지분 등을 감안하면 한화그룹 내 영향력은 다른 계열사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일례로 한화에너지는 지난 9월 13~15일 열린 국제 수소 전시회 ‘H2 MEET’에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핵심 계열사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화에너지가 오너 일가를 위해서라도 투자를 가속화해 기업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에너지 재무가 악화되더라도 계열사의 지원 등을 감안하면 ‘체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에너지가 2021년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한 것을 계기로 한화그룹 내 위상이 제고됐고, 최근 투자이력을 고려할 때 계열사 관련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화에너지는 여수산단 등에서 독점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보니 업황이 악화되더라도 최소한의 수익은 확보할 수 있고, 투자한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화에너지 관계자는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는 중에 변화가 발생했고, 특별히 사업 구조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추가 투자 계획은 없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